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외국인의 부동산 취득 및 활용 실태를 대대적으로 점검한 결과, 허가 목적과 다른 용도로 부동산을 사용하거나, 거주 요건을 위반한 사례가 다수 적발돼 행정 조치에 착수했다. 이번 조사는 외국인의 부동산 매입이 급증하는 가운데 허가제를 악용한 투기성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는 시민 제보와 국토부 통계를 바탕으로 실시되었다.
서울시는 2025년 상반기 동안 외국인이 소유한 부동산 중 약 8,000여 건을 조사했으며, 그중 60여 건이 허가 당시 명시한 용도와 다른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거나, 아예 활용되지 않은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거주 목적의 단독주택을 구입한 후 실거주를 하지 않고 단기 임대 수익만을 추구한 사례, 영업시설로 신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폐업 상태로 방치된 사례 등이 대표적이다.
구체적으로, 강남구의 한 고급 오피스텔은 홍콩 국적의 외국인이 “디자인 사무소 개업”을 명목으로 구매했으나 실제로는 본인이 입국조차 하지 않은 채 단기 투숙업체에 임대해온 것이 확인됐다. 중구의 또 다른 건물은 “한식당 운영 목적”으로 취득됐지만, 실제로는 상가 간판만 걸어둔 채 폐점 상태가 수개월간 지속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는 이 같은 사례들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렸고, 3개월 내 개선되지 않을 경우 3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필요시 형사 고발까지 예고한 상태다.
이번 점검 과정에서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강남 언니’라는 별칭으로 활동하던 무자격 외국인 브로커의 존재였다. 이 브로커는 부동산 자격증 없이도 중개 사이트와 메신저 채널을 통해 중국·대만 국적 고객에게 한국 내 부동산 정보를 제공했고, 계약 시 국내 공인중개사에게 연결해 수수료의 30~50%를 ‘알선료’ 명목으로 챙긴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시는 해당 브로커가 최소 20건 이상의 매입 계약에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본인이 직접 서울 시내 고급 아파트 두 채를 실명으로 매입해 전매차익을 누린 정황도 포착됐다. 서울시는 현재 이 인물을 부동산 거래신고법 위반과 무자격 중개행위 혐의로 서울지방경찰청에 수사 의뢰한 상태다.
해당 브로커는 국내 SNS 상에서 '강남 투자 가이드'라는 계정을 운영하며, 외국인 대상 ‘3일 단기 방문 부동산 투어’까지 진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계정 팔로워는 2만 명이 넘고, 예약 후 통역사·차량·호텔까지 일괄 제공하는 패키지 형태로 운영됐다.
서울시에 따르면 2024년 외국인의 서울 부동산 매입 건수는 전년 대비 17.8% 증가했으며, 강남3구(강남·서초·송파) 지역은 특히 중국·홍콩계 자본의 비중이 40%를 넘어선다. 문제는 그 상당수가 실수요가 아닌 투자·임대·단기 매매를 목적으로 한다는 데 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외국인에게 상대적으로 규제가 느슨한 편이기 때문에, 일종의 안전자산 또는 세금 회피 목적의 투자처로 각광받고 있다”며 “허가제 도입 이후에도 실효성 있는 사후 관리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이러한 배경 속에서 부동산 허가 심사단을 확대하고, 자치구와 협력해 ‘거주 확인 시스템’을 신설할 예정이다. 또한 외국인 실소유자의 거주 여부를 검증하기 위해 ‘건물 관리인·이웃 진술’ 등 간접적 자료도 수집하겠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 역시 외국인 부동산 허가제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제도 개편에 착수했다. 특히 외국인 개인뿐 아니라 외국계 법인·신탁펀드가 우회적으로 부동산을 매입하는 것을 막기 위해 ‘소유자 실명제’와 ‘실거주 의무 조건 강화’를 추진 중이다.
국회 국토위 소속 민주당 김소현 의원은 “외국인의 합법적 부동산 투자 기회는 존중하되, 국내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입는 일은 막아야 한다”며 “허가제 이후에도 무자격 브로커가 활개치는 현실은 제도의 맹점”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향후 분기마다 외국인 취득 건수와 활용 실태를 공표하고, 위반 사례를 실명 공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투자 확대가 반드시 부정적인 것은 아니지만, 정부 차원의 균형 있는 관리가 없다면 내국인의 주거권 박탈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