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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도 잡은 피해자’가 피고소인이 되는 나라라니.. 집을 지키려다 법정에 서는 사회
  • 이한우
  • 등록 2026-01-03 14:5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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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소장은 누구나 쓸 수 있다, 그래서 더 위험해졌다
  • 정당방위 조문과 현실 사이의 간극
  • 강도에게 남겨진 ‘두 번째 공격 수단’을 끊어야 한다

나나 인스타그램

사건의 본질은 단순합니다

배우 나나 씨는 지난해 11월 자택에 침입한 강도를 모친과 함께 몸싸움 끝에 제압했고, 해당 피의자는 특수강도상해 혐의로 구속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수사기관은 당시 제압 과정에서 발생한 상해를 정당방위로 판단해 나나 씨 측을 입건하지 않았다고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피의자가 최근 “살인미수” 취지로 나나 씨를 역고소했고, 경찰은 고소가 접수된 이상 절차에 따라 조사를 진행 중입니다. 교도소 접견 형식으로 고소인 조사까지 이뤄졌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핵심은 이것입니다. 칼을 들고 들어온 침입자를 붙잡아 넘긴 쪽이, 다시 ‘피고소인’이 됩니다. 이 장면이 대중에게 주는 충격은 “연예인이라서”가 아니라,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우리 집’의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정당방위는 조문에 있고, 공포는 현장에 있습니다

우리 형법은 정당방위를 인정합니다.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막기 위한 행위는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처벌하지 않는다고 못 박아놨습니다. 야간 등 불안한 상태에서 공포·경악·흥분·당황으로 방위 정도가 넘친 경우도 면책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현장에선 다릅니다. 침입자는 단 몇 초 만에 ‘가족의 생명’을 위협하고, 피해자는 그 몇 초 동안 ‘형법 조문’을 떠올릴 여유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사후엔 프레임이 바뀝니다. “어디까지가 상당했나”라는 문장으로, 피해자의 손과 발이 다시 심판대 위에 올라갑니다. 

이번 역고소가 성립 ‘가능’하다는 사실 자체가 문제의 출발점입니다. 누구나 고소할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 원칙이 ‘악성 역고소’에 악용되는 순간, 법은 가해자에게 2차 공격의 도구를 쥐여줍니다. 


나난 인스타그램

강도상해는 원래부터 ‘패가망신형’입니다…문제는 집행입니다

사실 법정형만 놓고 보면, 대한민국은 강도에 관대하지 않습니다.
야간 주거침입 강도나 흉기 휴대·2인 이상 합동 강도는 ‘특수강도’로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입니다.
강도가 사람을 상해하게 하면 ‘강도상해’로 무기 또는 7년 이상 징역입니다.

대법원 양형기준을 봐도, 특수강도는 기본 구간이 3년~6년, 가중 구간은 5년~8년으로 제시돼 있습니다. 누범 등 요건이 붙으면 상·하한을 더 올리는 구조입니다. 

그러니 “법이 약해서 이런 일이 벌어진다”는 말은 절반만 맞습니다. 법의 글자는 이미 무겁습니다. 문제는 ‘현장에서 체감되는 메시지’입니다. 침입 강도에게는 “한 번 질러보자”는 유혹이, 피해자에게는 “괜히 맞서면 내가 피곤해진다”는 공포가 남는다면, 그 사회는 이미 억제력을 잃고 있는 겁니다. 


악성 역고소는 ‘절차’가 아니라 ‘전략’이 됩니다

법조계에서는 이런 역고소가 정당방위 논란을 키워 형량을 줄이려는 전략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제도는 고민해야 합니다. “고소가 들어오면 어쩔 수 없다”로만 가면, 앞으로도 비슷한 사건에서 가해자는 뻔뻔하게 계산합니다. ‘맞아도 역고소 카드 한 장이면 된다’는 계산 말입니다.

악성 역고소를 막는 방법은 거창할 필요가 없습니다. 첫째, 이미 정당방위 판단이 충분히 내려진 사안은 신속히 각하·종결할 수 있는 내부 기준과 속도를 끌어올려야 합니다. 둘째, 허위 주장으로 피해자를 괴롭힌 정황이 뚜렷하다면 무고 등 책임을 엄정히 묻는 신호를 분명히 줘야 합니다. ‘절차의 권리’가 ‘협박의 도구’로 바뀌는 순간을 국가가 방치해선 안 됩니다.


나난 인스타그램

피해자가 안심하고 맞설 수 있어야, 범죄가 줄어듭니다

이번 사건을 보고 많은 시민이 마음속으로 계산기를 두드렸을 겁니다. “우리 집에 누가 들어오면, 나는 어디까지 할 수 있지?” 그 계산이 ‘법적 리스크’ 쪽으로 기울어지는 사회는 위험합니다. 주거침입 강도는 단순 재산범이 아니라 생명·신체를 겨누는 강력범죄입니다. 처벌은 ‘무겁게’가 아니라, ‘끝까지’여야 합니다. 

나나 씨 사건은 유명인 사건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자물쇠와 현관문을 가진 모든 사람의 사건입니다. 침입 강도에게는 다시는 같은 생각을 못 하게 만드는 처벌과 집행의 일관성이 필요합니다. 피해자에게는 “당신이 틀리지 않았다”는 국가의 빠르고 단단한 확인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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