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서울의 상징’으로 불리는 남산 서울타워지만, 출발점은 꽤 소박하고 기술적이었다. 1960년대 후반, 한국 사회는 텔레비전 방송 확산으로 송신 시설이 절실했다. 서울 도심 전역에 안정적으로 전파를 쏘려면 도시 한가운데 높은 산이 필요했고, 그 결과 1969년 남산 자락에 서울타워 건설이 시작됐다.
1971년 타워가 완공됐을 때만 해도, 시민들에게는 낯설고 다소 삭막한 철탑에 불과했다. 하지만 서울타워는 대한민국 최초의 종합 전파 송신탑이라는 점에서, 당시 급성장하던 미디어 시대를 상징하는 건축물이 되었다.
SNS캡쳐
서울타워가 본격적으로 ‘서울의 얼굴’이 된 건 1975년이다. 이때 타워는 단순한 송신탑을 넘어, 전망대와 식당, 휴게시설을 마련해 일반인에게 개방됐다.
지금은 흔한 ‘스카이 전망대’ 체험이지만, 당시 시민들에게는 파격적이었다. 236미터 높이에서 내려다보는 1970년대 서울의 풍경은 그 자체로 근대화와 도시 성장의 상징이었다. 북쪽엔 청계천과 종로, 남쪽엔 용산과 한강변 신흥 주거지가 한눈에 들어왔고, 이는 곧 “서울을 본다는 건 곧 남산타워에서 내려다보는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었다.
1980~90년대는 서울타워가 대중문화 속 상징으로 자리 잡은 시기였다. 각종 영화와 드라마, 광고에서 타워 불빛이 서울의 야경을 상징처럼 비췄다. 주인공들이 사랑을 고백하거나, 이별 후 다시 만나는 장면에서 남산타워가 자주 등장하면서, 타워는 단순한 구조물이 아니라 “서울의 낭만을 담은 무대”가 되었다.
이 시기 외국 관광객들도 남산타워를 찾기 시작했다. 일본인 관광객 사이에서는 “서울을 제대로 봤다고 하려면 남산타워에 올라야 한다”는 말이 유행했다. 이미 이때부터 서울타워는 국제적인 인지도를 쌓아갔다.
SNS 캡쳐
2000년대 들어 서울타워는 새로운 변화를 맞았다. 2005년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통해 ‘N서울타워(N Seoul Tower)’로 리브랜딩한 것이다. 여기서 ‘N’은 남산(Namsan), 새로운(New), 자연(Nature)을 상징한다.
이 시기부터 서울타워는 단순 전망대가 아니라 ‘도심 속 문화·체험 복합 공간’으로 기능하기 시작했다. 고급 레스토랑, 기념품 숍, 미디어 아트 전시, LED 조명 쇼까지 더해져, 타워는 “서울 야경=남산타워”라는 등식을 굳히게 되었다.
밤이 되면 화려하게 빛나는 타워 불빛은 서울 스카이라인의 중심이 되었고, 서울을 찾는 외국인들에게는 빼놓을 수 없는 인증샷 배경이 되었다.
2000년대 후반부터는 ‘사랑의 자물쇠’가 남산타워의 또 다른 얼굴이 되었다. 연인들이 난간에 자물쇠를 걸고 사랑을 맹세하는 문화는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확산되었고, 외국인 관광객에게도 큰 인기를 끌었다.
일본·중국 관광객은 물론 유럽 여행자까지 남산타워 난간에 자물쇠를 걸고, 그 사진을 SNS에 올리며 “서울=사랑의 도시”라는 이미지가 굳어졌다. 서울타워는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글로벌 로맨스의 아이콘이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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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서울타워는 또 다른 이유로 세계인의 관심을 받고 있다. 바로 케데헌(케이팝 데먼 헌터스) 열풍이다. K-팝, K-드라마, K-푸드에 이어 한국의 도시 문화와 관광 자원이 결합된 흐름 속에서, 서울타워는 ‘케데헌’의 대표 무대로 떠올랐다.
해외 팬들은 드라마 속 주인공이 걸었던 길을 따라 올라가고, SNS 챌린지를 통해 남산타워에서의 인증샷을 공유한다. 서울시가 기획한 미디어 파사드 쇼, 글로벌 아티스트와의 협업 이벤트는 타워를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라 K문화의 현장으로 만들었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들은 “서울타워에 올라야 비로소 K콘텐츠 속 서울을 만난 느낌”이라고 말한다. 이제 서울타워는 방송 송신탑에서, 로맨틱 명소를 넘어, 케데헌 열풍을 체감할 수 있는 세계인의 성지가 되었다.
SNS 캡쳐
서울타워가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한 순간은 크게 두 번이다.
1975년 시민 개방 — 처음으로 ‘서울 시민의 일상 속 상징물’이 되었을 때.
2005년 리브랜딩 — N서울타워로 새롭게 태어나 ‘세계적 랜드마크’로 도약했을 때.
이후 케데헌 열풍은 서울타워를 단순한 지역 명소가 아니라, 세계인의 서울 상징으로 격상시켰다.
서울타워는 반세기 넘게 서울의 변화를 함께해왔다. 방송 송신탑에서, 고도성장의 도시 전망대, 연인의 사랑 명소, 그리고 오늘날 케데헌 열풍의 글로벌 아이콘까지.
서울을 내려다보는 그 높이만큼이나, 서울타워는 한국 현대사의 층위를 담고 있다. 그리고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이 남산을 오르며 이렇게 말한다.
“서울을 제대로 봤다고 하려면, 남산타워를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