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트럼프 “김정은과 대화 여지 있다”… 북미 비핵화 외교 재가동 신호탄 될까
  • 이동원 기자
  • 등록 2025-07-27 13:45:42
기사수정

 


트럼프 “김정은과 대화 여지 있다”… 북미 비핵화 외교 재가동 신호탄 될까


2025년 7월 26일(현지시간),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의 대화를 여전히 열어두고 있으며,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미국의 입장은 변함없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북한에 대한 새로운 제재가 발표된 직후 나온 발언으로, 다시 한 번 북미 간 외교의 불씨가 살아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 트럼프의 유화 메시지… 외교인가, 선거 전략인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의 외교적 해법을 선호하며, 필요하다면 김정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CVID)를 여전히 목표로 삼고 있으며, 군사적 옵션은 최후 수단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발언은 앞서 미 국무부가 발표한 대북 사이버 금융 제재, 그리고 북한 IT 인력의 해외 활동 차단 조치 직후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일부 외교 전문가는 “강온 양면 전략의 일환”이라 분석하며, 트럼프 행정부 특유의 ‘카운터 시그널링’이라고 진단한다.

특히 2025년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2018~2019년 북미 정상회담 당시 성과와 이미지를 다시 환기시킬 정치적 필요성도 작용했을 수 있다. 그는 과거 싱가포르, 하노이, 판문점에서 각각 김 위원장과 세 차례 정상회담을 했으며, 이를 “역사적 장면”으로 선거 유세 때마다 강조해왔다.

한 전문가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화 의사 표명은 북미 관계 개선을 위한 진정성보다는 국내 정치용 제스처일 가능성이 높다”며 “그러나 김정은이 이에 반응하면 예기치 않게 외교의 창이 열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 북한 반응은?… 아직 침묵, 그러나 '조심스러운 관심'

북한은 이번 트럼프의 발언에 대해 아직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하지만 조선중앙통신은 최근 보도에서 미국의 제재에 대해 “적대적 정치 공세”라며 비난했고, 동시에 “강력한 자주노선은 흔들림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북한 내부에서는 최근 외화 유입 경로가 차단되고, 북중 무역도 예년만큼 회복되지 못하면서 새로운 출구 전략을 모색 중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의 대북 제재 협조 기조가 유지되면, 김정은 정권은 돌파구로 ‘조건부 대화’를 선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정원 보고에 따르면, 북한은 내부적으로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외교 전략을 결정할 것”이라며 트럼프 재선 가능성에 대비한 ‘단계별 시나리오’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에는 ‘비핵화 로드맵 없이 제재 일부 해제’라는 절충형 협상안도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 미국의 ‘당근과 채찍’ 병행… 대북 보상금 정책도 도입

한편, 미국은 이날 ‘북한 불법 금융망 붕괴 작전’의 일환으로, 북한 IT 기술자들이 해외에서 벌이는 사이버 사기와 암호화폐 탈취, 위조상품 유통 등에 대한 국제 지명수배와 현상금 제도까지 도입했다.

미 재무부는 “북한의 사이버 공격과 암호화폐 탈취는 핵·미사일 개발 자금의 핵심 원천”이라며, 이와 관련된 해외 조직이나 개인에게 최대 500만 달러의 보상금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한 압박이 아닌 ‘정보 제공자 유도형’ 제재 조치로, 북한의 외화 조달망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겠다는 미국의 의지를 보여준다. 국방부 산하 사이버사령부는 “북한 사이버 조직의 활동 좌표를 확보했다”며, 국제 해커 커뮤니티와의 공조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 북미 관계 재개 가능성은?… 조건과 전제 많아

전문가들은 북미 대화 재개가 가능할 수도 있으나, 성사는 결코 간단하지 않다고 말한다. 우선, 북한은 2019년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 요구를 ‘굴욕적 조항’이라며 수용 거부 입장을 밝혀왔다.

또한 미국 역시 ‘선(先) 비핵화–후 제재 완화’ 원칙을 고수하고 있어, 양측이 전제 조건 없이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는 것은 어려운 구조다. 여기에 윤석열 정부가 미국의 대북 기조에 철저히 보조를 맞추고 있어, 북한 입장에서는 남한 역시 신뢰할 수 있는 중재자로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반도평화연구소 김혜련 소장은 “이번 발언은 대화 가능성을 연 것 같지만, 실질적인 협상의 조건은 여전히 까다롭다”며 “트럼프의 정치적 의도가 강한 만큼, 북한도 쉽게 호응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 “희망의 불씨는 남았다”… 그러나 한반도는 여전히 냉각 중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미 간 고위급 소통 가능성이 다시 언급된 것만으로도 외교적 의미는 작지 않다. 이는 2021년 이후 단절되다시피 한 북미 소통의 최소한의 복원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2025년 가을 유엔 총회를 계기로 북한에 비공식 특사단을 보낼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으며, 이는 미국 측이 ‘적극적 중재자’로서 다시 역할을 자처할 의지가 있음을 뜻한다.

물론, 이 희망은 단 하나의 조건에 달려 있다. ‘말’이 아닌 ‘조건’이다. 과연 북한은 완전한 비핵화의 문을 다시 열 의사가 있는가? 그리고 미국은 진정한 상호주의에 기반한 외교를 시도할 것인가?

그 답은, 아직 누구도 모른다.

0
홈플러스 부동산
국민 신문고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