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7월,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세계적인 K-팝 그룹 BTS 멤버들의 항공편 정보를 불법적으로 유출·판매한 혐의로 항공사 직원 A씨(34)를 포함한 3명을 정보통신망법 및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들은 수개월 동안 최소 10건 이상의 정보거래를 통해 수천만 원 상당의 이득을 챙긴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외항사 직원 A씨는 항공사 내부 예약 시스템에 접속해 BTS의 항공편 정보뿐만 아니라 좌석 번호, 마일리지 정보, 탑승자 명단 등 민감한 개인정보를 반복적으로 열람했다. 그는 해당 정보를 캡처하거나 출력하여 공범들에게 전달했고, 이들은 SNS 오픈채팅방 및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팬들, 이른바 ‘사생팬’에게 거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각 항공편 정보 한 건당 최소 수십만 원에서 많게는 수백만 원까지 거래하며, 국내외 팬덤 사이에서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라는 이름으로 암암리에 유통됐다. 일부 구매자는 아티스트가 머무는 호텔 근처에 나타나거나, 같은 항공편을 예약해 기내에서 직접 접근하려는 시도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2025년 초부터 하이브가 제출한 수사협조 요청과 내부 모니터링 기록을 바탕으로 수사를 착수했고, 수개월간의 통신추적 및 계좌추적 끝에 조직적 거래의 실체를 파악했다.
BTS 소속사 하이브는 2023년부터 ‘아티스트 정보 보호 전담 TF’를 운영하며, 아티스트의 항공 및 호텔 정보가 담긴 온라인 게시물을 상시 모니터링해왔다. 하이브 관계자는 “2024년부터 비행 일정, 호텔 투숙 정보가 실제 사건화되는 비율이 급증했고, 이는 단순 팬심을 넘어선 범죄”라며 “이번 사건은 K-팝 생태계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하이브는 항공사 측에 공식 항의서한을 전달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보안 프로토콜 강화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해당 항공사는 내부 감사 결과를 토대로 A씨의 해고를 결정했으며, 항공사 전 직원 대상 개인정보 보호 교육을 긴급 시행 중이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단순 개인정보 유출로 보지 않는다. 아티스트의 일정을 따라다니는 행위는 이미 물리적 스토킹을 넘어서며, 일부는 정신적·신체적 위협을 가하는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4년 하반기에는 한 아이돌 그룹 멤버가 공항에서 낯선 남성이 촬영한 영상을 본인이 모르는 상태에서 SNS에 유포되는 사건도 있었다.
전문가는 “전 세계적으로 활동하는 K-팝 아티스트들은 한국의 문화자산이자 경제 콘텐츠인데, 이들의 사생활 침해는 한국 문화산업 전체의 브랜드 리스크로 확산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또한 “대중이 이를 ‘팬심’으로 치부하기보다는, 법적 테두리 안에서 강력히 대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2025년 6월 기준, BTS를 포함한 주요 K-팝 그룹의 보안 위협 발생 건수는 1년 사이 30% 이상 증가한 것으로 집계된다. 하이브와 SM, JYP 등 대형 기획사들은 향후 팬미팅, 공항 입국 등 공개 일정의 최소화와 더불어 ‘디지털 경호 시스템’ 도입을 본격적으로 논의 중이다.
국토교통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항공사 내부 정보 조회 시스템’의 접근 권한을 전면 재점검하겠다고 밝혔다. 현재는 단순 예약 조회 목적으로도 고객의 전체 개인정보 접근이 가능하지만, 향후에는 본인 확인 절차를 강화하고 항공편 정보 접근 로그를 주기적으로 감사하도록 하는 규정을 검토 중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번 사건이 한류 확산과 직결된 문제라는 점에서 “K-콘텐츠 보호법”의 제정 필요성을 언급하며, 연내 입법 예고를 목표로 공청회를 준비하고 있다.
경찰은 향후 유사 사례에 대해 “지속적인 정보 거래가 반복되거나 국제적 연계가 있을 경우, 정보공유법 위반 및 스토킹범죄법 위반으로도 추가 기소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