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반도체 강자 엔비디아가 2025년 2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매출 467억 달러, 순이익 264억 달러로 전년 대비 각각 56%, 59% 급증하며 역대급 성과를 기록했다. 조정 주당순이익(EPS)은 1.05달러로 시장 기대치를 웃돌았다. 그러나 발표 직후 주가는 3% 가까이 떨어졌다. 중국 수출 제한과 AI 과열 논란이 겹치면서 성장세에 대한 시장의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엔비디아 제공
엔비디아의 2분기 실적을 견인한 것은 데이터센터 부문이었다. 매출은 411억 달러로 전체의 88%를 차지하며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특히 차세대 GPU 아키텍처 ‘블랙웰(Blackwell)’ 기반 제품이 전분기 대비 17% 증가하며 수요 강세를 보여줬다.
CEO 젠슨 황은 컨퍼런스 콜에서 “블랙웰은 전 세계가 기다려온 AI 플랫폼”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실적은 호조였지만, 주가 반응은 냉담했다. 애널리스트들이 3분기 매출을 600억 달러 이상으로 기대했으나, 엔비디아가 제시한 전망치는 540억 달러(±2%)였다. CFO 콜렛 크레스는 “중국향 H20 칩 매출을 제외한 수치”라고 설명했지만, 투자자들은 대중 수출 제한이 장기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여기에 데이터센터 매출이 예상치를 다소 밑돌면서 ‘AI 버블’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장기적 성장 가능성에 대한 기대는 여전히 크다. 젠슨 황은 “AI 스타트업의 매출이 올해 200억 달러에서 내년 2천억 달러로 10배 성장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GPU가 사실상 업계 표준으로 자리잡은 상황에서, AI 산업 성장세는 곧 엔비디아의 성장과 직결된다는 분석이다.
회사는 올해 상반기에만 243억 달러를 주주에게 환원했고, 600억 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획도 밝혔다.
그러나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중국은 세계 AI 연구자의 절반이 활동하는 핵심 시장이지만, 미국 정부의 규제로 H20 칩 판매는 제약을 받고 있다. 조건부 허용된 판매에도 15% 리베이트가 붙어 수익성 저하가 불가피하다.
시장 전문가들은 “중국 변수는 단기 실적뿐 아니라 중장기 전략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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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루빈(Rubin)’이 승부처
엔비디아의 다음 승부수는 2026년 공개 예정인 차세대 GPU ‘루빈(Rubin)’이다. 루빈은 블랙웰보다 향상된 에너지 효율과 연산 성능을 갖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루빈이 기대대로 성능을 입증할 경우 엔비디아가 다시 한번 ‘게임 체인저’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AI가 자율주행, 로보틱스, 바이오헬스 등 실물 산업으로 확산되는 과정에서 GPU 수요는 계속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엔비디아는 여전히 ‘AI 시대의 제국’으로 불리지만, 단순한 매출 성장만으로는 시장을 만족시키기 어려운 단계에 이르렀다. 규제 리스크, AI 과열 논란, 경쟁사의 추격 등 넘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실적 신기록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흔들린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앞으로 엔비디아가 불확실성을 넘어 또다시 혁신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전 세계 투자자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