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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5만원’ 벌고도 기초연금 따박따박…선정기준 논란”
  • 에릭 한 경제 전문기자
  • 등록 2025-08-04 18: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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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소득자도 받을 수 있다? 기초연금 선정기준 대폭 손질 필요”
  • “745만 원 벌어도 된다? 기초연금 수령의 역설”
  • “이게 공정인가…소득기준 완화의 명암”


월 745만 원 벌어도 기초연금?


 복지 사각지대 줄이자던 제도가 되레 형평성 논란 부추긴다


서울 성동구에 거주하는 박 모 씨(67)는 매달 745만 원의 부부 합산 소득을 올리면서도 기초연금을 꼬박꼬박 받고 있다. 주변에서는 “그 정도 벌면 연금은 못 받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지만, 정작 제도상 아무 문제가 없다. 이유는 단 하나. ‘소득인정액’이라는 계산 기준 덕분이다.


기초연금은 65세 이상 고령자 가운데 소득 하위 70%에게 지급되는 국가 지원 제도다. 2014년 시행 이후 ‘노후 빈곤’이라는 사회 문제에 대응해 많은 노인들에게 삶의 버팀목이 되어왔지만, 최근에는 이처럼 상대적 고소득자가 수급 대상에 포함되는 사례가 속속 드러나며 논란이 되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소득인정액’이라는 모호한 기준에 있다. 단순히 월급이나 연금 수령액만 보는 것이 아니라, 부동산·금융 자산, 근로·사업소득 등을 일정 공식에 따라 환산한 후 각종 공제를 적용한 최종 금액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근로소득에는 108만 원의 기본공제가 적용되고, 금융소득도 일정 수준 이하일 경우 제외된다. 이 때문에 겉으로 보기엔 월 700만 원 이상을 버는 사람도 기준선인 월 364만 8천 원(2025년 부부가구 기준)을 밑돌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복지부가 최근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월 745만 원의 부부소득을 올리면서도 기초연금을 받는 사례가 여러 건 보고됐다. 이를 두고 “제도의 취지에 맞지 않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국민 세금으로 조성된 연금을 정말 필요한 사람에게 돌아가게 하자는 여론은 그 어느 때보다 거세다.

국민연금연구원은 이런 여론을 반영해 올해 하반기 ‘기초연금 선정기준 모형’에 대한 정밀 분석에 착수했다. 복지부가 기존에 사용해 온 소득환산 기준이 실제 수급자 선정에 있어 얼마나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지, 형평성과 효율성 측면에서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연구원 관계자는 “현행 기준이 너무 복잡하고, 공제 항목도 많아 일반 국민이 이해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제도가 본래의 목표를 잃지 않으면서도 형평성을 담보할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대체로 제도 전면 재설계에 동의하고 있다. 서울시립대 사회복지학과 이진영 교수는 “현행 기준은 오히려 중산층 이상에게 유리하게 설계돼 있다”며 “절대빈곤 노인에게 더 집중해야 할 공적 예산이 분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정부가 재정 부담을 핑계로 지급 대상을 더는 넓히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는 가운데, 형평성 문제는 더욱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논란의 이면에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기초연금 예산도 자리하고 있다. 2014년 6조9000억 원이던 예산은 2025년 기준 26조1000억 원을 돌파했다. 고령 인구가 늘면서 수급 대상도 빠르게 증가하는 가운데, 재정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여기에 정치권도 가세하고 있다. 일부 국회의원들은 “기초연금은 빈곤노인에게 집중 지급해야 한다”는 취지의 법 개정안을 준비 중이다. 반면 반대편에서는 “소득의 정의가 복잡하고 불완전한 현실에서 단순히 수치를 기준으로 선을 긋는 것이야말로 불공정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일선 행정 현장에서는 이미 혼란이 감지되고 있다. 서울의 한 구청 기초생활보장 담당자는 “수급 여부를 문의하는 노인들 중 일부는 고급 아파트에 거주하거나 자녀가 고소득자인데도 본인이 받을 수 있는지 물어보는 경우가 많다”며 “공제 항목이나 소득인정액 기준이 워낙 복잡해 일반인들은 거의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번 국민연금연구원의 분석 결과는 오는 12월께 공개될 예정이다. 이후 복지부가 이를 바탕으로 실질적인 제도 개편에 착수할지 여부가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기초연금이 앞으로도 사회적 지지를 받기 위해선, ‘정말 필요한 사람에게 제대로 지급된다’는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입을 모은다.


현행 제도에 허점이 있다는 건 분명하다. 다만 그 허점을 어떻게 메울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아직 요원하다. 누군가에게는 단 30만 원의 연금이 생존을 위한 마지노선이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저녁 한 끼값에 지나지 않는다. 지금 우리가 묻고 확인해야 할 질문은 바로 이것이다. 그 30만 원, 누구에게 가야 마땅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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