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소가 또 해냈다.” 최근 소비자 커뮤니티와 SNS에서 가장 화제가 된 제품은 다름 아닌 5000원짜리 커피 제품이다. 다이소가 내놓은 이 저가형 드립 커피 기구는 단순한 ‘가성비 상품’을 넘어, 한국인의 일상 필수품이 된 커피 문화를 정면으로 파고들었다. 불과 몇 천 원에 ‘내 손으로 내리는 커피’를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강하게 자극했다.
출시 직후 다이소 매장 곳곳에서는 ‘품절 대란’이 이어졌고,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에서는 웃돈을 얹어 거래되는 모습까지 나타났다. 커피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이 가격에 이 정도 퀄리티라니 믿기지 않는다”는 호평과 함께, “전문 기구와 비교하기엔 무리”라는 냉정한 평가가 동시에 쏟아지고 있다.
커피 업계 종사자들의 반응은 다소 복잡하다. 일부 바리스타들은 “커피는 결국 원두와 추출 기술이 좌우하는데, 값싼 도구만으로는 제대로 된 맛을 구현하기 어렵다”며 우려를 표한다. 실제로 몇몇 전문가는 다이소 제품으로 내려진 커피를 시음한 뒤 “맛이 탁하다”거나 “추출 균일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또 다른 시각도 있다. 한 카페 대표는 “커피의 대중화가 이미 끝난 상황에서, 저가형 기구의 등장은 오히려 시장 확대에 긍정적일 수 있다”며 “입문자들이 저렴하게 커피를 접한 뒤 더 깊이 있는 커피 문화로 유입될 수 있다”고 말했다. 즉, 품질 논란과는 별개로 ‘커피 저변 확대’라는 순기능이 존재한다는 평가다.
이번 현상은 단순히 가격 파괴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코로나19 이후 확산된 ‘홈카페 열풍’과 깊은 관련이 있다. 집에서 직접 커피를 내려 마시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나면서, 저렴하면서도 편리한 도구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다. 다이소 제품은 이 틈새를 정확히 파고들며 ‘홈카페 입문용 필수템’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소비자 후기에도 이런 흐름이 잘 드러난다. “처음엔 재미로 샀는데, 아침마다 써보니 의외로 괜찮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결국 며칠 쓰다 말았다”는 실망 섞인 리뷰도 나온다. 이는 곧 다이소 제품이 장기적으로는 ‘전문 소비자용’보다는 ‘체험형·입문형’ 성격이 강하다는 걸 보여준다.
다이소의 5000원 커피 제품은 업계에도 미묘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국내 커피 시장은 이미 스타벅스, 투썸플레이스 같은 프랜차이즈와 편의점 RTD(Ready To Drink) 제품, 캡슐 커피 등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포화 시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다이소의 초저가 공세는 ‘가격 민감층’을 끌어들이는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2030 세대의 소비 습관과 맞물리면서, ‘가성비’를 중시하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예상보다 큰 인기를 끌 가능성도 크다. 이는 장기적으로 캡슐 커피나 드립백 커피 업체들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안스타 유튜브 캡쳐
이 논란을 한층 더 키운 건 인기 유튜버 '안스타'였다. 커피 브랜드 '언스페셜티'의 공동 창업자이자 구독자 23만명을 보유한 유튜버 안스타는 최근 자신의 채널에서 다이소 커피 제품을 직접 사용해 리뷰 영상을 올렸다. 그는 다이소 커피 드리퍼, 하리오 더블 메탈, 종이필터를 사용하는 하리오 드리퍼 V60 3종을 블라인드 테스트 시식을 했는데, 다이소가 1등을 차지하자 "미쳤다"라고 스스로도 당황스러워했다. 안스타가 감탄하는 장면은 그대로 영상을 타면서 화제가 되었다.
다이소 커피 제품 논란은 결국 ‘가성비와 품질의 균형’ 문제로 귀결된다. 저렴한 가격으로 누구나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은 분명하다. 하지만 커피 본연의 맛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에게는 한계가 뚜렷하다.
한 식품산업 연구원은 “다이소 제품은 커피를 즐기려는 초심자에게는 좋은 선택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전문 장비나 고급 원두로 넘어가는 관문 역할을 할 것”이라며 “업계가 이번 현상을 단순한 해프닝으로만 볼 게 아니라, 소비자들의 변화된 니즈를 분석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결국 이번 ‘다이소 커피 논란’은 단순히 5000원짜리 제품의 흥행 여부를 넘어, 한국 사회의 소비 트렌드를 보여주는 사례다. ‘꼭 비싸야 좋은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깨지고, ‘싸도 충분히 쓸 만하다’는 인식이 점점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다이소는 이미 생활용품에서 이런 변화를 주도해 왔고, 이제는 커피 시장까지 흔들고 있다.
5000원짜리 다이소 커피 제품이 시장에 던진 메시지는 단순하다. “커피는 더 이상 전문가의 전유물이 아니다.” 커피 한 잔에 진심인 사람들, 가성비를 추구하는 사람들, 그리고 새로운 소비를 실험하려는 사람들 모두가 이 작은 기구를 매개로 모여들고 있다. 다이소의 ‘작은 거인’이 만들어낸 파장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