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이들이 뉴욕 카페에서 크루아상을 6~9달러에 사 먹는 경험을 빵값의 기준처럼 받아들인다. 하지만 미국 전역 통계를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미국 노동통계국(BLS) 자료에 따르면 2025년 7월 기준 화이트 브레드 1파운드(453.6g)의 전국 평균 소매가는 1.851달러다. 500g으로 환산하면 약 2.04달러(한화 2,700원대) 수준이다 .
즉, 미국의 평균 식빵 가격은 뉴욕에서 체감하는 ‘프리미엄 카페 가격’과는 다르다. 대도시 외곽이나 중소도시에서는 훨씬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고, 이는 한국과 미국 빵값을 비교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지점이다.
프랑스는 바게트가 국민 식품인 만큼, 정부 통계로도 가격 변동이 자세히 집계된다. 프랑스 통계청(INSEE)에 따르면 2025년 13월 기준 바게트 1kg 평균 가격은 4.05유로, 500g으로 환산하면 약 2.02유로(3,000원대)다 . 전통 제과점에서는 0.91.5유로 선에서 단품을 구매할 수 있고, 대형 유통업체에서는 때때로 0.29유로 초저가 ‘미끼 상품’이 등장하기도 한다. 평균적으로는 한국보다 저렴하고, 가격 안정성도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영국은 물가 통계가 비교적 투명하다. 영국 통계청(ONS)에 따르면 2025년 1월 슬라이스 화이트식빵 800g 평균 가격은 1.40파운드다. 이를 500g으로 환산하면 약 0.88파운드(한화 1,500원 안팎)로 계산된다 . 한국의 체감 빵값과 비교하면 절반 이하 수준으로, 영국 소비자들이 왜 상대적으로 빵을 ‘싸다’고 여기는지 설명된다.
일본은 ‘쇼쿠판(식빵)’ 문화가 뿌리 깊다. 평균적으로는 531엔/kg, 350g 한 봉지가 180엔(1,600원대) 수준이다 . 세븐일레븐의 ‘소금빵’ 신제품은 138엔(1,300원대)이라는 구체 사례도 있다. 하지만 동시에 도쿄의 유명 제과점에서는 프리미엄 쇼쿠판 한 덩이가 500엔~1,000엔을 웃돈다. 일본 역시 ‘평균가는 저렴하지만 고급 시장은 고가’라는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 공정거래위원회 의뢰 보고서(2023 기준)에 따르면 한국 빵값은 100g당 평균 703원, 즉 500g으로 환산 시 약 3,515원이다 . 이는 프랑스(609원), 미국(588원), 호주(566원)보다 높은 수치다.
실제 서울 시내 제과점에서 판매되는 크루아상과 소금빵은 2,800원~3,500원 선, 일부 프리미엄 매장에서는 4,000원을 넘는다. 이번 ‘990원빵’이 주목받은 이유도 바로 이 괴리 때문이다. 한정 수량 판촉용으로는 가능하겠지만, 장기적으로 이 가격대를 유지하기는 어렵다.
전문가들은 한국 빵값이 세계 평균보다 높은 이유를 크게 네 가지로 꼽는다.
1) 원재료 수입 의존도: 한국은 밀의 99% 이상을 수입에 의존한다. 환율과 국제 곡물 가격이 오르면 빵값도 즉각 반영된다.
2) 상권 임대료와 인건비: 수도권 중심의 고비용 구조가 소비자 가격에 전가된다.
3) 프랜차이즈 중심 유통: 브랜드 마케팅비와 가맹 구조가 가격에 포함된다.
4) 프리미엄화 추세: 단순 식품이 아니라 ‘디저트 문화’로 자리 잡으면서 고가 제품군 비중이 늘었다.
‘990원빵’은 단순한 프로모션을 넘어, 한국 사회가 직면한 생활 물가 문제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빵값은 커피, 치킨, 라면과 함께 국민이 체감하는 대표 생활 물가지표다.
프랑스처럼 빵값을 물가 안정의 핵심 지표로 관리하거나, 미국처럼 전국 평균과 지역별 격차를 함께 살펴보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빵은 왜 한국에서 더 비쌀까?”라는 질문은, 단순한 가격 비교를 넘어 식품 자급 구조, 도시 경제, 소비 문화까지 연결되는 복합적 과제임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