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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가깝지만 가장 복잡한 나라, 일본
일본행 항공편 예약 사이트는 늘 붐빈다. 2시간 남짓한 비행 시간, 완벽한 한글 서비스, 한국인의 입맛을 사로잡는 음식들까지. 여행지로서 일본만큼 매력적인 곳도 드물다. 그런데 묘하게도 우리는 같은 입으로 독도와 위안부 문제를 거론하며 분노한다. 한일전만 벌어지면 평소 스포츠에 무관심했던 사람까지 목청을 돋우며 응원에 나선다. 이 모순적 감정이야말로 한국인이 일본에 대해 느끼는 복잡한 심경의 단면이다.
10년의 한국 생활이 빚어낸 균형감
『지극히 사적인 일본』의 저자 나리카와 아야(成川 彩)는 이러한 한국인의 복잡한 심경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인물이다. 전 아사히신문 기자로서 10년 넘게 한국에 거주하며 일본에 한국 문화를 소개해온 그는, 양국을 오가며 체득한 특별한 시각을 이 책에 고스란히 담아냈다.
저자의 시선이 특별한 것은 단순한 관찰자가 아니라 '체험자'의 관점에서 출발한다는 점이다. 한국 사회 속에서 일본인으로 살아가며 느꼈던 미묘한 감정들, 그리고 언론인으로서 키워온 객관적 분석력이 절묘하게 결합되어 있다.
선입견을 걷어낸 일본의 진짜 모습
이 책의 가장 큰 강점은 우리가 놓치기 쉬운 일본의 '다양성'을 섬세하게 포착해낸다는 점이다. 흔히 일본을 하나의 단일한 정체성으로 뭉뚱그려 생각하기 쉽지만, 저자는 지역별로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는 일본 사회의 특징을 차근차근 설명한다.
역사와 관광, 문화와 심리, 정치와 사회 문제, 경제와 엔터테인먼트, 그리고 음식에 이르기까지 다루는 영역도 광범위하다. 하지만 각 주제를 다루는 저자의 접근법은 학술적 딱딱함보다는 현장에서 체험한 생생함에 기반한다. 덕분에 독자는 마치 현지인의 안내를 받으며 일본을 여행하는 듯한 생동감을 느낄 수 있다.
민감한 주제를 다루는 성숙한 자세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양국 간 민감한 현안들을 다루는 저자의 태도다. 회피하지도 않고 편향되지도 않으면서, 오히려 이러한 문제들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상호 이해의 실마리를 찾아간다. 정치인들의 수사가 아닌 일반 시민들의 솔직한 심경을 전달하고, 한국인의 분노와 상처를 이해하면서도 일본 사회 내부의 다양한 목소리들을 균형 있게 소개한다.
이는 저자가 단순한 정보 전달자가 아니라,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한 가교 역할을 자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의 글에서는 진정성 있는 소통에 대한 의지와 상호 오해를 풀어가려는 성숙한 자세가 느껴진다.
애증을 넘어선 이해로
결국 이 책이 한국의 독자에게 제안하는 것은 단순하다. 일본을 향한 우리의 복잡한 감정을 부정하지 말되, 대신 더 깊이 알고 더 정확히 이해하자는 것이다.
『지극히 사적인 일본』은 그러한 이해의 출발점이 될 수 있는 소중한 안내서다. 애증의 관계를 넘어 성숙한 이웃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먼저 상대를 제대로 아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 책이 그 첫걸음에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