
넷플릭스 직원은 구독료를 낼까?
그 질문에 대한 답은 뜻밖에도 단호했다. “니 돈 내.”
직원 할인도, 가족용 혜택도 없다.
처음엔 웃음이 났다. 하지만 곱씹을수록 그 안엔 철학이 있었다.
모두가 같은 규칙 아래 일한다는, 그 단단한 신뢰감.
누군가는 그것을 냉정이라 부르겠지만, 서보경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모두가 고객의 시선으로 일해야 하니까요.”
넷플릭스의 회의실은 침묵이 없다. 좋은 말만 하는 립서비스도 없다.
그 대신 ‘성장을 위한 피드백’이 실시간으로 오고 간다.
한 문장, 한 아이디어가 즉시 토론의 대상이 된다.
서보경 작가는 그 문화에 처음엔 낯설고 두려웠다고 털어놓았다.
“입사 한 달 만에 ‘이 업을 너무 모른다’는 말을 들었어요. 그때는 정말 세상이 무너지는 줄 알았죠.”
그러나 시간이 지나 그 말의 진의를 깨달았다.
“넌 아직 모르는 게 많으니 네가 잘하는 걸 더 해봐. 부족한 건 우리가 채워줄게.”
피드백의 언어는 거칠지만, 의도는 따뜻했다.
넷플릭스의 철학은 명확했다.
‘우리는 사람을 남기기 위해 꼼수를 쓰지 않는다. 좋은 콘텐츠로, 좋은 동료로 붙잡는다.’
서 작가는 “그 조직의 피드백은 따갑지만, 결국 사람을 키운다”고 말했다.
넷플릭스는 모든 오피스가 다르다.
서울 오피스의 점심엔 제육볶음이 있고, LA 오피스엔 셰프가 고기를 썰어준다.
겉으론 자유로워 보이지만, 그 안엔 하나의 축이 있다.
“What’s best for Netflix?”
그 질문 하나가 모든 결정을 잇는다.
“로컬의 취향을 존중하되, 중심의 기준을 잃지 않는다.”
서보경 작가는 이를 ‘중앙이 통제하는 탈중앙화’라고 표현했다.
모순 같지만, 어쩌면 그것이 글로벌 기업이 유지되는 방식이다.

그는 넷플릭스의 창업자를 ‘리드 형님’이라 불렀다.
방도 없고, 의전도 없는 사람.
배낭 하나 메고 구내식당 캔틴에 앉아 직원들과 커피를 마시는 CEO.
“하이 리드!” 하고 인사하면 그는 항상 미소로 답했다.
“그분이 CEO라는 사실을 잊게 만들 정도로, 그 사람의 존재는 따뜻했어요.”
그 한 장면이 넷플릭스의 조직 철학을 압축한다.
‘리더십은 높이서 지시하는 게 아니라, 같은 테이블에 앉는 것이다.’
서 작가는 넷플릭스와 한국 기업의 가장 큰 차이를 이렇게 요약했다.
한국의 피드백은 ‘평가’에 가깝지만, 넷플릭스의 피드백은 ‘관계’에 가깝다.
“피드백을 주기 전에 항상 이렇게 말했어요.
‘지금부터 드리는 모든 피드백은 당신의 성장을 위한 것입니다. 감정으로 듣지 말고, 성장의 관점에서 들어주세요.’
그 말 한마디가 사람의 마음을 열어요.”
그는 그 경험을 한국 조직에도 꼭 전하고 싶다고 했다.
“리더라면, 반드시 ‘우리 회사 버전의 피드백 리추얼’을 만들어야 합니다.사람을 평가가 아니라 성장의 맥락에서 바라보는 연습이 필요해요.”
대화의 끝은 미래로 향했다.
AI가 고성과자를 더 많이 만들어낼까, 아니면 더 힘들게 할까.
서 작가는 이렇게 답했다.
“AI가 늘리는 건 사람의 수가 아니라 기준의 폭이에요. 예전엔 구글링을 잘하는 사람이 고성과자였다면, 이제는 AI와 함께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 될 겁니다.”
그는 여전히 사람의 역할을 믿는다.
“AI는 계산을 하지만, 방향은 사람이 정해요. 좋은 프롬프트도 결국 인간의 언어에서 나오거든요.”
결국, 이 모든 이야기는 다시 그 한마디로 돌아온다.
“니 돈 내.”
그것은 단순한 농담이 아니라, 공정함과 자율의 경계를 지키는 신념이었다.
‘우리가 고객과 같은 입장에서 일해야 한다’는 선언이자, ‘모두가 같은 무게로 책임진다’는 약속이었다.
서보경 작가는 그 문장을 웃으며 마무리했다.
“넷플릭스는 냉정하지만 따뜻한 회사예요. 사람에게 정직하고, 결과에 정직하죠. 그게 제가 배운 가장 큰 교훈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