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9월 9일 나토(NATO) 우크라이나 방위 연락 그룹 회의 사진(나토 제공)
“사고인가, 도발인가”
9월 10일 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향해 벌인 대규모 공습 도중 일부 드론이 폴란드 영공에 진입했다. 폴란드군은 즉각 방공망을 가동해 드론을 격추했고, 정부는 이를 “공격적 행위”로 규정했다. 나토(NATO) 회원국의 영공이 러시아 무기에 의해 침범된 것은 단순한 군사 사고를 넘어 국제 질서를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사건이다.
나토의 집단방위 체제 시험대
폴란드는 곧바로 나토 조약 제4조를 발동해 동맹국들과 긴급 협의에 들어갔다. 제4조는 회원국이 자국 영토·정치적 독립 또는 안전이 위협받는다고 판단할 때 나토 동맹국들과의 협의를 요청하는 조치이다. 이는 제5조(집단방위)까지는 아니지만, “우리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는 공식 신호로 작용한다.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이번 사건을 통해 나토의 단합과 대응 수위를 시험한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다시 말해, 폴란드 영공 침범은 곧 나토 전체를 겨냥한 압박 메시지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러시아의 ‘회색지대 전술’
러시아는 전면전 대신 드론과 미사일, 사이버 공격 같은 회색지대 전술을 선호한다. 드론은 값싸고, 격추돼도 “실수였다”는 식의 변명이 가능하다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 역시 의도적인 긴장 조성인지, 단순한 항로 이탈인지는 불분명하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폴란드와 나토는 대비 태세를 강화할 수밖에 없고, 그 결과 러시아는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의 불확실성을 만들어냈다.
확대되는 불안, 커지는 위험
만약 러시아 드론이 민간 지역을 직접 타격하거나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면 상황은 훨씬 심각해졌을 것이다. 나토 내부에서 제5(집단방위)조 발동 여론이 커졌을 것이고, 이는 곧 러시아와 나토의 직접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격주된 드론 중 한 대가 폴란드 동부 와이리키-볼라 마을에 사는 은퇴자 토마시 베소워스키의 2층 벽돌집에 오전 6시 30분쯤 충돌해서 지붕은 파괴됐고, 잔해가 침실에 흩어지는 사고가 있었다.
이와 같이 현재까지는 러시아 드론이 직접 민가를 공격한 것이 아니라 긴장 고조에 그쳤지만 작은 불씨가 큰 불길로 번질 수 있는만큼 제3차 대전으로 이어지지 않을지 세계인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유럽 안보의 새로운 시험대
폴란드뿐 아니라 루마니아, 발트 3국 등 나토 동부 전선은 이미 방공망 확충에 나섰다. 독일과 프랑스 등 서유럽 국가들은 신중한 태도를 보였지만 동유럽의 압박으로 나토와 EU 차원의 대러 대응은 점차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사건은 러시아의 도발이 더 이상 우크라이나 국경에 국한되지 않음을 보여주며, 유럽 안보 질서를 근본적으로 흔드는 계기가 되고 있다.
나토-러시아 충돌, 세계 안보의 경고음
폴란드 영공을 침범한 러시아 드론은 단순한 비행체가 아니라, 유럽과 더 나아가 세계 안보 위기를 알리는 경고음이다. 전 세계 평화가 걸려있는 만큼 사건 직후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폴란드 대통령 카롤 나브로츠키(Karol Nawrocki)와 통화해 폴란드의 영공 침범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나토 동맹 간의 결속과 단합을 재확인했다고 전한다.
앞으로 나토는 어디까지 대응할 것인지, 러시아는 어디까지 선을 넘을 것인지. 이번 사건 후 러시아와 나토 양측 모두의 선택이 얼마나 위험한 결과를 낳을 수 있을지에 대해 온 세계가 긴장하며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