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처음 펼쳤을 때는 솔직히 반신반의했다. “이 단순한 메시지 하나로 책 한 권이 가능할까?” 그러나 다 읽고 나니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었다. 단순함이 오히려 힘이 된다는 것을, 잘 다듬어진 강연처럼 이 책은 내내 증명해주었다. 《5초의 법칙》으로 이미 전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강연가이자 베스트셀러 작가 멜 로빈스, 그리고 466만 명의 구독자를 가진 자기계발 스타의 신작 《렛뎀 이론(Let Them Theory)》은 그야말로 요즘 가장 뜨거운 화제작이다.
이 책의 메시지는 단순하다. Let Them. 한국어로는 “그들을 놔두라” 정도가 될 것이다. 얼핏 보면 겨울왕국의 주제가 Let it go와 닮았지만, 의미에는 차이가 있다. Let it go가 ‘그냥 잊어버려라, 신경 쓰지 마라’는 뜻이라면, Let them은 조금 더 주체적이다. “남들이 뭐라고 하든 나는 내 길을 간다”는 선언에 가깝다. 남의 말과 행동에 휘둘리지 않고 나 자신을 지켜내는, 의외로 강렬한 태도다.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1부에서는 렛뎀 이론 자체를 설명하고, 2부는 이를 자기 자신에게 적용하는 법을 다룬다. 여기서 핵심은 남의 평가와 비교, 타인의 감정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마지막 3부에서는 인간관계에 이 이론을 확장한다. 우정, 가족, 사랑, 도움 주기… 결국 “내버려두기”는 나로부터 시작해 타인과의 관계까지 이어지는 기술이다.
우리가 힘들어하는 이유는 대부분 ‘통제할 수 없는 것을 통제하려는 시도’에서 비롯된다. 상대방의 마음, 평가, 행동은 애초에 내 영역이 아니다. 그런데 우리는 끊임없이 그것을 조종하려 애쓰고, 결국 좌절한다. 멜 로빈스는 여기에 명확한 경계를 긋는다. 내버려두기는 무기력한 포기가 아니라, 애초에 내 것이 아닌 통제권을 인정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것을 손 놓고 있자는 게 아니다. 이 책의 중요한 메시지는 ‘내버려두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바로 “내가 하기”다. 타인이 어떻게 반응하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행동을 하라는 것이다. 회사가 나를 인정하지 않아도, 내 실력을 갈고닦고 이력서를 새로 쓰는 것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다. 친구들이 나 없이 여행을 가더라도, 그들과의 거리를 좁히고 싶다면 내가 먼저 다가가는 것 역시 내 선택이다. 결국 삶의 주도권은 남이 아니라 나에게 있다는 것을 일깨운다.
멜 로빈스는 아들의 졸업 파티에서 이 깨달음을 얻었고, 이를 담은 짧은 영상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놀랍게도 하루 만에 1,500만 명이 시청했고, 수만 개의 댓글이 달렸다. 사람들은 ‘드디어 마음이 가벼워졌다’며 열광했고, 누군가는 ‘Let Them’이라는 문구를 몸에 새겼다. 이후 팟캐스트로 확장된 이 메시지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공유된 에피소드 중 하나로 기록되었다. 단순한 두 단어가 이토록 폭발적인 공감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책은 사례와 심리학, 신경과학, 고대 철학의 지혜까지 동원해 “내버려두기”의 효과를 설득력 있게 풀어낸다. 예컨대 뒷자리 승객이 계속 기침을 할 때, 우리는 짜증을 내며 불안해하지만, 사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마스크를 쓰고 이어폰을 끼는 것이다. 회의에서 내 아이디어가 외면받을 때, 그것은 단순히 그들의 선택일 뿐 내 아이디어의 가치를 훼손하지는 않는다.
저자는 이를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변화를 여덟 가지 영역으로 정리한다. 자기 돌봄의 시간, 감정의 명확성, 유연한 태도, 정신 건강의 회복, 충만한 삶, 그리고 건강한 인간관계. 모두가 남을 바꾸려는 집착을 버리고 나에게 집중할 때 비로소 주어지는 선물이다.
이 책이 특별히 마음에 와닿는 이유는 멜 로빈스가 자신을 숨기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실패담과 부족한 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완벽한 삶을 보여주며 “나처럼 하라”고 외치는 대신, “나도 잘 안 된다. 그래서 이런 방법이 필요했다”고 고백한다. 그래서 이 책은 자기계발서이면서도 에세이 같은 따뜻한 진정성을 품고 있다. 읽는 내내 누군가 옆에서 솔직하게 털어놓는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었다.
《렛뎀 이론》은 단순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다. 나를 괴롭히는 대부분의 문제는 사실 내 손을 떠난 것이며, 억지로 움켜쥘수록 상처만 깊어진다. “내버려두자.” 이 짧은 말은 내 삶의 시소가 한쪽으로 기울 때 균형을 회복하는 주문처럼 작용한다.
세상은 언제나 시끄럽다. 누군가는 칭찬하고, 누군가는 비난한다. 그들의 목소리에 휘둘릴 필요가 없다. 그들은 그들의 길을 가게 두고, 나는 나의 길을 걸으면 된다. 멜 로빈스가 전하는 메시지는 결국 단순하다. 하지만 단순하기에 더 강력하다.
“그들이 자기 삶을 살게 내버려둘수록, 당신의 삶은 더 좋아진다.”
이 한 문장을 마음속에 새기며 책을 덮었다. 어느새 마음도 훨씬 가벼워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