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연례정책 회의에서 연설하는 트럼프 = White House트럼프 스스로 인정한 탄핵 가능성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간선거에서 지면 민주당이 나를 탄핵할 이유를 찾아낼 것”이라며 사실상 탄핵 가능성을 스스로 입에 올렸다. 2026년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공화당 하원의원들을 향해 ‘패배=탄핵’ 구도를 내세우며 당내 결집을 압박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월 6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하원 공화당 연례 정책 회의 연설에서 “중간선거를 이겨야 한다. 우리가 이기지 못하면 그들(민주당)은 나를 탄핵할 이유를 찾을 것”이라며 “나는 탄핵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표현은 직설적이었고, 계산은 노골적이었다.
이 발언이 더 눈에 띄는 건, 트럼프가 그간 ‘공세적’ 언어로 정치 지형을 흔들어온 인물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에는 “내가 취약해질 수 있다”는 전제를 공개석상에서 인정했다는 데 있다. 워싱턴포스트도 이를 “정치적 취약성에 대한 드문 인정”으로 해석했다.
공화당 연례정책 회의에서 연설하는 트럼프 = White House
하원 ‘5석 차’가 바꾸는 권력…탄핵의 스위치는 하원에 있다
트럼프가 탄핵을 ‘중간선거 리스크’로 직결한 배경엔 숫자가 있다. 공화당은 현재 하원에서 5석차 정도의 근소 우위를 쥐고 있고, 이 구도가 뒤집히면 민주당은 하원 다수로 탄핵소추를 재가동할 수 있다.
물론 탄핵은 하원 의결로 끝나지 않는다. 상원의 탄핵심판에서 파면까지 가려면 통상 2/3 찬성이라는 높은 문턱이 필요하다. 트럼프의 경고는 그래서 ‘즉각 파면’이라기보다, 하원 장악이 곧바로 “조사·청문·탄핵 드라이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정치적 현실을 겨냥한다. 실제로 로이터는 일부 하원 민주당이 이미 트럼프 2기에서 권한 남용 등을 이유로 한 탄핵안을 발의했다고 전했다.
이번 발언의 1차 목적은 민주당을 향한 메시지가 아니라 공화당 내부를 향한 메시지다. 트럼프는 연설에서 당내 이견을 접고 “성별 이슈, 의료, 선거 공정성” 같은 자신이 정한 의제에 힘을 실어달라고 촉구했다. 의료 분야에서는 보수 강경파를 향해 낙태 관련 ‘하이드 수정조항(Hyde Amendment)’ 문제에서 “조금 유연해지라”는 취지의 발언도 덧붙였다.
즉, ‘탄핵 공포’로 의원들을 한 줄로 세우는 정치다. “우리가 분열하면, 당신들 의석이 아니라 내 생존이 위험하다”는 프레임을 깔아두면, 공화당 내 갈등(예산·복지·낙태·우크라이나/대외정책 등)을 ‘배신’으로 규정하기가 쉬워진다.
공화당 연례정책 회의에서 연설하는 트럼프 = White House두 번의 탄핵 기억을 소환…“나는 아무것도 아닌 걸로 두 번 당했다”
트럼프는 1기 때 하원에서 두 차례 탄핵소추를 당했고, 상원에서 두 번 모두 무죄(부결)로 끝났다. 이번에도 그는 “아무것도 아닌 걸로 두 번 탄핵당했다”는 식으로 과거 경험을 소환하며 ‘민주당은 또 할 것’이라는 정서를 지지층과 의원들에게 주입했다.
ABC는 1차 탄핵이 우크라이나 관련 의혹(권한남용·의회방해 등), 2차 탄핵이 2021년 1월 6일 사태 이후 ‘내란 선동’ 혐의였다고 정리했다.
다만 위험도 있다. 로이터는 트럼프가 생활물가·인플레이션 같은 체감 의제 언급은 제한적이었고, 대신 선거 전략과 문화전쟁성 의제를 강조했다고 전했다.
유권자에게 중간선거는 대개 “대통령 성적표”다. 그런데 대통령이 먼저 “지면 내가 탄핵당한다”고 말해버리면, 선거가 국정 평가에서 대통령 개인의 방탄 프로젝트로 보일 여지도 생긴다. 트럼프의 계산이 ‘결집’이라면, 민주당의 계산은 “그렇다면 더더욱 견제해야 한다”로 반전될 수 있다.
이번 발언은 탄핵이 당장 현실화된다는 예고라기보다, 2026년 중간선거의 성격을 스스로 규정한 정치 신호에 가깝다. 공화당엔 “한몸이 돼라”는 경고, 민주당엔 “칼을 쥐면 쓸 것”이라는 자극, 유권자에겐 “이번 선거는 대통령 권력 견제의 분기점”이라는 프레임을 던졌다.
트럼프가 스스로 인정한 건 탄핵 ‘확정’이 아니라 탄핵 ‘조건’이다. 그리고 그 조건은 결국 11월, 숫자로 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