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일 금요일, 국내 증시가 4% 가까이 급락하면서 개인투자자들은 충격에 빠졌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3.88% 하락하며 ‘검은 금요일’이라는 말을 다시 떠오르게 했다. 그러나 더 깊은 충격은 급락 그 자체보다, 누가 무엇에 베팅했는가에서 비롯되었다.
폭락장 속에서도 개인투자자들은 공격적인 매수에 나섰다. 그 대상은 다름 아닌 ‘레버리지 ETF’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개인은 KODEX 레버리지 ETF를 1,910억 원 순매수했다. 하루 거래대금만 해도 1조 300억 원을 넘겼다. 지수가 반등할 것이라는 ‘개미’들의 기대감이 시장을 채운 결과다.
하지만 그 기대는 곧 절망으로 바뀌었다. KODEX 레버리지 ETF는 하루 동안 8.27%나 하락했고, 이에 투자한 개인 다수는 큰 손실을 피할 수 없었다. 반면, 같은 날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들은 레버리지 상품을 대거 매도하고, 오히려 ‘인버스 ETF’를 집중 매수하며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기관투자자들은 이날 KODEX 200선물인버스2X ETF를 중심으로 대규모 순매수를 기록했다. 외국인도 이 상품을 중심으로 포지션을 조정하며 하락에 대비했다. 이는 명백한 ‘헤지 전략’이다. 상승장에서는 수익을 극대화하지만, 하락장에서는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움직임이다.
이는 단순한 포지션의 차이 그 이상이다. 개인은 미래에 대한 ‘희망’에 투자했고, 기관과 외국인은 ‘위험’에 대비했다. 투자 철학이 다르고, 전략이 다르며, 시장을 해석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것이 이번 하락장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국내 개인투자자들의 레버리지 ETF 사랑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상대적으로 적은 자금으로 2배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매력 때문이다. 특히 최근 상승장에서 수익을 경험한 투자자들이 많았기에, 조정이 일시적이라 판단하고 저가 매수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레버리지 ETF는 단기 트레이딩용 상품이지, 장기 보유에 적합한 상품이 아니다. 상승과 하락이 반복되는 장세에서 이른바 ‘복리 효과’로 인해 수익은커녕 원금이 마르기 쉽기 때문이다.
삼성증권 전균 연구원은 “레버리지 ETF는 기대수익은 높지만 손실도 급격하다”며 “하락장에서 복리 구조는 투자자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2022년 이후 레버리지 상품을 보유한 많은 투자자들이 코스피가 5%만 하락해도 10~15% 가까운 손실을 입는 구조를 경험해왔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개인이 레버리지, 기관과 외국인이 인버스로 움직이는 구도는 반복되어 왔다. 과거 2023년 SVB 파산 사태 당시에도 개인은 지수 상승에 베팅하며 레버리지를 매수했지만, 기관은 이미 인버스를 통해 손실을 최소화한 사례가 있다.
이는 정보 비대칭의 문제이자, 투자 습관의 차이이기도 하다. 기관과 외국인은 글로벌 금리, 경제지표, 환율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중장기 흐름을 짚지만, 개인은 단기 반등 또는 ‘지나간 주가’에 기대어 투자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 이번 역시 마찬가지다.
문제는 이러한 투자 패턴이 반복될수록 개인의 손실이 누적되고, 시장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은 2024년부터 레버리지 ETF에 대한 투자위험 고지 강화, 적합성 확인 절차 확대 등을 시행하고 있지만, 실효성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자본시장연구원 조경엽 연구위원은 “지나친 단기 수익 추구는 결국 개인 투자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며 “금융교육 강화와 함께 개인 포트폴리오의 장기적 시각 전환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8월 1일의 급락장은 단순한 조정 이상의 의미를 남겼다. 개인은 지수 회복을 기대하며 레버리지에 올인했고, 기관과 외국인은 차가운 현실을 직시하며 인버스로 방어했다. 결과적으로 누가 더 현명한 판단을 했는지는 하루 만에 드러났다.
‘기회는 위기 속에 있다’는 말은 진리일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충분한 정보와 전략, 그리고 자금 여유가 있을 때다. 맨몸으로 레버리지에 몸을 던진 개인에게, 시장은 언제나 냉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