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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 크루 따라가다 삐끗…달리는 사람 늘자 다치는 사람도 늘었다
  • 김도현 헬스케어 & 건강 전문 기자
  • 등록 2026-01-09 08:5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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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폐는 빨리 적응하지만, 힘줄과 뼈는 느리게 변한다
  • 족저근막염·아킬레스건·무릎… ‘러너 3대 고장 구간’
  • 대회 급증 시대, 달리기는 개인 운동이 아니라 공공 안전 이벤트

Pixabay

러닝 붐의 그늘… ‘달리는 사람’ 늘자 ‘다치는 사람’도 늘었다

러닝이 생활문화로 자리 잡으면서 ‘부상’과 ‘운동 관련 질환’도 함께 증가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러닝은 접근성이 높아 단기간에 참여자가 늘기 쉬운 운동이지만, 몸의 적응 속도는 심폐와 근골격계가 다르다. 그 격차가 누적되면 발바닥, 아킬레스건, 무릎 등 반복 충격이 몰리는 부위에서 통증과 손상이 먼저 터진다.

러닝 인구 확대는 긍정적 변화로 읽히지만, 유행의 속도만큼 ‘안전한 훈련 문화’가 따라오지 못하면 부상 규모도 함께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심폐는 빨리 좋아지지만, 힘줄·뼈는 느리게 따라온다

러닝의 특징은 ‘쉽게 시작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장비가 단순하고 장소 제약도 적다. 문제는 초보 러너가 체력의 상승을 근거로 훈련량을 빠르게 늘리기 쉽다는 점이다. 심폐 기능은 비교적 빠르게 적응하지만, 뼈·근막·힘줄은 회복과 강화에 더 긴 시간이 걸린다. 이 시간차가 러닝 부상의 핵심 배경으로 꼽힌다.

현장에서는 “숨은 괜찮은데 다리가 먼저 무너진다”는 표현이 반복된다. 기록 향상이 곧바로 거리·강도 증가로 이어지면, 조직이 버틸 시간을 얻지 못해 염증이나 미세손상이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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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바닥에서 시작되는 통증… 족저근막염 ‘대표 질환’ 부상

러닝 붐과 함께 자주 거론되는 질환은 족저근막염이다. 발바닥에 반복되는 충격과 과부하가 누적되면 근막에 미세 손상이 생기고, 아침 첫 발 디딜 때 통증이 두드러지는 형태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처음엔 뻐근했는데 뛰다 보니 더 심해졌다”는 사례도 흔하다.

족저근막염은 러닝뿐 아니라 오래 서 있거나, 체중 증가, 딱딱한 지면에서의 활동 등과도 연관되지만, 러닝 붐이 커지면서 젊은 층에서도 ‘운동발(發) 통증’으로 인식되는 비중이 커졌다.


무릎·발목·아킬레스건… ‘러너 3대 고장 구간’이 다시 붐볐다

발바닥 다음으로는 아킬레스건과 무릎 통증이 뒤따르는 경우가 많다. 종아리-아킬레스건 라인에 과부하가 쌓이면 건염으로 이어질 수 있고, 무릎 앞쪽 통증(일명 러너스 니)도 대표적인 과사용 손상으로 꼽힌다. 발목은 착지 충격과 방향 전환, 지면 상태에 따라 인대와 힘줄이 쉽게 자극받는다.

특히 러닝 크루 문화가 확산하면서 ‘페이스 오버’가 부상 촉발 요인으로 자주 지목된다. 자신의 주력보다 빠른 속도를 따라가거나, 대회 준비 과정에서 훈련 강도를 급격히 끌어올리면 통증이 단기간에 악화된다.


‘주간 누적’보다 위험한 건 ‘어느 날 갑자기’ 늘린 거리

부상의 원인은 단순히 “많이 뛰어서”가 아니다. 현장과 연구에서 공통으로 강조되는 것은 ‘급격한 변화’다. 평소 5km를 뛰던 사람이 어느 주말 10km로 점프하거나, 최근에 경험하지 않은 최장거리를 갑자기 찍는 순간 위험이 커진다. 몸은 변화에 적응할 시간을 필요로 한다. 문제는 러닝 유행이 성취 욕구를 자극하면서, 이 ‘적응 시간’을 건너뛰게 만든다는 점이다.

이 구간에서 초보 러너는 기록을 성과로 받아들이지만, 몸은 경고 신호를 통증으로 보낸다. 통증을 ‘성장통’으로 오해해 강행하면 급성 손상이 만성 질환으로 넘어갈 가능성도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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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물지만 치명적일 수 있는 사례… 저나트륨혈증·횡문근융해 경고

대부분의 러닝 문제는 근골격계 부상으로 귀결되지만, 장거리·고강도 상황에서 건강 리스크가 커지는 케이스도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과도한 수분 섭취가 겹칠 때 발생할 수 있는 운동관련 저나트륨혈증, 극단적 과부하 상황에서 나타날 수 있는 횡문근융해 등이 거론된다.

중요한 것은 러닝 자체의 위험이 아니라 ‘무리한 방식’이다. 러닝 붐이 커질수록 초보자가 단기간에 유입되고, 그중 일부는 준비 없이 대회와 장거리 훈련으로 진입한다. 드물게 발생하는 사건이라도 참여자가 늘면 절대 건수는 늘어 보일 수밖에 없다.


대회는 개인 운동이 아니라 ‘공공 안전 이벤트’다

러닝 붐은 대회 증가로 이어진다. 참가자 수천 명이 한꺼번에 도심을 달리는 마라톤은 개인 운동을 넘어선 공공 이벤트다. 코스 통제, 의료 대응, 급수 운영, 기상 변수 관리 등 운영 시스템이 안전을 좌우한다. 참가자 역시 ‘완주 가능한 컨디션’을 기준으로 자신을 관리해야 한다. 기록 경쟁이 안전 판단을 앞서면 사고 위험은 커진다.

현장에서는 “달리기는 개인의 선택이지만, 대회 안전은 시스템의 책임”이라는 말이 나온다. 러닝 붐이 성숙한 문화로 가려면 개인의 훈련 원칙과 대회의 안전 인프라가 동시에 강화돼야 한다는 의미다.


유행을 습관으로 바꾸는 조건… ‘브레이크’가 필요하다

러닝은 건강에 유익한 운동이다. 다만 유행의 속도에 몸을 맞추려 하면 부상이 먼저 온다. 거리·강도를 갑자기 올리지 않는 것, 통증을 ‘참고 넘길 대상’이 아니라 ‘조정 신호’로 보는 것, 대회는 기록보다 컨디션을 우선하는 것. 기본 원칙이 결국 가장 강력한 예방책이다.

러닝 붐이 길게 가려면, 더 빠르게 달리는 법보다 더 오래 달릴 수 있는 방식부터 퍼져야 한다. “달리는 사람”이 늘어난 만큼 “회복이 필요한 사람”도 늘고 있다는 현실이, 지금 러닝 문화가 마주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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