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시계 브랜드 스와치(Swatch)가 최근 선보인 한정판 시계가 국내외에서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름은 “WHAT IF…TARIFFS?”로, 직역하면 “만약…관세라면?”이라는 뜻이다. 단순한 신제품이 아니라 국제 무역 환경을 풍자한 시도로, 제품 그 자체가 시대적 메시지를 품고 있다는 평가다.
2025년 8월부터 미국은 스위스산 수입품, 특히 시계를 포함한 품목에 39%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이는 연간 수출액 중 상당 비중을 미국 시장에 의존하는 스위스 시계 업계에 직격탄이 될 수 있는 조치다. 가격 경쟁력이 약화되고, 소비자 부담이 급격히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스와치는 이에 정면 대응하기보다 특유의 유머와 창의성을 선택했다. 신제품 “WHAT IF…TARIFFS?”의 다이얼에는 숫자 ‘3’과 ‘9’가 서로 뒤바뀌어 배치되어 있다. 39%라는 관세율을 직관적으로 표현한 장치다. 여기에 판매가는 139 스위스 프랑으로 책정됐다. 반복되는 ‘39’라는 숫자가 소비자에게 강렬한 인상을 주면서, 관세 문제를 은근하게 비판하는 장치로 작동한다.
이 시계는 스위스에서만 판매된다. 취리히와 제네바 공항 매장을 비롯해 주요 도시의 스와치 매장에서 구매할 수 있다. 해외 직배송은 공식적으로 지원되지 않으며, 해외 소비자가 구입하려면 직접 스위스를 방문해야 한다. 미국 내 유통은 관세 부담 때문에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런 판매 정책은 관세가 실제로 소비자와 업계 모두에게 불편을 초래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장치이기도 하다.
스와치는 이번 모델을 “정책 상황이 바뀌면 판매를 중단할 단기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장기적인 라인업이 아닌 시의적 반응형 제품이다. 그러나 바로 이 한정성과 맥락 덕분에 희소가치가 높아졌고, 출시 직후부터 큰 주목을 받았다.
스와치 측은 이번 제품이 “매우 큰 성공”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주문이 몰리면서 배송 지연이 발생했고, 일부 매장에서는 1~2주가량의 대기 시간이 생겼다. 단순한 화제성에 그치지 않고 실제 판매로 이어진 사례다.
이 같은 반응은 단순히 시계 애호가뿐 아니라 일반 소비자까지 끌어들였다. 제품이 단순한 액세서리 역할을 넘어, 국제 경제 이슈를 담은 하나의 상징물로 기능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이 시계를 착용함으로써 단순히 시간을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관세와 글로벌 무역 환경을 풍자하는 이야기를 공유하는 셈이다.
이 시계의 가장 큰 특징은 정치적 풍자를 브랜드 아이덴티티에 연결한 것이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불리한 정책 변수에는 조용히 대응하거나 로비를 통해 해결하려 한다. 하지만 스와치는 이를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제품화했다. 관세가 “시간을 뒤틀어 놓는다”는 메시지를 다이얼에 시각적으로 담아낸 것이다.
이는 스와치가 오래전부터 유지해온 대담하고 유머러스한 브랜드 이미지와도 잘 맞아떨어진다. 소비자들에게 신선한 인상을 주었고, 브랜드에 대한 호감도 또한 높였다. 결과적으로 정치적 이슈와 마케팅을 성공적으로 결합한 드문 사례로 기록되고 있다.
오늘날 소비자들은 단순히 제품의 기능이나 가격만을 평가하지 않는다. 제품의 맥락, 제작 배경, 사회적 메시지를 함께 고려한다. “WHAT IF…TARIFFS?”는 바로 그 흐름을 반영한 사례다. 하나의 이야기를 담아낸 제품이 소비자에게 더 큰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또한 이 시계는 한정판이라는 특성과 시대적 배경이 결합되어, 시간이 지나면 하나의 기념품처럼 회자될 가능성도 크다. 단순한 시계를 넘어, 국제 무역 분쟁 속에서 탄생한 문화적 산물로 평가될 수 있다.
물론 긍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시계는 스위스 내에서만 판매되므로 글로벌 시장 확대에는 한계가 있다. 특히 미국 소비자들은 직접 구입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매출 측면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또한 정치적 메시지를 담은 제품은 일부 소비자에게는 불편하게 다가올 수 있다. 브랜드가 정치적 사안에 관여하는 것 자체를 꺼리는 고객층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이번 제품은 정책 변화에 따라 판매가 중단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장기적인 매출 기여도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종의 이벤트성 제품이라는 한계가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WHAT IF…TARIFFS?”는 시계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기업이 사회적 현실을 어떻게 해석하고 소비자와 소통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다. 스와치는 불리한 정책을 숨기지 않고, 오히려 창의적으로 드러냄으로써 브랜드의 존재감을 강화했다.
이번 사례는 다른 산업과 기업에도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다. 위기를 단순히 회피하지 말고, 스토리와 창의성으로 전환하라는 교훈이다. 소비자에게 단순한 제품이 아닌, 시대와 함께 기억될 이야깃거리를 제공하는 것이야말로 브랜드가 살아남는 길이라는 사실을 증명한 셈이다.
스와치의 “WHAT IF…TARIFFS?” 시계는 단순한 액세서리가 아니다. 국제 무역 분쟁이라는 시대적 상황을 담은 문화적 아이콘이자, 위기를 기회로 전환한 브랜드 전략의 사례다. 단기 판매에 그치더라도 이 제품은 오랫동안 세계 소비자와 업계에 회자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