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7월 마지막 주,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과 충청권, 전북 내륙 등 전국 곳곳에서 38도에 육박하는 극한 폭염이 이어지며 한반도 전역이 '열돔(heat dome)' 아래 갇혔다. 역대 최고 수준의 체감온도, 열대야 일수, 일사병 환자 증가와 함께, 이번 폭염은 단순한 기상이변이 아니라 “기후위기의 현재형 모습”이라는 평가를 낳고 있다.
기상청은 7월 26~28일 사이 서울의 최고기온이 38℃에 이를 것으로 예보했다. 실제로 7월 26일 오후 2시 기준 서울 송파구는 37.7℃를 기록했고, 대구는 39.1℃까지 치솟았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경보가 발령되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경보 기준인 체감온도 33도를 훨씬 웃도는 42℃를 넘긴 곳도 있었다.
폭염으로 인해 거리의 그늘막은 연신 펼쳐졌고, 시민들은 지하철 역사 안이나 백화점 휴게공간으로 몰려들었다. 고령자와 어린이 등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열사병과 탈수 증상을 호소하는 응급환자도 급증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7월 한 달간 열탈진·열사병으로 병원에 이송된 인원은 1,224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8% 증가했다. 그중 67%는 60세 이상 노년층이었다. 중증 이상 환자 중에는 냉방기기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독거노인, 무주택 노숙인, 영세 자영업자 등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기상청은 이번 폭염이 북태평양 고기압과 티베트 고기압이 한반도 상공에 동시에 자리 잡으면서 발생한 ‘이중 열돔(dual heat dome)’ 현상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두 고기압이 서로 밀어내거나 해소되지 않고 머무르면서 대기의 순환이 차단되고, 뜨거운 공기가 지상에 갇혀 ‘거대한 온실’과 같은 상태가 형성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은 단기간 내에 해소되기 어려워, 기상청은 8월 중순까지 이상고온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실제로 7월 초부터 폭염주의보가 계속 유지된 서울에서는 21일 연속 폭염일이 기록되었고, 이는 2018년 이후 최장 기록이다.
기상청 김효진 예보관은 “일시적인 더위가 아니라, 기후변화로 인한 구조적 기온 상승의 일부로 봐야 한다”며 “열돔 현상은 북반구 전역에서 점점 더 자주, 더 길게 발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폭염은 시민의 건강뿐 아니라 산업 현장 전반에도 직격탄을 안기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전국적으로 과수 낙과, 벼 백화현상, 시설하우스 작물 폐사 사례가 보고되고 있으며, 특히 충남·경북 지역의 노지작물 피해가 심각하다고 밝혔다.
축산 분야에서는 한우, 젖소, 닭, 돼지 등의 사육 효율이 현저히 떨어지고 있으며, 경북 구미의 한 양계장은 “7월 들어 폐사율이 평소보다 2배 높아졌고, 3일간 1,100마리가 폐사했다”고 밝혔다. 특히 젖소는 더위에 민감해 우유 생산량이 최대 30%까지 감소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수산업계 또한 고수온으로 인한 어폐류 폐사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경남 통영의 한 양식장에서는 양식 중인 넙치(광어)가 집단 폐사하면서 수천만 원 규모의 손해가 발생했다. 해수부는 고수온주의보를 내리고, 어민들에게 사료량 조절과 산소 공급 장비 가동을 당부했다.
서울시는 25일부터 모든 구청과 동주민센터에 ‘무더위쉼터’ 3,200여 개소를 개방하고, 지하철역 냉방시설 가동을 강화했다. 또한 버스정류장과 보행로에 설치된 ‘쿨링포그’(미세물 분사 시스템) 가동 시간을 하루 8시간으로 늘렸다. 성동구, 강서구 등 일부 자치구는 에너지 취약계층에게 소형 선풍기, 냉매패드, 생수 등을 배포하고 있다.
그러나 에너지 비용 부담으로 인해 실제로는 에어컨 가동을 자제하는 가정도 많고, 일부 쉼터는 위치나 운영시간의 한계로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연구원은 “기후위기가 상시화된 만큼, 단기 조치가 아닌 폭염 대응 인프라를 생활권 중심으로 재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기후변화 전문가인 조천호 박사(前 국립기상과학원장)는 “올해의 폭염은 전형적인 기후위기 상황”이라며 “온실가스 감축은 물론이고, 도심의 녹지 비율 확대, 바람길 확보, 열섬 저감 도로포장 등 적극적 적응정책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UN 산하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한반도는 세계 평균보다 2배 빠른 속도로 기온이 상승하고 있으며, 2035년까지 연 평균 폭염일수가 30일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제 ‘폭염은 여름의 일부’가 아니라, 삶을 위협하는 새로운 재난이다. 2025년의 한국은 그 경고장을 실시간으로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