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더리움이 다시 한 번 세계 금융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2025년 8월 22일, 미국 와이오밍 잭슨홀에서 열린 경제 심포지엄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언급한 직후, 이더리움 가격은 급등했다. 단 하루 만에 14% 이상 뛰어오르며 장중 한때 4,879달러를 기록, 2021년 세운 전고점을 가볍게 넘어섰다. 이는 단순한 가격 상승이 아니라, 글로벌 투자 지형과 제도권 금융의 흐름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더리움의 이번 상승을 설명하는 첫 번째 요인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정책 변화다. 잭슨홀 심포지엄에서 파월 의장은 “물가 안정세가 확인되는 만큼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금리가 내려가면 안전자산인 달러와 국채의 매력은 줄고, 상대적으로 위험 자산에 자금이 몰린다. 암호화폐는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대체 투자처다. 시장은 즉각 반응했고, 이더리움은 ‘금리 인하 기대’라는 호재를 가장 민감하게 반영했다.
2025년 들어 비트코인은 먼저 신고가를 경신했다. 이후 투자자들의 시선은 “그다음은 누구 차례인가”로 향했다. 이더리움은 스마트 콘트랙트와 디파이, NFT 같은 실질적 활용 기반을 갖춘 덕분에 자연스럽게 후보에 올랐다. 실제로 연초 이후 지금까지 비트코인이 약 25% 상승한 데 비해, 이더리움은 45% 이상 뛰어오르며 더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렸다. 시장에서는 이를 ‘catch-up trade’, 즉 후발 주자의 추격매수 현상으로 해석한다.
가격을 끌어올린 또 다른 요인은 기관 투자자의 움직임이다. 최근 몇 달간 블랙록, 골드만삭스 등 글로벌 금융사는 이더리움 기반 ETF와 파생상품을 속속 선보이며 시장에 진입했다. 과거엔 개인 투자자 중심이던 암호화폐 시장에 제도권 자본이 본격적으로 들어온 셈이다. 다만 ‘대량 확보’라기보다는 상품 설계와 운용을 통해 노출을 확대하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이 같은 변화는 이더리움이 단순한 투기 대상이 아닌 ‘제도권 투자 자산’으로 편입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거 이더리움의 가장 큰 리스크 중 하나는 불확실한 규제 환경이었다. 하지만 최근 미국 의회를 통과한 ‘GENIUS Act’는 판을 바꿨다. 이 법은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운용을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이는 역할을 한다. 테더(USDT), USD코인(USDC) 등 주요 스테이블코인의 상당수가 이더리움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법은 곧 이더리움 생태계의 안정성을 강화하는 결과를 낳았다. 시장이 규제를 ‘위협’이 아니라 ‘안전장치’로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더리움의 최근 네트워크 업그레이드 ‘Pectra’도 빼놓을 수 없다. 이번 업그레이드는 거래 효율성과 확장성을 개선해 사용자 경험을 한층 강화했다. 과거에는 높은 수수료와 처리 지연이 이더리움의 고질적인 약점이었지만, 개선된 구조는 대규모 디파이 서비스나 기업 활용에도 적합하다. 즉, 가격 상승이 단순히 투기적 흐름이 아니라, 기술적 기반이 강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실리콘밸리 거물 피터 틸 역시 이더리움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최근 인터뷰에서 “이더리움은 미래 금융 인프라의 중심이 될 잠재력이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 매수 규모나 투자 비중이 공개된 것은 아니지만, 글로벌 벤처투자계의 대표 인물이 이더리움의 가능성을 언급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시장은 크게 반응했다. 암호화폐에 대한 신뢰는 결국 ‘누가 옹호하는가’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단기적으로 이더리움은 5,000달러 돌파가 무난하리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금리 인하 기대, 기관의 참여, 규제 환경 안정, 네트워크 업그레이드라는 4박자가 맞아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올 연말까지 7,000~8,000달러 도달 가능성까지 언급한다.
그러나 낙관론만 있는 건 아니다. 시장 과열에 따른 급격한 조정 가능성, 규제 집행 과정에서의 돌발 변수, 그리고 기관 자금의 단기 이탈 위험은 여전히 경계해야 한다. 실제로 이더리움은 하루 만에도 수백 달러의 등락을 보이는 변동성을 가진 자산이다.
위험요소에도 불구하고 이더리움의 장기적 성장 스토리는 견고하다. 스마트 콘트랙트와 디파이, NFT, 그리고 앞으로의 탈중앙화 애플리케이션까지, 이더리움은 여전히 블록체인 생태계의 표준 플랫폼으로 자리잡고 있다. ‘Pectra’ 업그레이드와 함께, 내년에는 더 많은 지역 AI·핀테크 프로젝트에서 이더리움이 핵심 인프라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