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59만건 통번역 서비스 제공에도 현장 종사자 처우개선 과제 산적
국내 결혼이주여성이 14만6천여 명을 넘어서며 이들을 위한 지원 체계를 '언어서비스'에서 '위기가정 발굴 및 지원'까지 아우르는 통합적 모델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정책 제언이 나왔다.
국회입법조사처(처장 이관후)는 1일 『언어 서비스에서 위기가정 발굴까지』 보고서를 발표하고, 결혼이주여성을 위한 통번역·이중언어 교육지원사업의 성과를 분석하면서 현장의 처우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급증하는 수요, 열악한 현실
올해 6월 기준 국내 결혼이주여성(국민의 배우자) 수는 14만6천여 명으로, 2006년(약 8만3천 명) 대비 77% 증가했다. 이에 따라 통번역 서비스 수요도 급증해 지난해에만 약 59만8천 건의 서비스가 제공됐으며, 이중언어 교육지원사업 역시 연인원 42만9천 명이 이용하는 등 다문화가정의 핵심 지원 인프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여러 문제점들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지난 7월 국회의장실 주최 간담회에서 드러난 현장의 목소리를 보면, 결혼이민자 통번역사와 이중언어코치 대부분이 임금과 고용에서 차별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명 중 7명 차별 경험, 4명 중 1명 인권침해
실태조사 결과는 더욱 충격적이다. 이중언어코치와 통번역사 10명 중 7명이 차별을, 4명 중 1명이 인권침해를 경험했지만 대부분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업무 환경도 열악하다. 응답자의 82.9%가 본업 외 행정업무 등 과중한 타 업무를 경험했다고 답했으며, 충분한 업무 공간과 지원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호봉 및 각종 수당에서의 불평등, 경력 인정 미흡 등 처우 문제도 심각한 수준이다.
'언어서비스'에서 '사회안전망'으로
입법조사처는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면서 결혼이민자 지원사업을 한 단계 발전시킬 방안을 제시했다. 단순한 언어지원을 넘어 다문화가정 내 위기 상황이나 위험신호를 조기에 발견하고 연계하는 '통합형 모델'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결혼이민자들이 가정과 지역사회 곳곳에서 활동하는 특성을 활용해 사회통합과 위기예방, 지역사회 포용성 증진에까지 기여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4대 개선과제 제시
입법조사처는 구체적인 개선방안으로 4가지 과제를 제안했다.
먼저 표준화된 임금·수당 체계를 마련하고 여성가족부 지침을 철저히 준수해 경력과 직급을 합리적으로 인정하되, 센터별로 통일된 가이드라인을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부대업무를 경감하고 전용 교육 공간과 기자재, 운영비 지원을 강화해 근무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인권 보호를 위해서는 여성가족부의 인권침해 실태조사와 인권교육 강화, 정기 점검을 정례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일정 기간 통번역이나 이중언어 서비스에 근무한 경력자가 사회복지사 자격을 취득하면 상용직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해 고용 안정을 도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보고서가 결혼이주여성들의 사회적 역할 확대와 처우 개선을 동시에 추진하는 현실적 방안을 제시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특히 언어서비스 제공자에서 사회안전망의 일원으로 역할을 확장하는 발상의 전환이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