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팔아 세금 내는 건 잔인하다.” 9월 11일 이재명 대통령이 상속세 공제 한도를 현행 10억→18억으로 상향하는 방안을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구상은 일괄공제 5→8억에 배우자공제 최소 5→10억을 더하는 조합으로, 수도권 1주택 중심 상속 가구의 체감 부담을 낮추겠다는 취지다. 다만 이는 정부 확정안이 아닌 ‘대통령 지시’ 단계로, 실제 적용을 위해선 기재부 세법개정안 마련과 국회 심의·의결을 거쳐야 한다. 또한 “일반적 상속세율 인하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는 대통령 발언이 병기돼 있어, 공제 확대 중심의 ‘정밀 타깃 완화’가 정책의 뼈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여러 매체가 “18억까지 면세”라는 표현을 썼지만 이는 공제 요건을 충족할 때 가능한 결과라는 뜻이다. 구상대로 일괄 8억+배우자 최소 10억이 도입되면, 배우자가 실제로 상속을 받는 구조에서 공제 합계가 18억까지 도달하므로 과세표준이 0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세액은 상속구성(배우자 여부·지분), 공제 선택(일괄 vs 기초+인적), 채무·장례비·평가액, 기타 공제(동거주택·금융재산) 등에 따라 달라진다. 즉, “18억이면 무조건 0원”이 아니라 **“요건 충족 시 0원이 될 수 있다”**가 정확하다.
국세청 기준으로 배우자공제는 최소 5억을 보장하며, 배우자가 실제로 더 많이 상속하면 법정상속분 한도 내에서 최대 30억까지 공제된다. 이 원칙은 개편 전·후 모두에서 제도 설계의 축이 된다. 따라서 18억 구상 역시 배우자가 상속에 참여하는지, 얼마를 실제로 받는지가 핵심 변수가 된다.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서울 평균 집값 수준은 세금 때문에 ‘내쫓기지’ 않도록 보호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상속 개시 시점에 현금흐름이 부족한 유족에게 일시적 세부담이 과도하다는 민원을 정책으로 흡수한 셈이다. 동시에 같은 자리에서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 강화 방침을 고집하지 않겠다고 밝히며(완화 시사), 자본시장·부동산·상속세제를 함께 조정하는 ‘심리 안정 패키지’의 인상을 줬다. 다만 세수·형평 논쟁이 불가피해 국회 통과까지는 진통이 예상된다.
가장 직접적인 수혜층은 배우자가 있는 1주택 상속 가구다. 예컨대 총 상속재산이 18억이고 배우자가 일정 지분을 실제로 상속한다면, 일괄 8억+배우자 최소 10억으로 과세표준이 사실상 0이 될 수 있다(기타 공제·채무·평가 변수에 따라 달라짐). 반면 상속에 배우자가 없거나, 상속재산이 주택 외 금융·임대·비사업용 토지 등에 치우친 경우에는 체감이 다를 수 있다. 비판 측은 “공제 확대는 자산이 클수록 혜택이 커지는 구조”라며 분배·형평에 문제를 제기하고, 세수 감소 우려를 든다. 찬성 측은 “상속 직후 주거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관문 완화”라고 맞선다.
공제 상향의 명분이 ‘주거 안정’이라면, 가업상속공제(현행 최대 600억)나 최대주주 주식 할증평가와 같은 기업 승계 트랙은 분리해서 설계·설명해야 한다. 이를 한 묶음으로 추진하면 ‘부자 감세’ 프레임을 자초하기 쉽다. 학계 분석에 따르면 가업상속공제는 적용 시 상속세 부담이 평균 80%대까지 줄어드는 강한 효과를 보이며, 제도 요건·사후관리 이슈가 따로 존재한다. 즉, 주택 상속 경감과 기업 승계 완화는 정책 목표와 이해관계가 다르므로 메시지를 분리하는 게 바람직하다.
18억 구상의 설득력은 누구를 어떻게 돕는지를 데이터로 입증하는 데 달려 있다.
타깃 세분화:
①고령 배우자 동거 1주택,
②상속 직후 처분이 생활기반 붕괴로 이어질 취약 가구,
③상속 후 실거주·장기보유 조건 충족 가구 등 조건형 설계가 유효하다.
사후관리: 일정 기간(예: 5~10년) 내 처분·임대 전환 시 공제 환수 같은 사후 규율을 두면, 공제가 실수요 보호로 쓰이도록 유도할 수 있다.
세수 중립 보정: 공제 확대에 따른 세수 감소를 사각지대 과세 보완(예: 편법 증여·우회 상속 차단)으로 메울 수 있다.
투명한 시뮬레이션 공개: 가구 유형·지역·자산구성별 샘플 시나리오를 정부가 사전 제시해야 시장의 과잉 반응(매물 출회·가격 기대 등)을 줄인다.
현재는 대통령 지시 → 정부안 구체화 → 국회 순서다. 정기국회 내 처리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세목 간 형평·세수 영향·지역별 형평성(비수도권 vs 수도권) 쟁점이 얽혀 협상 난도는 높다. 통과되더라도 경과규정(시행일, 소급·신구법 적용 경계)과 시행령·서식 개정이 뒤따른다. 배우자공제의 기본 규정(최소 5억·법정상속분 내 최대 30억)은 현행 제도 설명을 기반으로 하되, 향후 정부안 문구와 국회 심사에서 구체 수치·요건이 달라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