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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100% 반도체 관세' 선언, 한국 수출 개혁과 무역 지형 흔들다
  • 에릭 한 경제 전문기자
  • 등록 2025-08-07 10:16:59
  • 수정 2025-08-07 10:3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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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반도체 100% 관세’ 경고…정부·기업 긴장 고조”
  • “‘미국 생산 면제’ 조건 제시…한국 반도체 글로벌 전략 영향은?”
  • “미 무역 장벽 다시 부상…반도체 수출정책 긴급 조정 필요”


트럼프, 반도체 100% 관세 예고…한국 반도체 수출에 초비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열린 애플의 투자 발표 행사 중, 자국 내 생산을 강화하고 해외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조치로 “모든 수입 반도체 제품에 대해 최대 10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전격 선언했다. 다만 그는 “미국에서 생산하거나 미국 내 공장 설립을 확약한 기업은 예외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발언은 글로벌 공급망을 재편하고 미국 중심의 제조 생태계를 강화하려는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 기조를 상징하는 조치다. 특히, 한국과 대만 등 반도체 수출 강국에게는 큰 타격이 될 수 있어 업계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산 아니면 모두 관세”…글로벌 반도체 시장 뒤흔들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미국은 반도체를 외국에 의존해선 안 되며, 이제부터는 국경을 넘는 반도체에는 관세가 따라붙을 것”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직접적인 국가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업계에선 사실상 한국, 대만, 중국 등을 주요 타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미국이 수입하는 반도체의 상당수는 한국, 대만, 일본 등 동아시아 국가들에서 생산된다. 2024년 기준 미국의 전체 반도체 수입액은 약 700억 달러에 달하며, 이 중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06억 달러로 전체 2위 수준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반도체는 한국의 대미 수출 2위 품목으로, 자동차 다음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입을 충격은 단순한 가격 경쟁력 저하를 넘어, 글로벌 시장 점유율 및 투자 전략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SK하이닉스·삼성전자 주가 하락…“면제 대상 가능성 있지만 불확실성 커”

트럼프의 발언 직후, 한국 반도체 대장주인 SK하이닉스의 주가는 장 초반 3.1% 하락했으며 삼성전자 역시 2% 이상 하락세를 보이며 출렁였다. 시장은 불확실성에 반응했고, 일부 투자자들은 매도를 서두르는 분위기였다.

다만 업계 관계자들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모두 미국 내 생산 공장을 가동 중이거나 계획 중이므로 관세 면제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텍사스 테일러 공장에 약 170억 달러를 투자 중이며, SK하이닉스 역시 미국 내 패키징 공장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가 제시한 면제 기준은 명확하지 않다. ‘공장 설립 확약’의 구체적인 의미, 이미 가동 중인 공장의 면제 여부, 현지 부품 조달 비율 등 세부 항목은 향후 행정명령 또는 세부 지침을 통해 발표될 예정이다.


한국 정부, 외교전 돌입…협상은 진행 중

한국 정부는 사태 발생 직후 외교부와 산업통상자원부를 중심으로 긴급 대응에 나섰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지난주 워싱턴을 방문해 미측 고위 인사들과 면담을 진행했으며, “한국은 자유무역질서를 수호하는 동맹국으로서, 미국 내 생산 확대와 기술 협력에 적극 기여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일부 언론은 한국이 미국과의 협상에서 반도체 및 의약품에 대해 유럽연합(EU) 수준의 약 15% 관세 수준을 목표로 협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구체적인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으며, 현재 협상이 진행 중인 상태다. 따라서 ‘한국산 반도체는 15%로 확정되었다’는 표현은 성급하다.

정부는 또한 주요 반도체 기업들과의 간담회를 통해 미국 내 생산 투자 확대, 공급망 안정화 계획, 대체 수출시장 개척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


TSMC·삼성전자, 미국 투자 확대 불가피

트럼프의 관세 예고는 미국 내 생산을 유도하기 위한 압박이기도 하다. 반도체 산업의 글로벌 공급망은 이미 복잡하게 얽혀 있지만, 미국은 ‘탈중국’에 이어 ‘탈아시아’까지 노리고 있다. 트럼프는 이번 조치를 “미국 반도체의 재건”이라 표현하며, 자국 내 고용과 기술력을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대만의 TSMC와 삼성전자 모두 미국 내 생산 확대를 고려 중이며, 조만간 추가 투자 계획이 발표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미국 정부는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마련된 ‘CHIPS and Science Act’를 유지하면서, 자국 내 생산기업에 세액 공제 및 보조금을 제공하고 있어 글로벌 기업들의 ‘미국행’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중소기업엔 ‘사실상 관세 폭탄’…이중 잣대 우려도

문제는 대기업이 아닌 중소·중견 반도체 기업이다. 미국에 생산 기지를 갖추지 못한 이들은 100% 관세를 사실상 고스란히 감내해야 하며, 미국 시장에서 경쟁력이 급속히 약화될 수 있다.

또한 미국 내에서 생산을 해도 부품 일부가 아시아에서 조달되거나, 후공정이 해외에서 이뤄지는 경우 관세 면제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불확실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는 트럼프 정부가 자의적인 기준을 적용할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진다.


‘트럼프 리스크’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발언을 통해 자신의 재선 캠페인에서 보호무역 기조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반도체를 시작으로 다른 첨단기술 제품, 전기차 배터리, 의약품, 철강 등으로 고관세 정책이 확산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조치가 미국 경제에 단기적으로 긍정적인 신호를 줄 수 있지만, 글로벌 공급망에는 혼란을 야기하고, 장기적으로는 미국 내 소비자 부담과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의 선택은?

한국은 지금 ‘양자택일’의 기로에 서 있다. 미국 내 생산을 확대하며 관계를 강화하는 동시에, 다른 국가들과의 자유무역 질서를 수호하고 공급망 다변화를 시도해야 한다. 단순히 미국 시장만 바라보다가는 다른 시장을 놓칠 수 있으며, 지나친 종속은 국가 경제 주권에도 위협이 될 수 있다.

정부는 앞으로의 대응에 있어 전략적 유연성과 장기적 시야가 필요하다. 기업들도 미국 중심 생산전략에 의존하기보다, 아세안, 유럽, 중동 등 신흥 시장으로 눈을 돌려야 할 시점이다.


이번 트럼프의 100% 관세 발언은 단순한 외교·무역 뉴스가 아니라, 한국 경제 전반에 걸친 경고음이다. 앞으로의 선택과 대응이 반도체 산업뿐 아니라 국가 경제의 미래를 좌우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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