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김정난이 최근 유튜브 채널에서 “황천길을 건널 뻔했다”고 털어놓으며 미주신경성 실신으로 인한 졸도와 응급실 이송 사실을 공개했다. 그의 고백 이후, 생소한 의학 용어처럼 들리는 이 증상이 실제로 어떤 상태인지, 또 누구에게, 어떤 상황에서 발생하는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김정난은 영상에서 “일주일 전에 갑자기 실신이 와서, 침실 옆에서 나도 모르게 졸도했다”며 “넘어지면서 협탁 모서리에 턱을 세게 부딪쳤고, 뼈가 만져질 정도였다. 119를 불러 응급실로 가 CT와 X선 검사를 받았다”고 밝혔다.
실신 자체도 위험하지만, 쓰러지는 과정에서 머리나 얼굴을 부딪히며 2차 부상을 입을 수 있다는 점이 이 증상의 진짜 위험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미주신경성 실신(vasovagal syncope)은 실신 유형 가운데 가장 흔한 형태로, 극도의 긴장·통증·심리적 충격 등으로 인해 자율신경계 조절이 순간적으로 무너지는 상태를 말한다.
우리 몸에는 심장 박동과 혈압을 자동으로 조절하는 자율신경계가 있는데, 그중 하나인 미주신경(Vagus nerve)이 과도하게 활성화되면 심장 박동이 갑자기 느려지고 혈관이 확장되면서 혈압이 떨어지며 그 결과 뇌로 가는 혈류가 일시적으로 줄어들어 짧은 시간 동안 의식을 잃게 된다.
이때 나타나는 것이 바로 미주신경성 실신이다.
대부분의 경우 의식은 수십 초 이내에 회복되지만, 문제는 그 사이에 어떤 자세·어떤 장소에서 쓰러지느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진다는 점이다. 김정난은 침대 옆 협탁 모서리에 턱을 강하게 부딪혀 “뼈가 만져질 정도였다”고 말할 정도로 큰 부상을 입었고, 뇌출혈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CT 촬영까지 받아야 했다.
미주신경성 실신은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 이유 없이 갑자기 쓰러진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특정 상황이 촉발 요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유발 상황은 다음과 같이 알려져 있다.
1) 극심한 통증이나 피를 보는 상황, 주사·채혈 공포
2) 뜨겁고 답답한 실내 환경
3) 장시간 서 있거나, 자세 변화가 급격할 때
4) 심한 긴장, 불안, 심리적 충격
5) 탈수, 과로, 수면 부족 등으로 체력이 떨어진 상태
6) 배변, 기침 등으로 복압이 갑자기 높아질 때
김정난의 경우도, 정확한 의학적 원인은 추가 진단이 필요하지만,
본인의 설명대로 갑작스러운 실신이 집 안, 침실 옆에서 일어난 만큼, 과로나 스트레스, 피로 누적 등으로 자율신경계의 균형이 흔들린 상태였을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

미주신경성 실신은 특정 병력이 있는 사람에게만 나타나는 질환이 아니다.
격한 운동을 하는 사람, 바쁜 직장인, 연예인, 학생 등 외형상 ‘건강해 보이는 사람’에게서도 충분히 나타날 수 있다.
의학 보고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사람에게서 상대적으로 더 잘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
- 10대부터 30대까지의 젊은 연령층
- 긴장·불안에 민감한 성향을 가진 사람
- 원래 혈압이 낮은 저혈압 체질
- 과로·탈수·수면 부족이 반복되는 생활을 하는 사람
- 감정 기복이 크거나, 극도의 스트레스를 자주 받는 직업군
연예인처럼 스케줄이 불규칙하고, 체력 소모가 많으며, 심리적 긴장도가 높은 일을 하는 사람은 이러한 조건이 겹치기 쉽다.
미주신경성 실신은 아무 예고 없이 찾아오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많은 환자들이 다음과 같은 전조 증상을 경험했다는 점을 공통적으로 이야기한다.
- 갑자기 귀가 멍해지고 주변 소리가 멀어지는 느낌
- 시야가 좁아지거나 흐릿해짐
- 식은땀이 나고 속이 울렁거림
- 얼굴이 창백해지고 힘이 빠지는 느낌
- 갑작스러운 어지러움과 함께 “몸이 푹 꺼지는 듯한” 감각
이때 가장 중요한 대응은 즉시 앉거나 눕는 것이다.
특히 바닥에 누우면서 다리를 약간 올려주면 뇌로 가는 혈류가 빨리 회복되어 실신을 막거나, 최소한 안전한 자세에서 의식을 잃게 해 2차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김정난이 겪은 것처럼, 전조 증상 없이 바로 의식을 잃는 경우도 있어 완벽한 예방은 어렵지만, 몸의 작은 이상 신호를 가볍게 넘기지 않는 태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미주신경성 실신은 대개 심장 질환처럼 구조적인 이상이 있는 경우가 아니라, 자율신경계의 기능적 문제로 분류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한두 번에 그칠 경우, 특별한 약물 치료 없이 생활습관 조절과 교육만으로 관리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실신이 자주 반복되거나 쓰러지는 장소가 위험할 가능성이 크거나 실신 후에도 어지러움·흉통 등이 계속될 경우에는 심전도, 혈압 반응 검사, 경사 테이블 검사(titl-table test) 등을 통해 정확한 진단과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조언이다.
김정난의 고백은 미주신경성 실신이 결코 특별한 사람에게만 찾아오는 이상 현상이 아니라,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몸의 비상 신호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보여준다.
자신도 모르게 쓰러지는 그 짧은 순간이 턱뼈 손상, 뇌출혈, 심지어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는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미주신경성 실신은 단순한 “기절” 정도로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되는 증상이다.
과로와 스트레스가 일상화된 시대에, 김정난의 경험담은 우리 몸이 보내는 작은 이상 신호를 “그냥 피곤해서 그러겠지”라며 넘기지 말고, 한 번쯤 멈춰 서서 자신의 건강 상태를 점검해 보라는 경고로 읽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