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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굣길 초등생 유괴 미수 사건, 경찰 방심한 초동 수사가 부른 파장
  • 이시한 기자
  • 등록 2025-09-05 17: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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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굣길 덮친 공포… CCTV에 찍힌 초등생 유인 시도
  • 경찰 ‘오인 신고’ 판단 뒤집혀… 학부모 불안 확산
  • 초등생 노린 유괴 미수, 구속영장 청구까지


초등생 유괴 미수 ‘오인신고’→긴급체포까지: 무엇이 어떻게 벌어졌나

서울 서대문구 초등학교 인근에서 벌어진 초등생 유괴 미수 사건이 경찰의 초동 대응 논란으로 번졌다. 경찰은 처음엔 “범죄 정황이 없다”고 했지만, 추가 신고와 CCTV 추가 확보 뒤 피의자 3명을 긴급체포했고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사건의 흐름과 쟁점을 시간 순으로 짚고, 왜 부실 대응 비판이 나오는지 분석한다. 


사건 개요

지난 8월 28일 오후 3시 30분쯤 서대문구 홍은동 일대. 중형 SUV를 탄 20대 초반 남성 3명이 하굣길 초등학생들에게 “귀엽다, 집에 데려다주겠다”는 식으로 접근했고, 어린이들이 도망치거나 무시하는 사이 세 차례에 걸쳐 유인 시도를 이어간 정황이 드러났다. 일부 학부모가 112에 신고하면서 사건이 알려졌다. 


D+5: 첫 신고와 ‘오인’ 판단

신고 접수 직후 경찰은 제보된 차량 색상·차종을 단서로 탐문했지만, 초기 파악이 엇갈리면서 “범죄 관련성을 확인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공개 부인했다. 첫 대응 시점에 확인한 CCTV 각도에서 유인 동작이 뚜렷하지 않았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이 조치는 훗날 “너무 성급했다”는 비판의 핵심 근거가 됐다. 


D+6~7: 추가 신고와 ‘반대 각도’ CCTV

며칠 뒤 유사한 신고가 이어지고 추가 제보 영상이 들어오자, 경찰은 사건 현장 반대 각도의 CCTV를 뒤늦게 확보·분석했다. 해당 영상에는 차량이 정차한 뒤 어린이에게 말을 거는 장면 등 유인 정황이 더 선명하게 포착됐고, 수사는 본격화됐다. 경찰도 “초기에 육안으로 범죄 행위를 특정하기 어려웠다. 아쉽게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D+8~9: 피의자 특정과 긴급체포

수사팀은 차량 번호와 동선을 특정해 20대 초반 남성 3명을 약취·유인 미수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이들은 중학생 때부터 친구 사이였고, 조사에서 “장난삼아 말을 걸었을 뿐 태울 의도는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주거지 압수수색과 디지털포렌식을 병행하고,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 해명과 논란의 초점

경찰은 “첫 신고 당시 피해자 측이 알려준 차량 정보와 실제 차량이 달라 특정이 지연됐고, 초기 CCTV로는 범죄를 단정하기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흰색 승합차만 좇다 핵심 정황을 놓쳤다”는 지적, 즉 초기 가설에 매몰돼 다른 가능성을 배제한 선택 편향이 컸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특히 아동 대상 범죄의 특성상 ‘의심이 가면 즉시 확보’해야 할 CCTV 각도 다변화, 시간대 확장, 인근 대면 탐문이 충분했는지 의문이 남는다. 


왜 ‘부실 대응’ 비판이 커졌나

첫째, 리스크 평가의 보수성 결여다. 아동 약취·유인 범죄는 피해 저항력·회복력이 낮고 2차 피해 위험이 큰 만큼, ‘무혐의 추정’보다 ‘위험 과잉 가정’이 정당화된다. 초동 단계에서 “오인신고”로 사실상 종결을 시사한 메시지는 주민 불안을 키웠다. 둘째, 정보 혼선 관리 실패다. 초기에 공개 부인을 한 뒤 추가 신고로 입장을 번복하자 “뒤늦은 수사” 프레임에 스스로 갇혔다. 셋째, 증거 수집의 다각화 부족이다. 반대 각도 CCTV가 뒤늦게 확보된 사실은, 초기 수사에서 ‘각도·동선·시간’ 3요소를 넓혀 증거망을 구축했는지 되묻게 한다. 


법적 쟁점: ‘약취·유인 미수’의 범위

형법상 약취·유인은 실력으로 사람을 지배하에 두거나 기망·유혹으로 의사결정을 왜곡해 이동·동승을 유도하는 행위를 포괄한다. 실제로 태우지 않았더라도, 반복적 접근과 언사·정차 등 결과 발생 가능성이 현저한 시도가 인정되면 미수 성립 여지가 크다. 이번 사건에서 경찰이 약취·유인 미수 혐의를 적용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피의자들의 “장난이었다”는 진술은 범의 판단에서 참작 사유가 될 수 있으나, 행위의 외형·횟수·대상(미성년자)·장소(학교 인근) 등을 종합하면 공익적 엄정 대응의 필요성이 높다. 


커뮤니케이션 실패의 비용

경찰은 9월 5일 브리핑에서 사건 경과를 공개했지만, 시민들이 체감한 것은 “초기엔 없다고 했다가, 나중에 있다 했다”는 요약이었다. 안전 이슈는 사실뿐 아니라 인식 관리가 핵심이다. ‘확인 중’ ‘추가 영상 확보 노력’ 같은 중립적 어휘로 정보를 업데이트했다면, 불신의 낙인을 줄일 수 있었다. 이번 사례는 수사 내용과 별개로 대외 메시지의 단계별 표준 문안이 필요한 이유를 보여준다. 


재발 방지 로드맵

첫째, 아동 범죄 전담 ‘골든타임 프로토콜’을 도입해야 한다. 신고 즉시 주변 360도 CCTV·블랙박스·상가 POS 시간대 로그를 일괄 확보하는 체크리스트, ‘초기 가설 2개 이상 병행’ 원칙, 현장·지령·분석팀의 삼각 협업이 묶인 표준 절차가 필요하다. 둘째, 위험 커뮤니케이션 개선이다. ‘오인’ 단정 표현을 피하고, 사실·추정·계획을 분리해 공개하며, 민감 사건은 정례 브리핑으로 루머 공간을 축소해야 한다. 셋째, 학교-학부모-지자체 연계다. 통학로 핫스폿의 공동 순찰, 학부모 대상 대응 교육, 아동 신고 전용 단축번호·안심존 확충이 병행돼야 한다.


현재 상황과 관전 포인트

피의자 3명은 검거됐고 2명은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넘겨졌다. 수사는 포렌식·압수수색으로 확대됐고, 범행 의도와 역할 분담, 추가 시도 여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이번 사건은 ‘아이 안전’ 최전선에서 정확한 초동 판단과 투명한 소통이 왜 동시에 중요한지, 그 표준을 다시 쓰라고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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