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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인가, 예술인가? AI 밴드의 돌풍
  • 이시한 기자
  • 등록 2025-07-11 20:5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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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I 록밴드 ‘벨벳 선다운’, 음악계에 던진 도발
  • 가상인가, 진짜인가? 벨벳 선다운의 AI 음악 혁명
  • 스포티파이 차트를 뒤흔든 AI 밴드의 정체


AI 록밴드 ‘벨벳 선다운’의 돌풍, 음악의 진정성과 기술의 경계를 묻다


2025년 여름, 유럽의 신예 록밴드 ‘벨벳 선다운(The Velvet Sundown)’이 데뷔 2개월 만에 스포티파이 유럽 차트를 석권하며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이들의 음악, 가사, 심지어 멤버 이미지까지 인공지능(AI)으로 창작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음악계에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팩트체크를 통해 확인된 사실을 바탕으로, 이들의 성공과 논란, 그리고 AI 음악에 대한 대중의 엇갈린 반응을 조명한다.



폭발적 인기와 의혹의 씨앗

벨벳 선다운은 2025년 6월 5일 데뷔곡 ‘플로팅 온 에코(Floating on Echoes)’를 발표하며 단숨에 주목받았다. 1960년대 포크록을 연상시키는 이 곡은 스포티파이 유럽 차트 상위권에 안착하고, 영국, 스웨덴, 노르웨이의 일간 바이럴 차트 1위를 차지했다. 데뷔 15일 만에 후속곡 ‘더스트 앤 사일런스(Dust and Silence)’를 공개하고, 7월 14일 신곡 ‘페이퍼 선 리벨리온(Paper Sun Rebellion)’ 발표를 예고하며 빠른 행보를 이어갔다. 스포티파이 월간 청취자는 50만~110만 명으로 추정되며, 이는 정확한 수치가 공개되지 않아 과장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러나 이들의 음악 스타일이 1960년대 미국 록밴드 ‘크리던스 클리어워터 리바이벌’과 유사하고, 밴드 이름이 ‘벨벳 언더그라운드’를 연상시킨다는 지적이 나왔다. 오프라인 공연이나 언론 인터뷰 없이 SNS 중심의 활동만 이어가자, 이들의 정체에 대한 의문이 커졌다. 엑스(X)와 인스타그램에 업로드된 공연 사진에서 기타 줄이 끊어져 있거나 손가락이 기묘하게 합쳐진 모습 등 AI 생성 이미지의 오류가 포착되며 의혹이 증폭되었다.



AI 정체 드러내기와 사기극 논란

논란이 확산되자 벨벳 선다운은 초기에 “진짜 악기와 영혼으로 음악을 만들었다”며 AI 사용을 부인했다. 그러나 7월 5일 엑스를 통해 “음악, 가사, 캐릭터, 서사 모두 AI 플랫폼 ‘수노(Suno)’와 ‘페르소나(Persona)’를 활용해 제작되었다”고 시인했다. 이들은 “인간도 기계도 아닌, 그 사이 어딘가에 존재하는 합성 음악 프로젝트”라며 AI를 활용한 창작이 “음악의 창의성과 정체성을 탐구하는 예술적 도전”이라고 밝혔다.


일부 매체는 벨벳 선다운을 “치밀하게 계획된 사기극”이라며 비판했으나, 이는 바이럴 마케팅 전략일 가능성이 제기되며 의도와 맥락은 불분명하다. 롤링스톤은 대변인으로 주장된 앤드류 프렐론(가명)이 “언론과 대중을 속였다”고 밝혔다고 보도했지만,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



플랫폼의 상반된 대응

스포티파이는 AI 생성 콘텐츠에 대한 규제가 없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스포티파이 전 데이터 전문가 글렌 맥도날드는 AI 기반 추천 시스템이 가짜 음악의 성공 가능성을 높였다고 분석했다. 반면, 디저(Deezer)는 “AI 생성 콘텐츠를 허용하지 않는다”며 벨벳 선다운의 음원을 배제했다. 이러한 상반된 대응은 AI 음악에 대한 업계의 엇갈린 시각을 보여준다.



대중의 반응: 혁신과 회의의 갈림길

AI 음악에 대한 대중의 반응은 극명히 갈린다. 엑스 게시물을 통해 일부 팬들은 “AI로 만든 음악도 감정적으로 공감된다”며 기술의 가능성을 환영했다. 반면, “인간의 감정이 부족해 싸구려처럼 느껴진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2024년 국제저작권단체연맹(CISAC) 보고서에 따르면, AI 음악 시장은 2028년까지 약 24조 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나, 창작자 수익의 24%가 위협받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빌리 아일리시, 케이티 페리 등 200여 명의 뮤지션은 AI가 “인간 창의성을 훼손한다”며 사용 중단을 촉구했으나, 프로듀서 그라임스는 AI 음악으로 로열티를 나누는 모델을 제안하며 긍정적 활용을 강조했다.



AI 음악의 윤리와 법적 과제

벨벳 선다운의 사례는 AI 음악의 저작권과 윤리적 문제를 부각시켰다. 유니버설뮤직그룹(UMG)과 소니뮤직은 AI 플랫폼 수노와 유디오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으며, 한국 저작권법은 음성을 저작물로 규정하지 않아 AI 커버곡의 법적 판단이 모호하다. 엘비스 프레슬리의 AI 부활 공연 ‘엘비스 에볼루션’은 기술적 혁신으로 주목받았으나, 사후 초상권 침해 논란을 낳았다. 전문가들은 “AI가 기존 스타일을 모방할 수는 있지만, 감정적으로 공명하는 혁신적 음악을 만드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음악의 미래: 기술과 창의성의 공존

벨벳 선다운은 AI 음악이 창작의 민주화를 이끌 가능성을 보여준다. 사운드풀(Soundful)이나 사운드로우(Soundraw) 같은 플랫폼은 비전문가도 손쉽게 음악을 제작할 수 있게 한다. 한국의 김준석 음악 감독은 “AI를 레퍼런스로 활용하면 창작자들이 효율적으로 작업할 수 있다”며 긍정적 가능성을 언급했으나, “감정적 깊이와 퍼포먼스의 가치는 AI가 대체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오는 7월 14일 신곡 발표를 앞둔 벨벳 선다운은 “그들은 우리를 진짜라 부르지 않는다. 어쩌면 너희도 진짜가 아닐지 모른다”는 도발적인 메시지로 논쟁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의 돌풍은 AI가 음악 창작의 경계를 허물고 있지만, 진정성, 저작권, 그리고 인간 아티스트의 역할에 대한 논의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과제임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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