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은 안정적이고 철밥통이다”라는 말이 무색해졌다. 최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제출된 자료에 따르면 2023년에 임용된 공무원 가운데 1년 이내 퇴직자는 3,021명으로 2014년(538명) 대비 5.6배나 늘었다. 13년 차 퇴직자는 같은 기간 1,868명에서 4,504명으로 2.4배 증가했고, 35년 차 퇴직자도 941명에서 1,977명으로 두 배 넘게 늘어났다.
가장 큰 이유는 낮은 보수다. 2025년 9급 공무원 초임 월급은 기본급 187만7,000원에 정액 급식비와 직급 보조비 등을 포함해 약 232만원이다. 세금과 보험료를 제외하면 실수령액은 약 190만~200만원 수준으로, 최저임금 대비 약 26만원 많은 수준에 불과하다. 실제로 한 9급 공무원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급여명세서에는 기본급 외 각종 수당을 더해도 월 197만원 정도를 수령했다고 적혀 많은 이들의 공감을 샀다.
낮은 급여뿐 아니라 관료제적 문화와 민원인의 폭언도 사직 사유로 꼽힌다. 오랜 호봉 중심 임금체계와 수직적 조직 문화 속에서 MZ세대 공무원들이 업무 만족감을 느끼기 어렵다는 것이다. 지방 소도시에서 근무하는 김모(29)씨는 “집값은 계속 오르는데 월급은 대학시절 알바보다 조금 나은 수준”이라며 “상사의 눈치를 보며 야근을 반복하느니 스스로 길을 찾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공무원의 보수 체계를 개선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인사혁신처는 “하위직 공무원의 급여가 최저임금과 큰 차이가 없는 것이 사실”이라며 “9급 및 초임 공무원 보수를 평균 인상률 이상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디지털 기반의 업무혁신과 노동환경 개선을 통해 젊은 공직자의 이탈을 막겠다는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임금 인상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한국행정연구원 박사인 이지훈씨는 “민원 응대와 불규칙한 야근, 승진 적체 등이 맞물려 회사를 그만두는 것”이라며 “성과급·탄력근무제 등 유연한 인사제도 도입과 함께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조직문화의 변화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실질적인 처우 개선과 더불어 시민들의 공무원에 대한 인식 변화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