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25년 1학기 학업을 거부하고 집단 휴학한 전국 의대생 8,000여 명에게 ‘가을학기 복학’을 허용하기로 결정하면서 정치권과 의료계, 시민사회 전반에서 격렬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정부의 이번 조치가 ‘국가 정책에 반발한 집단행동에 대한 면죄부’로 해석되면서, 공정성·형평성·사회적 책임이라는 핵심 가치들이 충돌하고 있다.
교육부는 2025년 7월 말,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의 요청을 받아들여 기존 연단위 학사제도를 ‘학기제’로 전환하고, 의대생들의 복학을 2학기(8~9월)부터 허용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 1학기 내내 수업을 거부했던 학생들은 복학 신청만 하면 2학기부터 수업을 정상적으로 들을 수 있게 되며, 졸업과 국가시험 응시에도 제한을 받지 않게 된다.
또한 교육부는 방학 기간 중 집중 보강 수업, 온라인 수업 대체, 현장 실습 축소 등의 방식으로 ‘유급 없이 이수 가능하도록 유연한 학사 운영’을 권고했다. 이는 학교 측의 재량이라지만, 사실상 모든 의과대학이 이를 수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해 정부는 “학생들의 학습권과 미래 의사의 경력 단절을 최소화하기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라며 “공공보건 인력 공백이 장기화되는 것을 막기 위한 현실적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의대생 복학을 바라보는 시민사회는 냉소적이다. 의료계 파업에 비판적이었던 다수 시민들은 “의대생들이 수개월간 수업을 거부하고도 아무런 불이익 없이 복귀하는 것은 사회적 특권”이라며 “이런 결정이 가능하다면 다른 학과 학생들도 휴학과 복학을 마음대로 해도 되는 것이냐”고 반문한다.
특히 청년층을 중심으로 불공정하다는 반응이 강하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공무원 시험 준비로 학기를 쉬면 불이익이 따르는데, 의대생은 정부정책에 반기 들고도 그대로 복학하네”라는 반응이 줄을 잇고 있다. 실제로 지난 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의대생 복학 철회’ 관련 청원이 5만 8천 명 이상 동의를 얻었다.
학생 시위에 참여하지 않은 일부 의대생조차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서울 A의대 4학년 재학생 김모 씨는 “수업을 성실히 들은 나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휴학한 친구가 같은 시험을 치르고, 같은 졸업장을 받는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며 “이런 식이라면 다음에도 누가 수업을 듣겠냐”고 비판했다.
그렇다면 왜 정부는 ‘반발’을 넘어서는 ‘복학 허용’이라는 결정을 내렸을까? 표면적으로는 학습권 보장과 보건인력 수급 문제가 이유이지만, 그 이면에는 정치·사회적 고려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우선 의사 국가시험 제도가 연간 일정에 따라 정해져 있는 만큼, 한 세대 전체의 의사 배출이 중단되면 2026~2027년 의료현장의 인력 공백이 불가피하다. 정부는 특히 지방 국공립병원의 인턴·레지던트 수급을 우려하고 있으며,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올해 말부터 시작되는 응급의료 개편과 지역의사제 도입에 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다수의 의과대학이 “복학을 막을 경우 학생들과 소송전이 벌어질 수 있다”며 정부에 제도적 지침을 요청했고, 대학교육협의회와 KAMC는 ‘특별학사운영 방안’을 공식 채택하면서 교육부도 이를 수용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전국 40개 의과대학 중 34개교는 이미 복학 수용을 준비 중이며, 일부 대학은 '동시 진급 불가 방침'을 철회하고, ‘동시 졸업’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정치권도 이 사안을 두고 분열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정부가 단호한 개혁 의지를 포기하고 특권 집단의 이익에 굴복했다”고 맹비난하며, 복학 허용을 골자로 한 학사제도 개편 철회를 요구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의료 인력 양성과 국민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였다”며 “다만 향후 동일한 상황 재발을 막기 위해 정책 반발로 인한 학사 불이익에 대한 기준을 명확히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 정치 평론가는 “이 사건은 단순한 복학 문제를 넘어, 대한민국의 공정과 권위의 균열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라며 “정권 초기의 강경한 정책 드라이브가 사회적 갈등을 무르게 수습하면서, 오히려 체제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의대정원 확대나 지역의사제 도입 같은 구조 개편은 단기 정치 성과가 아니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장기 로드맵”이라며 “학생들이 반발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설명과 투명한 절차”라고 말한다.
또한 향후 동일한 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학사제도에 따른 의무 이수 규정 강화 △단체 행동 시 제적 기준 도입 △국가시험 응시 요건 명확화 등을 제도적으로 정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