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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천재인가 바보인가?... 베네수엘라 석유 카드의 진짜 계산
  • 이시한 기자
  • 등록 2026-01-09 15: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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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돈 되는 석유인가 오래 걸리는 석유인가
  • 석유는 말이고 정치는 계산이다
  • 상원이 묻는 비용의 시간표

White House 제공

베네수엘라 ‘석유 카드’에 숨은 두 가지 해석

미국이 베네수엘라에서 군사 작전을 벌여 니콜라스 마두로를 체포한 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운영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았다.  그 직후 미 상원은 트럼프의 추가 군사 행동을 의회 승인 없이 제한하려는 전쟁권한 결의안을 진전시키며 제동을 걸었다.

이 일련의 흐름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석유’다. 트럼프 진영은 베네수엘라의 막대한 원유 매장량을 거론하며 가격 안정, 공급 확대, 경쟁국 견제까지 한꺼번에 묶어 설명한다.
하지만 여기서 질문이 생긴다. 베네수엘라 원유는 “돈 되는 석유가 아니다”라는 평가도 적지 않다. 무겁고(heavy), 유황 함량이 높고, 생산·수송·정제 인프라가 망가져 있어 복구 자체가 장기전이라는 지적이 반복된다.
그래서 해석은 크게 두 갈래로 갈린다. 트럼프가 현실을 몰랐던 것인가, 아니면 알면서도 ‘석유’라는 명분을 정치적으로 활용한 것인가.


해석 1: “바보인가” : 매장량과 현금흐름을 혼동한 ‘옛 석유 인식’

첫 번째 시나리오는 단순하다. 트럼프가 “석유=곧바로 돈”이라는 과거의 도식에 머물렀을 가능성이다.

베네수엘라는 매장량 규모로는 세계 최상위권으로 거론되지만, 문제는 ‘품질’과 ‘설비’다. 현지 원유는 대체로 고유황·중질유 비중이 높아 운송과 정제 비용이 크고, 오랜 기간의 투자 부족과 관리 실패로 생산 시스템이 크게 훼손됐다는 진단이 이어져 왔다.

더 뼈아픈 건 시간표다. 영국 가디언은 리스타드 에너지(Rystad Energy) 추정치를 인용해, 생산을 대폭 끌어올리는 시나리오가 “수년”이 아니라 “10년 단위의 공사”에 가깝고 투자 규모도 천문학적이라고 전했다.  석유 전문 매체와 업계 분석에서도 “현재 생산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장기적으로 막대한 상류 투자가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관점에서 보면, 트럼프의 ‘베네수엘라 석유로 뭔가를 빨리 해내겠다’는 메시지는 현실과 속도가 맞지 않는다. 베네수엘라 석유가 “이익이 없다”고 단정하긴 어렵지만, 적어도 “단기간에 남는 장사”로 보기 어렵다는 점이 핵심이다.


White House 제공

해석 2: “천재인가” : 석유는 명분, 실전은 지지층·권력·외교 레버리지

반대로 트럼프가 경제성을 몰라서가 아니라, 알면서도 ‘석유’를 대중 정치 언어로 택했을 가능성도 크다. 이 경우 석유는 수익원이 아니라 설득 장치이자 통제 수단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구상은 “베네수엘라 석유를 다시 흐르게 하되, 그 수익은 미국 계정에서 관리해야 한다”는 식으로 제시되고 있다.  AP는 미국이 유조선 압류, 제재의 선택적 해제 등을 조합해 베네수엘라 원유의 운송·판매를 사실상 ‘관리’하려는 흐름을 전했다.

여기엔 국내 정치와 대외 전략이 동시에 겹친다. 첫째, “석유를 통제해 가격을 낮춘다”는 구호는 복잡한 설명 없이도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강력한 서사다.  둘째, 트럼프 측 설명에는 러시아·중국 같은 경쟁국의 접근을 제한하겠다는 구상이 포함돼 있다. 다만 이것을 ‘핵심 동기’로 단정하기보다는, 정책 명분으로 “함께 동원되는 논리” 정도로 보는 게 더 정확하다.

또 하나의 현실적 동기는 ‘성과 연출’이다. TIME은 마두로 체포 이후 미국 내 여론 흐름을 다루며, 강경 조치가 단기적으로 지지층의 정서와 맞물릴 수 있음을 시사했다.  트럼프 특유의 정치 문법을 감안하면, 석유의 경제성 그 자체보다 “우리가 통제했다”는 장면을 만드는 데 더 비중이 있었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상원이 던진 질문 : “성공”과 “정당성”은 다른 문제다

하지만 ‘천재’든 ‘바보’든, 워싱턴의 다음 전장은 베네수엘라가 아니라 의회가 될 공산이 크다. 상원은 전쟁권한 결의안을 진전시키며, 이번 작전이 단발성 ‘법 집행’인지 장기적 ‘군사 개입’인지 따져 묻고 있다.

정당성 논란도 커지고 있다. 로이터는 “미국의 마두로 체포가 국제법·미국법 관점에서 어떤 쟁점을 낳는가”를 별도 분석 기사로 다뤘다.  합법성의 균열이 커질수록, 트럼프가 노린 정치적 이익은 비용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


미 의회 = Pixabay

천재와 바보 사이를 가르는 건 ‘수익’이 아니라 ‘비용의 시간표’

베네수엘라 석유는 매장량이 크다. 동시에 회복이 어렵고 오래 걸린다.
따라서 이 사안을 “석유가 남느냐 마느냐”의 단순 계산으로만 보면 오판하기 쉽다.

트럼프가 정말로 몰랐다면, 그는 과거의 석유 문법으로 오늘을 읽은 셈이다.
트럼프가 알면서도 밀어붙였다면, 석유는 국민 설득과 권력 과시를 위한 ‘가장 쉬운 단어’였을 수 있다.

결국 승부는 여기서 갈린다.
베네수엘라를 ‘운영’하겠다는 선언이 장기 관리로 이어질 때, 미국이 치르게 될 비용은 무엇이며, 그 비용을 의회·국제사회·여론이 감당하도록 설득할 수 있느냐. 상원의 제동은 그 질문을 정면으로 던진 첫 신호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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