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선 캠페인 과정에서 일본과 전격 체결한 무역합의가 한국 자동차 업계에 큰 파장을 던지고 있다. 미국 정부가 일본산 완성차에 적용하던 27.5%의 관세를 15%로 낮추기로 하면서, 일본차의 미국 내 가격이 대폭 인하될 전망이다. 업계는 한·미·일 자동차 사이의 ‘가격 격차’가 최대 10%p 벌어질 것이라며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한국 차량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관세를 부과하지 않지만, 현지 생산분을 제외하면 수입차는 여전히 비싼 운송비와 각종 규제를 부담해야 한다. 반면 이번 합의로 일본차는 관세 부담이 줄어 더욱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게 됐다. 한일자동차산업연구소에 따르면 한국 자동차업계는 지난해 미국 시장에 현대 63만 대, 기아 37만 대 등 총 143만 대를 수출했으며, 미국 시장 의존도가 커 가격 경쟁력 악화가 수출 감소로 직결될 수 있다.
업계는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대차·기아 등은 이미 알라바마, 조지아, 멕시코 공장에서 현지 생산 비중을 높여 관세 위험을 낮추고 있지만, 일본차보다 높은 가격에 직면하면 판매량이 감소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 업체가 고급차·전기차 등 프리미엄 제품으로 라인업을 재편하고, 신형 전기차 가격을 공격적으로 낮춰야 경쟁력이 유지될 것”이라고 조언한다.
또한 미국 정부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관련해 한국 전기차의 보조금 지급 규정이 엄격해 한국 브랜드 전기차가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점도 불리하다. 최근 현대차그룹은 조지아주 새 전기차 공장을 앞당겨 가동하고, 미국·캐나다·멕시코에 배터리 셀 공장을 짓는 등 적극적인 현지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한국 정부도 미국과의 통상채널을 통해 공정경쟁 환경을 마련하고, 일본에 준하는 관세혜택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일 간 관세인하가 언제부터 적용될지 구체적 시점은 나오지 않았지만, 한국 자동차업계는 이미 대응 전략 마련에 들어갔다. 이번 협정은 글로벌 자동차 무역 구도의 변화를 예고하는 동시에, 한국 기업에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