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월 24일,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막을 올린 액션 퍼포먼스 뮤지컬 〈나 혼자만 레벨업 on ICE〉는 “웹툰 IP를 공연으로 옮기면 무엇이 달라질까”라는 질문에 꽤 영리한 답을 내놓는다. 무대는 얼음이고, 서사는 속도다. 관객은 좌석에 앉아 있지만, 눈은 계속 ‘질주’한다. 공연은 12월 24일부터 31일까지 진행되며(러닝타임 120분, 인터미션 20분 포함), 연말의 차가운 공기와 이 작품의 세계관이 자연스럽게 겹친다.
이 작품의 핵심은 “아이스쇼를 곁들인 뮤지컬”이 아니라 아이스라는 매체를 ‘연출’로 삼았다는 점이다. 얼음 위에서 몸이 미끄러지는 물리적 감각은, 전투 장면에서 가장 강력한 설득력이 된다. 제작진이 “스케이터의 긴장감과 속도감은 스크린에서 표현하기 어렵다”고 말한 대목이, 무대에서는 체감으로 고스란히 번역된다.

〈나혼렙 온 아이스〉의 재미는 캐스팅에서 한 번 더 올라간다. 성진우 역의 더블 캐스팅(아이돌 그룹 인피니트 출신의 이호원과 아이콘의 김진환)과, 피겨 선수들이 맡은 주요 캐릭터(차해인 역의 김예림·이그리트 역의 이시형 등)가 만나는 지점에서, 이야기의 판타지가 “현실의 몸”으로 뚝 떨어진다. “각 분야에서 커리어를 쌓아온 사람들이 합작하는 경험”이라는 출연진의 말처럼, 이 작품은 장르의 경계를 일부러 넘나드는 쪽을 택했다.
원작 팬에게는 ‘아는 장면’이 박자로 다시 태어나는 쾌감이 있고, 초심자에게는 인물의 욕망과 관계가 단순한 축으로 정리되어 따라가기 어렵지 않다. 실제 관람 후기들에서도 “원작을 알고 봐도, 몰라도 충분히 빠져든다”, “처음부터 끝까지 눈을 뗄 수 없다” 같은 반응이 반복된다. 이 말들이 과장이 아닌 건, 무대가 계속 ‘다음 장면’을 밀어주기 때문이다.

매일 매일 라이브로 진행되는 공연은 늘 약간의 떨림을 품는다. 그런데 그 떨림이 이 작품에서는 오히려 미덕이 된다. 얼음 위에서 균형을 잡는 미세한 긴장, 숨을 고르고 다시 속도를 올리는 리듬이 ‘성장’ 서사와 정확히 포개지기 때문이다. 연말의 관객은 대개 한 해의 피로를 안고 극장에 들어오는데, 이 작품은 그 피로를 “뜨겁게 달아오르는 장면 전환”으로 밀어내고, 마지막엔 이상하게도 마음을 조금 가볍게 만든다. 레벨업은 결국, 내일을 다시 시작할 용기라는 걸 공연이 슬쩍 일깨운다.

‘나혼렙 온 아이스’는 연말에 가장 잘 어울리는 방식으로, “성장 서사”를 차갑고 반짝이는 무대 위에 따뜻하게 착지시킨다. K-공연이 IP를 끌어안는 방식이 한 단계 진화했다는 신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