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시 제공
강릉은 지난 8월 정부가 자연재난으로는 처음 ‘재난사태’를 선포할 만큼 심각한 가뭄을 겪었다. 수도 밸브를 75%까지 잠그는 제한급수, 생수 배부, 소방차 동원 등 초유의 조치가 이어졌다. 시민 불만은 온라인으로 번졌고, 특히 지역 맘카페에는 “시가 무엇을 하고 있느냐”는 비판 글이 쏟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8월 29일 긴급회의가 열렸다. 참석자는 주로 여성 공무원 약 60여 명으로, 시는 “상황 설명과 대응 논의를 위한 자리였다”고 설명한다.
지역 시민단체 ‘강릉시민행동’은 이 회의에서 김 시장이 “허위정보가 시민을 자극한다. 맘카페에 직접, 적극적으로 댓글을 달라”고 발언했다고 폭로했다. 또 회의 직후 부서장 간에 전달된 메시지에는 “맘카페 가입 직원이 있으면 허위 사실에 대한 댓글도 부탁”이라는 문구가 있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메시지 캡처 화면이 공개되면서 논란은 커졌다.
비슷한 시기에 강릉시 내부망 ‘새올행정시스템’에는 ‘김홍규 시장님을 칭찬합니다’라는 글과 다수의 댓글이 올라왔다. 내부망은 공무원만 접속할 수 있는 공간인 만큼, “조직적으로 동원된 것 아니냐”는 시선이 따라붙었다. 맘카페에도 시를 옹호하는 성격의 글과 댓글이 일부 확인되면서, “행정이 대책보다 여론 관리에 치중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강릉시는 곧바로 해명에 나섰다. 시 관계자는 “허위정보가 시민 불안을 키우고 있어, 정확한 사실을 설명하라는 취지였다”며 “시장이 직접 댓글을 지시한 적은 없다”고 강조했다. 내부망 칭찬글 역시 “개인 자발적 글일 뿐 조직적 지시는 없었다”는 입장을 내놨다.
팩트 체크 결과, 회의 자체와 부서장 메시지 전파 정황, 내부망 칭찬 글·댓글은 여러 매체 보도로 확인된다. 그러나 시장이 직접 회의에서 “댓글 달라”고 지시했는지, 해당 발언이 공식 문서나 녹취록으로 남아 있는지는 불분명하다. 내부망 게시글 역시 실제 동원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즉, ‘지시 정황’과 ‘직접 지시 입증’ 사이에 간극이 남아 있는 셈이다.
행정기관이 정확한 정보를 알리고 허위 사실을 바로잡는 것은 책무다. 문제는 방법이다. 공식 계정이나 보도자료, 브리핑이 아니라 직원 개인을 통한 커뮤니티 댓글 방식은 시민들에게 ‘여론전’으로 비칠 수 있다. 특히 가뭄이라는 비상 상황에서 “행정이 물 관리보다 여론 관리에 더 집중한다”는 인식이 불신을 키우고 있다.
성별 특정 소집 논란
회의 참석자가 ‘여성 공무원 60여 명’이었다는 점도 논란이다. 특정 성별 집단을 따로 불러 온라인 대응을 주문했다면 조직적 동원이라는 오해를 살 수밖에 없다. 강릉시는 단순히 “여성 공무원 대상 소통 자리였다”고 해명했지만, 시민단체와 일부 언론은 여전히 의문을 제기한다.
이번 논란은 위기 상황에서 공공기관이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지 묻고 있다. 첫째, 강릉시는 논란이 된 회의록과 지시 라인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둘째, 지역 커뮤니티에는 공무원 개인이 아닌 기관 공식 채널을 통해 정보를 제공하고 질의응답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신뢰를 쌓아야 한다. 셋째, 무엇보다도 시민들이 원하는 것은 여론 관리가 아니라 실질적인 급수 안정 대책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