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의 한 육군 부대에서 근무하던 30대 군무원이 무려 15개월 동안 부대 사무실에서 몰래 숙식하다가 적발됐다. 사건은 정기 점검이 아닌 내부 제보에 따른 감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군은 해당 군무원에게 올해 4월 독신 숙소를 배정했으며, 현재 관련 법규에 따라 징계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군에 따르면 제39사단 예비군 훈련대 소속 군무원 A씨는 지난해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약 15개월간 퇴근하지 않고 부대 사무실에서 생활했다. 동료들이 퇴근한 뒤 사무실 소파에서 잠을 자고, 세탁과 개인 용무를 해결한 사실이 확인됐다.
군은 “한 제보자가 ‘사무실을 사적으로 사용한다’고 알려왔고, 감찰 조사에서 사실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조사 과정에서 A씨는 “개인적인 가정 형편이 어려워 주거지를 마련하기 힘들었다”고 진술했다. 그는 정상적으로 근무를 수행했지만, 퇴근 후에도 부대를 떠나지 않고 업무 공간을 사실상 숙소처럼 사용해 왔다.
군 관계자는 “군무원은 군인이 아니어서 퇴근 후 생활까지 관리하지는 않지만, 보안 구역인 사무실을 장기간 개인 숙소처럼 사용한 것은 명백한 위반”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군 내부 관리 체계의 허점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군무원은 군 조직에 속해 있지만 군인처럼 생활관에 거주하지 않으며, 근무 외 시간에 대한 통제가 느슨하다. 이 틈을 파고들어 A씨는 1년 넘게 은밀히 생활할 수 있었다.
전문가들은 “제보가 아니었다면 더 길게 이어졌을 수도 있다”며 “업무 공간을 사적으로 사용하는 행위가 장기간 방치됐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군은 현재까지 보안 유출이나 외부인 출입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군사 전문가들은 “보안 사고는 뒤늦게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며 철저한 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군무원들의 처우 문제도 이번 사건의 배경일 수 있다고 본다. 군무원은 공무원과 유사한 지위를 갖지만, 주거·복지 지원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특히 수도권 등 근무지는 높은 주거비 부담이 크다는 불만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국방부는 이번 사건 이후 각 부대에 지침을 내려 군무원 근무 환경과 숙소 사용 규정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하도록 지시했다. 사무실 등 시설을 사적으로 장기간 사용할 수 없도록 점검 체계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군무원 관리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보안 관리 체계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단순히 한 개인의 일탈로 보기 어렵다. 보안 구역에서 장기간 은밀한 숙식이 가능했다는 사실 자체가 제도의 허점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군이 이번 사건을 어떻게 수습하고 제도를 보완할지에 따라 국민의 신뢰 회복 여부가 달려 있다. 철저한 후속 조치와 제도 개선 없이는 비슷한 사건이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