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항서 억류된 한인 과학자…“그린카드도 소용없었다”
지난 7월 21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서 뜻밖의 사건이 일어났다. 1980년대 어린 나이에 미국에 이민하여 35년 넘게 살아온 한인 과학자 김태흥(영문명 Will Kim·가명)씨가 귀국길에 입국심사대에서 이민 당국에 의해 체포돼 구금된 것이다. 김씨는 미국 시민권은 아니지만 합법적 영주권자로, 텍사스 A&M대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며 환경 연구를 진행해 왔다.
미주 한인 시민단체인 NAKASEC은 “김씨가 입국 직후 별다른 설명 없이 이민세관단속국(ICE) 구금 시설에 수용됐다”고 밝혔다. 김씨는 구금된 이후 햇빛을 보지 못하는 밀실에서 얇은 패드만 깔린 콘크리트 바닥에서 자고 있으며, 변호인 접견이나 가족 연락도 제한된 것으로 알려졌다. NAKASEC은 “김씨가 과거 2011년 마리화나 소지 혐의로 벌금형을 받은 기록이 있지만, 이후 범죄를 저지른 적이 없고 영주권을 유지해 왔다”며 “이민 당국이 과도하게 권리를 제한했다”고 주장한다.
미국 법무부는 특정 사유로 외국인의 입국을 제한하거나 구금할 권한을 갖고 있지만, 영주권자가 범죄 기록 없이 장기 구금되는 것은 이례적이다. 김씨 가족은 현지 변호사를 선임해 구명에 나섰으며, 미국 내 한국 커뮤니티와 이민자 권리 단체들도 그의 석방을 촉구하는 청원 운동을 벌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민 심사 과정에서 과거 범죄 기록과 현재 비자 상태를 이유로 영주권자도 구금될 수 있으나, 권리 침해와 비인간적 처우는 헌법에 어긋난다”고 지적한다. 김씨 사건은 미국 내에서 진행되는 ‘이민자 인권’ 논쟁에 다시 불을 지폈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법 집행 강화 정책이 연장선상에서 계속되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주샌프란시스코 총영사관은 “한국 정부 차원에서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고 있으며, 미국 당국과 소통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