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백화점 ‘폭파 협박’ 글…범인은 제주 중학생, "호기심에 썼다"
2025년 8월 5일, 서울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신세계백화점 본점이 대규모 긴급 대피 사태에 휘말렸다. 국내 유명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백화점에 폭탄을 설치했다”는 익명의 협박 글 한 줄이 전국을 긴장시키며 경찰특공대와 폭발물 탐지견이 출동했고, 수천 명이 대피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졌다.
사건의 배후는 뜻밖에도 제주도에 거주 중인 만 13세의 중학교 1학년 남학생 A군이었다. 경찰은 “장난”이라 주장하는 A군을 긴급 추적해 같은 날 저녁 제주시 자택에서 임의동행 형식으로 체포했으며, 형법상 공중협박 혐의로 입건했다.
사건의 발단은 8월 5일 낮 12시 36분,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합성 갤러리’ 게시판에 올라온 글이었다. 제목은 “신세계백화점 폭파 안내”였고, 본문은 “오늘 절대로 가지 마라, 내가 어제 여기에 진짜로 폭약을 1층에 설치했다. 오늘 오후 3시에 폭파된다”는 내용이었다.
신고를 접수한 서울 중부경찰서는 즉시 현장에 경찰특공대, 폭발물 탐지견, 소방대원 등 총 242명을 투입하고, 백화점 건물 내 직원과 고객 약 4,000명을 대피시켰다. 한때 서울역사박물관, 시청 지하 연결 통로, 하남 스타필드까지 포함해 인근 상업 시설도 폐쇄됐으나, 약 1시간 30분간의 수색 끝에 폭발물은 발견되지 않았다.
신세계백화점 측은 “매장을 찾은 고객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경찰과 협조한 조치였다”며 “이후에도 유사한 상황이 발생하면 강경한 법적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 경찰은 협박 글의 IP주소를 추적해 발신지를 제주도 모 중학교 기숙사로 특정했고, 수사 협조를 받은 제주 서부경찰서가 같은 날 오후 7시경 A군의 자택에서 임의동행 형식으로 검거했다.
A군은 경찰 조사에서 “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해서 장난 삼아 글을 올렸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익명 게시글이라도 추적은 충분히 가능하다. 무심코 올린 글 한 줄이 수천 명의 안전을 위협하고,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A군은 형사 미성년자(촉법소년,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에 해당돼 형법상 처벌은 불가능하다. 현재는 제주지방검찰청 소년부로 송치되어, 가정법원 보호처분 절차를 받을 예정이다. 보호처분에는 1호 보호관찰부터 10호 장기 소년원 송치까지 단계가 있다.
이에 대해 시민사회와 교육계는 “단순 장난으로 보긴 어렵다”며 디지털 시대에 맞는 촉법소년 제도 개편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김정은 변호사(법무법인 민준)는 “공공을 협박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실제로 움직이게 했다면, 이는 공공질서에 대한 중대한 침해로 간주해야 한다. 나이가 어리더라도 상응하는 교육적 조치와 보호처분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협박 글이 최근 일종의 온라인 밈(meme)처럼 유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2025년 7월 한 달간만 해도 전국 다중시설에서 비슷한 유형의 온라인 협박 사건이 23건 접수되었고, 대부분 청소년의 장난으로 판명되었다.
전문가들은 SNS 및 커뮤니티 플랫폼 운영자들도 일정 수준의 모니터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한다. “글 하나로 대형 시설이 폐쇄되고, 경찰과 소방의 자원이 낭비되며, 사회 전체의 불안을 조성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플랫폼 운영자도 ‘표현의 자유’만 주장할 것이 아니라 선제적 차단 기술과 모니터링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폭파 협박으로 인해 중단됐던 백화점 운영은 저녁 무렵 정상화됐지만, 해당 일 하루 동안 매출과 고객 신뢰는 큰 타격을 입었다. 현장을 방문했던 시민 김모(39) 씨는 “진짜 테러는 아니었지만, 그 순간 백화점 안에서는 모두 공포에 휩싸였다”며 “이건 장난이 아닌 범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각에서는 ‘디지털 윤리 교육’의 강화, 형사 미성년자 기준 탄력적 적용, 인터넷 커뮤니티 실명제 도입 논의 등 종합적인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번 신세계백화점 폭파 협박 사건은 단순한 청소년 일탈로 끝날 수 없는 사회적 함의를 갖는다. 익명성과 기술력에 기반한 온라인 범죄가 쉽게 현실에 위협을 가하는 시대, “한 줄의 글이 수천 명을 대피하게 만들 수 있다”는 교훈은 매우 무겁다. 우리 사회는 지금, 그에 걸맞은 시스템과 인식을 갖춰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