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사진: Youngjin)
광화문은 한국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소통의 상징으로 자리해왔다. 조선 시대 광화문은 궁궐의 정문이자 나라의 대문이었고, 그 앞의 광장은 육조거리라 불리며 국가 행정의 중심이었다.
광화문 앞에는 돌 기단인 월대(月臺)가 있었다. 월대가 있는 광화문 앞의 공간은국가 행사가 있을 때 왕과 백성이 만나는 장소, 왕이 직접 참관하는 무과시험이 열리는 장소, 그리고 왕세자가 백성에게 곡식을 하사하는 장소가 되기도 하였으며, 외교 사절을 맞이하는 의례의 무대이기도 했다. 곧 광화문은 왕과 정부, 백성이 소통하는 공간이었다.
사진: 국가유산청 경복궁 광화문 월대 발굴조사보고서 제공
그러나 일제강점기와 전쟁을 거치며 광화문과 월대는 훼손과 단절을 겪었다. 궁의 정문인 광화문은 제자리를 잃었고 월대는 사라졌다. 근현대사의 아픔은 그대로 광화문에 남았다. 이후 여러 차례 복원을 거쳐 오늘날 광화문은 본래의 모습을 되찾았고, 광장 역시 새롭게 조성되었다. 광화문 광장 한쪽에는 발굴된 유적이 전시돼 시민들이 과거의 숨결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복원은 과거의 재현에서 멈추지 않았다. 오늘의 광화문 광장은 집회와 축제, 전시와 공연이 열리는 민주적 공간으로 거듭났다. 시민들이 일상의 시간을 나누고 문화를 향유하는 곳, 전통의 소통 기능이 현대적 의미로 다시 살아난 것이다.
여기에 디지털 기술이 더해지며 광화문의 얼굴은 한층 확장된다. ‘서울라이트 광화문’ 같은 빛의 축제는 광화문 외벽을 거대한 캔버스로 바꾸어 놓았다. 빛과 영상은 역사를 재해석하며, 전통 건축과 첨단 기술이 어우러진 무대를 만든다. 한국 작가뿐 아니라 해외 작가들도 참여해 광화문은 이제 세계와 소통하는 문화의 장으로 나아가고 있다.
2024 서울라이트 광화문 미디어 파사드 (사진: 서울라이트 광화문 홈페이지 제공)
전통은 단순한 고정 보존이 아니다. 디지털과 AI 기술은 전통을 오늘의 감각 속에서 되살리며 미래로 이어준다. 광화문은 그 과정을 보여주는 대표적 무대다.
광화문은 세 가지 얼굴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과거에는 왕과 백성이 소통하는 공간이었고, 오늘날에는 시민이 모이고 문화를 즐기는 민주적 광장이다. 디지털 시대에는 전 세계가 함께 공유하는 문화 플랫폼으로 확장되고 있다.
광화문의 복원은 단순히 건물이 제 모습을 되찾은 일이 아니다. 그것은 전통이 현재 속에 살아 있으며, 디지털과 만나 미래로 이어진다는 선언이다. 전통은 과거에 머무르지 않는다. 끊임없이 해석되고 확장된다. 광화문은 그 사실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공간이다.
글: 천수연(서울사이버대학교 한국어교육학과 대우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