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월 7일(현지시간) 내년도 (2027회계연도, FY2027) 미 군사(국방) 예산을 1조5천억 달러로 늘려야 한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매우 혼란스럽고 위험한 시대”를 이유로 들며, 기존 목표로 거론돼 온 1조 달러보다 더 큰 증액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AP는 현재 국방예산을 약 9010억 달러 수준으로 소개하며, 트럼프 구상이 단기간에 ‘점프’하는 증액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국방비 증액 자체만으로 ‘군국주의’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국방비가 어떤 방향의 힘을 키우는지에 따라 사회가 체감하는 온도는 달라진다. 취재를 종합하면 체크포인트는 세 가지다.
첫째, 증액분이 일시적 전시 비용인지, 상시적 군비 확장(장기 구조)인지다.
둘째, 외교·동맹·규범보다 군사 수단이 정책의 우선순위로 올라서는지다.
셋째, 의회 심의·감사·조달 투명성 같은 민간 통제 장치가 약화되는지다.
이번 트럼프 발언은 적어도 “장기적 규모 확대”를 상징하는 톱라인(1.5조 달러)을 먼저 제시했다는 점에서 논쟁을 키운다.

트럼프의 국방비 증액 메시지가 더 크게 들리는 배경에는 최근의 대외 행동과 맞물린 ‘동시성’이 있다. FT와 AP는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대외 군사·안보 사안을 강하게 끌고 가는 흐름 속에서 국방예산 대폭 증액 구상이 나왔다고 전했다.
또 트럼프가 그린란드 확보 구상과 관련해 “미군은 항상 옵션”이라는 취지의 백악관 설명이 나왔다는 로이터 보도도 같은 시기 쏟아졌다. 이런 장면이 누적되면, 국방비 증액이 ‘억지력 강화’가 아니라 ‘행동을 뒷받침하는 연료’로 읽히기 쉬워진다.
다만 기사에서 흔히 빠지는 대목이 있다. 예산은 곧바로 실행 권력이 아니다. 1.5조 달러는 제안이자 정치적 압박 카드이고, 실제 편성·증액 폭은 의회 문턱을 넘어야 한다는 점에서 변수는 남는다. AP도 민주당뿐 아니라 재정 보수 성향 공화당의 반발 가능성을 함께 언급했다.
트럼프가 국방비 숫자만 던진 게 아니라 방산업체의 ‘돈 쓰는 방식’까지 문제 삼은 점도 파장을 키운다. AP와 FT는 트럼프가 레이시온( RTX ) 등 주요 방산업체를 겨냥해 자사주 매입·배당을 멈추고 생산 능력을 끌어올리라는 취지의 압박을 했고, “그렇지 않으면 계약을 끊을 수 있다”는 메시지까지 나왔다고 보도했다.
국방비 증액과 ‘생산체제 전환’ 압박이 결합될 때, 정치적 체감은 ‘안보 강화’에서 ‘전시 경제’ 쪽으로 기울 수 있다.

비슷한 장면은 과거에도 있었다. 국방비 급증이 ‘시대의 공기’를 바꿔놓은 대표 사례는 다음과 같다.
1980년대 초 레이건 행정부 출범 직후 국방비가 빠르게 늘었다. 미 회계감사원(GAO)은 1981~1982 회계연도 국방예산 증가분이 720억 달러로, 1980년 대비 50% 증가라고 분석한 보고서를 남겼다. 위협 인식이 예산을 밀어 올리고, 예산 확대가 다시 강경 전략을 뒷받침하는 순환 구조가 형성됐다.
테러와의 전쟁 이후에는 전쟁 수행 비용이 보충·특별 지정 예산(긴급·OCO 등) 형태로 붙으면서, 기본 예산(베이스) 밖에서 지출이 커지는 흐름이 이어졌다. CRS 보고서는 9·11 이후 전쟁 관련 지출이 보충예산·OCO 등으로 집행돼 왔고, 이런 지정 예산이 한동안 예산 제약 밖에서 운용됐다는 점을 설명한다. CBO 역시 OCO가 “일시적 전시 비용”을 넘어 지속적 군사 활동 비용에 쓰이는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이 두 사례는 공통점을 남긴다. 국방비의 톱라인이 커지는 것만큼, 그 돈이 ‘임시’에서 ‘상시’로 고착되는 순간 정치 체감이 바뀐다는 점이다.
트럼프의 FY2027 1.5조 달러 구상은 분명 강한 신호다. 다만 이것이 ‘군국주의로의 회귀’인지, ‘억지력 강화’인지 가르는 기준은 다음 장면에 달려 있다.
증액이 실제로 현실화되는지, 증액분이 장기 군비 확장으로 굳어지는지, 외교보다 군사 옵션이 우선되는지, 조달·감사·의회 통제가 강화되는지 약화되는지. 이 네 가지가 정답을 만든다.
지금 단계에서 가장 정확한 질문은 하나다.
트럼프의 1.5조 달러는 ‘강한 미국’의 방패인가, ‘행동하는 미국’의 연료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