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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유승준 비자 거부는 위법”… 한국에 올 수 있다는 말인가?
  • 이동원 기자
  • 등록 2025-08-28 15: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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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3년 만의 변화, 유승준 비자 소송 승소
  • 서울행정법원 “비자 거부 취소”… 입국금지는 여전히 유효
  • “병역 기피 정당화 아냐”… 법원, 유승준 비자 발급 인정

유승준 한국에 올 수 있다는 말인가?


가수 유승준(미국명 스티브 승준 유) 씨의 한국 입국 길이 다시 열릴 수 있을까. 8월 28일 서울행정법원이 그의 비자 발급 거부 처분을 취소하라는 판결을 내리면서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02년 병역 기피 논란으로 사실상 영구 입국 금지된 지 23년 만에, 그가 한국 땅을 밟을 수 있는 법적 단초가 마련된 셈이다. 하지만 동시에 법원은 법무부의 입국금지 조치를 유지한다고 밝혀, 실제 귀국 가능성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유승준 SNS 캡쳐

판결의 핵심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는 유승준 씨가 주LA총영사관을 상대로 낸 ‘사증발급 거부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총영사관이 비자 발급을 거부한 것은 정당한 사유 없는 재량권 남용”이라며 거부 처분을 취소해야 한다고 밝혔다. 쉽게 말해, 외교 당국이 그에게 비자를 주지 않은 건 법적으로 과하다는 의미다.

그러나 같은 재판부는 유 씨가 따로 제기한 ‘입국금지 무효 확인 소송’은 각하했다. 입국금지 조치는 법무부의 권한이며 이번 소송의 판단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였다. 결과적으로 유승준 씨는 ‘비자를 받을 권리’는 되찾았지만, 한국 땅을 밟을 수 있는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20년 넘게 이어진 입국금지의 배경

유승준 씨 사건은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국내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그는 병역 의무를 다하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했지만, 입대를 앞두고 미국 시민권을 선택했다. 그 순간 한국 사회는 ‘배신’이라는 단어를 붙였고, 병무청은 그를 병역 기피자로 규정했다. 법무부는 곧바로 입국금지 결정을 내렸고, 그 조치는 지금까지 이어져왔다.

이후 유 씨는 여러 차례 반성문을 내고, 방송이나 SNS를 통해 눈물로 호소했지만 여론은 냉담했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 병역 의무는 민감한 주제이기 때문에, ‘20년이 지나도 용서할 수 없다’는 인식이 강하게 남아 있었다.


법원의 달라진 시각

이번 판결에서 주목할 점은 재판부가 과거 행위를 정당화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번 판결이 유 씨의 병역 기피를 정당화하는 것은 아니며, 단지 현재 시점에서 그의 입국이 국익이나 질서를 해칠 명백한 이유는 없다”고 설명했다. 즉, 과거는 과거대로 비판받아야 하지만, 법적으로는 입국을 막을 실질적 이유가 부족하다는 판단이다.

이는 법원이 행정권의 ‘과도한 제재’를 제어한 사례로도 볼 수 있다. 20년 넘게 이어진 ‘무기한 입국금지’가 적절한지에 대해 다시 질문을 던진 셈이다.


앞으로의 절차

하지만 이번 판결이 곧바로 입국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우선 외교부와 법무부가 항소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과거에도 유승준 씨가 일부 승소했을 때 정부는 곧바로 항소했고, 대법원까지 이어진 바 있다. 이번에도 상급심으로 갈 경우 최종 결론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또 설령 비자가 발급된다 하더라도, 법무부의 입국금지 조치가 그대로라면 그는 공항 입국장에서 막힐 수 있다. 따라서 현실적으로는 ‘비자 발급 취소 소송’과 ‘입국금지 무효 소송’이 병행되어야 길이 열린다. 결국 진짜 관건은 법무부가 입국금지를 해제할지 여부다.


유승준 SNS 캡쳐

여론이라는 변수

무엇보다 중요한 건 사회적 분위기다. 유승준 씨는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병역 기피 연예인’으로 각인되어 있다. 특히 병역 의무를 다하는 수많은 청년과 그 가족들 입장에서 그의 귀국은 불편한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정부 역시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에, 정치적 부담을 감수하고까지 입국을 허용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반대로 시간이 흐르며 “20년 넘게 제재를 유지하는 게 과연 합리적이냐”는 목소리도 조금씩 나오고 있다. 세대가 바뀌며 감정적 반발이 약해지고, 법적 판단이 누적되면 정부도 태도를 바꿀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현실적인 전망

단기적으로는 유승준 씨가 한국에 오는 그림을 그리긴 어렵다. 정부가 항소할 경우 법적 공방은 최소 1~2년은 더 이어질 것이고, 그 사이 입국금지는 그대로 유지된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대법원에서 그의 손을 다시 들어준다면, 정부는 제도적으로 입국금지를 풀어야 할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결국 이번 판결은 그에게 ‘실낱 같은 희망’을 준 것이지, 당장 귀국 티켓을 준 것은 아니다.


결론 대신 남겨진 질문

유승준 씨는 이번 판결로 다시 한번 한국과 가까워졌다. 그러나 아직 문은 활짝 열린 게 아니라, 반쯤 열린 셈이다. 정부의 항소, 법무부의 입국금지 조치, 그리고 여론이라는 세 가지 장벽이 그를 막고 있다. 이번 판결이 한국 사회에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다. “과거의 잘못을 어디까지, 언제까지 책임지게 할 것인가.” 이제 공은 다시 정부와 사회 전체로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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