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 과장은 최근 아파트를 처분한 뒤 IRP 계좌로 자금을 이동했다. 그는 IRP 내 규정상 '안전자산'이지만 채권·주식 혼합 ETF를 활용해 위험자산 비중을 국내외 위험투자 기준 한도(70%)를 넘긴 85% 수준으로 높이는 전략을 선택했다. 이는 IRP 시장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는 ‘저축에서 투자로’ 전환 흐름의 한 단면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5년 1분기 개인형퇴직연금(IRP) 적립금은 107조 6,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약 28.5% 증가했다. 이러한 급성장은 IRP가 퇴직연금 시장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았음을 방증한다. 하나금융연구소 보고서에서도 최근 5년간 제도 개편을 통해 IRP가 시장 확대를 주도했다고 밝혔다.
김 과장은 자신을 ‘공격 투자형’이라 칭하며, IRP 계좌의 안전자산 규정을 '역이용'했다. 그는 S&P500 ETF 등 위험자산 비중을 IRP 내 허용 한계 70%까지 채우고, 남은 안전자산 몫에는 미국 배당주와 미국 국채가 혼합된 ETF(SOL 미국배당미국채혼합50)를 담아 위험자산 비중을 사실상 85%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IRP 내에서는 실적배당형 상품 비중이 높은 가입자들이 두 배 수준의 수익률(9% 수준)을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2024년 전체 퇴직연금 가입자 평균 수익률은 4.77%였던 반면, 상위 10% 가입자들은 ETF 중심의 운용으로 9% 수준의 수익을 실현했다.
또한, 증권권에서의 IRP 가입자 가운데 상위 10%는 실적배당형 상품을 90% 이상 포함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경우도 있다.
금융 전문가들은 과거 퇴직연금이 예·적금 중심의 안전 자산 중심이었으나, 물가 상승과 기대수명의 장기화로 인해 실질 자산 가치를 유지하기 위한 투자 중심의 구조로 변화 중이라고 진단한다.
IRP 투자 전략의 변화는 ETF 상품 다양화와 연관되어 있다.
국내에서는 SOL, ACE, KODEX 등 주식·채권 혼합형 ETF가 IRP 안전자산으로 인정되며 크게 인기를 얻고 있다.
이와 함께 IRP 가입자는 자산 분산 전략 수립, 정기 점검, 전문가 조언 활용 등의 전략이 필요하다. IRP는 세액공제를 통한 절세 효과도 병행됨으로써 노후 자산 운용의 핵심 도구로 부상했다.
김 과장의 사례는 IRP라는 퇴직연금의 역할이 단순한 저축을 넘어 능동적 투자로 확장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IRP 시장 규모가 커지는 만큼, 개인별 자금 활용 전략도 진화 중이며, ETF 활용은 핵심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다만, 안전자산 규정이 존재하는 만큼 리스크 관리와 전략적 상품 선택이 필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