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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보다 존재감”… 한국 남성 성형수술 트렌드, 자존감인가 불안인가
  • 김도현 헬스케어 & 건강 전문 기자
  • 등록 2025-07-27 13: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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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보다 존재감”… 한국 남성 성형수술 트렌드, 자존감인가 불안인가


한국 사회에서 성형수술은 오랫동안 여성 중심의 문화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성형외과 대기실 풍경이 바뀌고 있다. 주요 고객층 중 하나로 남성들이 등장하고 있으며, 특히 ‘비공개 수술’이라 불리는 음경 확대 시술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해바라기 수술’, 지방이식 확대술 등은 남성들의 새로운 ‘자기만족 투자’이자 동시에 사회적 불안을 반영하는 지표로 떠오르고 있다.


■ “소개팅에서 거절당한 뒤… 자신감 회복 위해 수술”

서울 강남구의 한 비뇨기과 전문병원에서 2040 남성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수술은 '해바라기 수술'로 귀두 아래 실리콘이나 특수 금속 소재의 비드를 삽입해 시각적 굵기를 증가시키는 수술이다. 

30세 직장인 임모 씨는 “여자친구와의 대화에서 ‘좀 작다’는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며 “이후 소개팅에서도 연애가 잘 안 돼 고민하다가 수술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임 씨는 수술 후 “이제는 훨씬 당당해졌고, 연애나 잠자리에서 소극적이지 않게 되었다”고 덧붙였다.

다른 수술 유형으로는 복부나 허벅지에서 지방을 추출해 음경에 주입하는 확대 지방이식이 있다. 지방의 생착률이 다소 낮다는 단점이 있지만, 자연스러운 볼륨감과 ‘비수술적 느낌’ 때문에 20대에게 특히 인기다. 25세 대학생 김 씨는 “전 여친이 뒤에서 ‘애기 사이즈’라고 조롱하는 말을 한 걸 듣고 충격이었다”며 “자존감을 회복하고 싶어 수술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 미디어와 SNS가 만든 남성기 표준?… “비교 불안 부추겨”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을 단순히 개인의 성적 욕망으로만 보지 않는다. 한국 사회의 성적 가치관이 시각 중심으로 변하면서, 성기 크기에 대한 불안감이 과거보다 훨씬 심각한 수준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포르노, 성교육의 부재, 그리고 SNS의 과장된 남성성 이미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비뇨기과 전문의 박윤재 원장은 “진료실에 들어오는 남성 환자들의 상당수가 실제로는 평균보다도 큰 경우가 많다”며 “그러나 본인이 ‘작다고 믿는’ 불안이 시술을 선택하게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음경 왜곡증’이라고 부르며, 심리적 상담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한국 남성 평균 음경 길이는 국제조사 기준 약 9.6cm(발기 시)로, 아시아 평균과 유사한 수준이다. 그러나 유튜브, 트위터, 레딧(Reddit) 등의 콘텐츠에서 과장된 사례들이 노출되면서 심리적 기준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졌다는 것이다.


■ “수술이 능사는 아니다”… 부작용 호소도 증가

수술을 받은 남성들 사이에서 ‘성공담’만 있는 것은 아니다. 10년 전 해바라기 수술을 받은 37세 직장인 최 모 씨는 “당시는 만족도가 높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이물감이 심해졌다”며 “실리콘이 움직이거나 눌리면 일상생활에서 불편하다”고 말했다.

또한 지방이식의 경우 생착률이 낮아 6개월~1년 후 대부분이 흡수되며, 이후 반복 시술을 받을 수밖에 없는 점이 환자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한다. 일부 환자는 수술 후 감각 둔화, 염증, 혹 발생 등의 부작용을 호소하기도 한다.

대한비뇨기과학회는 “해바라기 수술, 지방이식 등의 시술은 의료행위이자 감정적 접근이 필요한 분야”라며 “의학적 적응증이 없는 단순 미용 목적의 확대 시술은 신중해야 하며, 상담과 심리 평가가 병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남성도 ‘외모 압박’ 시대… 신체 만족을 넘어선 자기 평가

이 같은 남성 성형 트렌드는 여성 중심으로 인식되던 ‘외모 스트레스’가 성별을 넘어 확산되고 있다는 신호로도 읽힌다. 특히 Z세대 남성들 사이에서는 피부관리, 미백, 눈썹 문신, 체형교정 등 ‘전신 관리’를 포함한 루틴이 보편화되었으며, 성기 확대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사회학자 배진호 교수(성균관대 사회학과)는 “남성성의 상징이 기존의 근육과 권위를 넘어 ‘보이는 자신감’으로 바뀌는 전환기”라며 “이 흐름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노동시장과 연애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외모나 신체 일부에 지나치게 몰두할 경우, 일시적 자존감은 얻을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 불안정한 자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전문가들은 성형 수술 자체를 부정할 필요는 없지만, 동기와 목적을 냉정히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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