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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에서 얼음 위로… ‘나혼렙 온 아이스’가 던진 K-공연의 확장, 라이브 아레나 송동일 대표 인터뷰
  • 서지원 문화 & 전시 전문기자
  • 등록 2025-12-21 10:12:41
  • 수정 2025-12-21 11:4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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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갈라쇼가 아닙니다” 얼음 위 종합 엔터테인먼트
  • 1등 IP를 고른 이유… 나혼렙의 ‘직진 성장’
  • 인프라가 발목… 링크·대관·회차의 현실


웹툰에서 얼음 위로… ‘나혼렙 온 아이스’가 던진 K-공연의 다음 카드

‘K-콘텐츠’가 드라마와 영화의 영역을 넘어, 공연 시장에서도 새로운 장르를 밀어 올리고 있다. 글로벌 팬덤을 보유한 웹툰 IP ‘나 혼자만 레벨업’이 이번엔 아이스쇼(온 아이스) 형태로 무대화되며, ‘K-공연’의 확장 가능성을 시험대에 올렸다. 국내 창작 아이스쇼 제작사 라이브 아레나(LIVE ARENA)를 이끄는 송동일 대표는 최근 메인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아이스쇼를 갈라쇼로만 아는 인식을 깨고, 얼음 위에서 가능한 종합 엔터테인먼트로 새 문화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한 ‘웹툰 원작 공연’이 아니라, K-퍼포먼스를 하나의 수출형 공연 포맷으로 정착시키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갈라쇼가 아닙니다” 얼음 위에서 펼쳐지는 종합 엔터테인먼트

국내에서 아이스쇼는 여전히 ‘피겨 갈라쇼’의 이미지가 강하다. 송 대표는 이에 대해 “우리는 선수들의 갈라쇼를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 얼음 위에서 구현되는 뮤지컬·연극·퍼포먼스가 결합된 ‘콘텐츠’를 만든다”고 선을 그었다. 얼음이라는 무대가 주는 속도감과 확장성, ‘빙상’이 만들어내는 시각적 스펙타클을 공연 문법으로 재조합하는 방식이다.

그는 “극장 안에서 한정된 동선으로 구현되는 뮤지컬과 달리, 링크 위에서는 움직임 자체가 이야기의 힘이 된다”며 아이스쇼를 “뮤지컬·콘서트·서커스의 중간 지점에 있는 장르”라고 정의했다. ‘나혼렙 온 아이스’는 바로 그 장르 선언에 가깝다.



1등 IP를 고른 이유… “K-공연도 글로벌 1등과 붙어야 한다”

수많은 웹툰 IP 가운데 ‘나 혼자만 레벨업’을 선택한 기준은 명확했다. “우리에겐 1등 브랜드가 필요했다”는 게 송 대표의 설명이다. 글로벌 인지도가 검증된 IP에, 창작진이 자신 있는 ‘공연 재미’를 결합해 해외 시장을 전제한 K-공연 모델을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나 혼자만 레벨업’의 서사는 ‘직진 성장’으로 요약된다. 조연 서사로 샛길을 타기보다, 주인공의 레벨업이 연속적으로 고조되는 구조가 공연화에 유리하다는 판단이 깔렸다. 송 대표는 “성장 서사는 전 세계가 좋아하는 감정선”이라며 “액션과 확장 세계관이 얼음 위에서 더 설득력 있게 보일 수 있다”고 했다.


팬덤이 곧 기회이자 리스크… “욕먹을 각오보다 ‘기대’를 보려고 했다”

원작 기반 공연은 장점도, 단점도 ‘팬덤’이다. 기대가 높아지는 만큼, 캐스팅·연출·해석을 둘러싼 반발도 커진다. 송 대표는 “잘해도 욕먹고, 못하면 더 욕먹는 구조”를 인정하면서도, 제작진의 관점은 달랐다고 말한다. “한국에서 이런 시도를 한다는 점 자체를 격려하는 반응이 있었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지점은 ‘아이스쇼’라는 형식이 오히려 일부 논란을 완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얼굴 클로즈업 중심의 실사화와 달리, 빙상 퍼포먼스는 동작·군무·무대 효과가 전면에 나오기 때문이다. 제작진은 “원작의 웅장함과 액션을 ‘전체 그림’으로 설득하겠다”는 방향을 세웠고, 배우 구성도 스케이팅 기반 역량과 퍼포먼스 완성도를 최우선에 둔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만 가능한 라이브” K-퍼포먼스의 경쟁력은 ‘현장성’

송 대표가 반복해 강조한 키워드는 ‘현장성’이다. 그는 디즈니 온 아이스를 예로 들며 “현장에서 듣는 음악은 익숙하지만 더빙인 경우가 많다. 우리는 배우들이 라이브로 한다”고 했다. 이 대목은 K-공연의 경쟁력이 어디서 나오는지 짚는다. 한국 공연 산업이 축적해 온 ‘라이브 역량’—가창, 퍼포먼스, 무대 운영의 고밀도 체력전—을 아이스쇼 포맷에 이식하는 것이다.

다만 이 강점은 동시에 리스크다. 송 대표는 연습 강도에 대해 “아침부터 저녁까지 거의 풀로 연습한다”며, 빙상 위 퍼포먼스에 가창과 연기를 결합하는 고난도를 숨기지 않았다. 그럼에도 “한국이 해내는 방식이 곧 차별점이 될 것”이라는 자신감은 분명했다.


‘시즌제’로 장르를 키운다… “웹툰 45화까지, 그리고 시즌 2·3·4”

‘나혼렙 온 아이스’는 한 번에 세계관 전체를 담기보다, 웹툰 약 45화 분량—주인공이 ‘그림자 군주’ 칭호에 이르는 성장의 핵심 구간—에 집중한다는 구상이다. 송 대표는 “극으로 풀었을 때 가장 드라마틱한 구간”이라며, 이번 공연이 성공하면 시즌을 이어가 “공연도 레벨업하는 시리즈 모델”로 확장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 방식은 K-공연의 산업화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성공한 IP를 ‘한 번의 이벤트’로 끝내지 않고, 프랜차이즈 공연으로 구축해 지속 가능한 수익 구조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드라마·영화 중심의 원소스 멀티유즈를 넘어, 라이브 엔터테인먼트가 IP 확장의 한 축이 되는 셈이다.



“링크가 없으면 만들면 됩니다” 공연 인프라가 K-공연의 숙제

K-공연이 성장하려면, 콘텐츠만큼이나 공연 인프라가 뒷받침돼야 한다. 송 대표는 “서울에서 객석을 갖춘 아이스링크는 목동이 사실상 유일하다”고 말했다. 노후화된 시설의 하중 제한, 대관 난이도, 짧은 공연 회차(10회 내외) 같은 현실적 제약은 곧바로 사업성의 문제로 이어진다.

흥미로운 대목은 이를 ‘기술’로 풀려는 시도다. 그는 과거 실내체육관에 아이스링크를 조성했던 경험을 언급하며, 향후에는 오전·오후 스포츠센터 운영 + 야간 공연이 가능한 복합 모델을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공연 제작사가 ‘엔터테인먼트 테크(엔터테크)’ 기업처럼 움직이는 이유다.


굿즈와 ‘관객 참여’까지… K-공연의 다음 경쟁은 경험 설계

‘나혼렙 온 아이스’는 공연 외부 경험까지 확장하려 한다. 불이 들어오는 ‘검’ 형태의 굿즈, 세계관 아이템 기반의 팬 경험 설계, 나아가 관객이 공연에 참여하는 인터랙티브 아이디어까지 언급됐다. 송 대표는 대형 공연에서 화제가 된 ‘인터랙티브 팔찌’ 사례를 거론하며, “관객이 직접 참여하고 싶어하는 시대”에 맞춘 경험 마케팅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또 송 대표는 “관객이 그림자 군단이 되어 공연과 함께 움직이는 그림에 대해 ”에 대해 시즌 2에서 검토중이라고 한다. K-공연이 단순히 ‘보는 콘텐츠’를 넘어 팬덤이 체험하고 공유하는 콘텐츠로 진화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연말 ‘K-공연’의 실험대… ‘나혼렙 온 아이스’가 보여줄 장면들

송 대표는 이번 공연을 “가족·연인·친구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종합선물세트 같은 공연”으로 소개했다. ‘나 혼자만 레벨업’을 모르는 관객에게도 속도감, 액션, 음악, 현장감(얼음이 갈리는 소리와 바람 등)으로 설득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인터뷰에서 언급된 공연 일정은 12월 24일부터 31일까지. 한국 웹툰 IP가 ‘온 아이스’라는 새로운 장르로 변환되는 순간은, K-공연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시험지가 될 전망이다. ‘드라마 다음은 공연’이라는 말이 그저 구호가 아니라면, 답은 결국 관객의 선택과 산업의 지속 투자에서 나온다.

메인타임스는 이번 프로젝트를 단순 흥행 여부가 아니라, K-공연의 수출형 포맷화 가능성이라는 관점에서 계속 추적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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