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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포티, 칭찬에서 조롱으로… 변색된 40대의 이름
  • 이시한 기자
  • 등록 2025-08-29 11: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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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포티, 세대 갈등의 거울이 되다
  • “영포티겠지” 한마디가 드러낸 단어의 변색
  • 소비 주역에서 조롱의 대상까지… 영포티의 아이러니

피식대학 05학번 이스 히어 캡쳐

“영포티, 칭찬에서 조롱으로”… 변색된 40대의 이름


한때는 긍정적 이미지의 단어

‘영포티(Young Forty)’라는 말은 원래 긍정적인 뉘앙스를 담고 있었다. 2010년대 초반, 언론과 마케팅 업계는 이 단어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며 ‘젊게 사는 40대’의 등장을 강조했다. 당시에 40대는 사회적으로 안정된 소득과 구매력을 갖춘 세대였다. 언론은 그들을 “새로운 소비 주역”으로 지목했고, 기업들은 건강식품, 아웃도어 의류, 고급 자동차 마케팅에 ‘영포티’라는 단어를 앞세웠다. ‘마흔이지만 여전히 청춘 같은 감각을 가진 세대’라는 이미지는 이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는 동시에 사회적으로도 호감을 주는 상징이었다.


온라인에서 조롱으로 변한 단어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이 단어의 의미는 급격히 변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영포티’를 비꼬는 표현으로 쓰기 시작했다. “자신이 여전히 젊다고 착각하는 40대”, “시대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고집만 센 아저씨”라는 맥락이 덧씌워졌다. 젊은 세대는 이를 꼰대와 유사한 개념으로 받아들이며 조롱성 속어로 소비했다.

특히 2020년대에 들어서며 ‘영포티’는 거의 긍정적 의미를 잃었다. 기업 광고 속에서 여전히 쓰이기도 하지만, 대중의 일상 언어에서는 비아냥과 풍자의 색채가 짙어졌다. 40대가 자기객관화를 못 하고, 젊음을 과시하려는 모습으로 비춰질 때 ‘영포티’라는 말은 쉽게 붙여졌다.


포천시청 박수민 선수 인스타 캡쳐

역도 선수 사건이 보여준 맥락

최근 포천시청 소속 여성 역도 선수가 겪은 사건은 ‘영포티’라는 단어의 현재 위치를 여실히 보여준다. 그는 SNS에 복근 사진을 올렸고, 이를 문제 삼은 민원인은 “시청 이미지가 손상된다”며 중징계를 요청했다. 선수는 불편한 감정을 드러내며 민원인을 향해 “안 봐도 영포티겠지”라는 말을 사용했다. 여기서 ‘영포티’는 단순히 나이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사사건건 참견하며 시대에 뒤떨어진 사고방식을 가진 중년 남성”이라는 조롱의 의미로 쓰였다.

이 발언은 온라인 여론과 맞물리며 화제가 됐다. 많은 네티즌이 “운동선수가 복근 사진을 올리는 게 무슨 문제냐”라며 민원인을 비판했고, 그 조롱의 대명사로 ‘영포티’가 다시 한 번 회자됐다.


세대 갈등이 낳은 변색

‘영포티’라는 단어의 의미가 바뀐 배경에는 한국 사회의 세대 갈등이 자리한다. 경제적 안정성을 가진 40대는 한때 소비의 중심에 있었지만, 20~30대의 눈에는 “자신들보다 기회가 많고 목소리도 큰 세대”로 비쳤다. 취업난, 집값 문제, 불평등 속에서 청년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은 40대를 향한 반감을 키웠고, ‘영포티’는 그 불편한 감정을 담아내는 언어가 됐다.

결국 ‘영포티’는 광고와 기사 속에서 소비자를 칭찬하는 말이었다가, 시간이 지나며 온라인 속어로 전락했다. 이 과정은 언어가 사회적 맥락 속에서 얼마나 쉽게 의미를 바꾸는지를 잘 보여준다.


영화 포티 이어스 영 스틸컷

언어의 변천과 사회의 단면

이번 사례는 특정 단어가 사회적 환경과 세대 인식에 따라 어떻게 변색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한때는 세련됨과 젊음을 상징하던 ‘영포티’가 이제는 꼰대를 조롱하는 말로 쓰이고 있다. 언어의 변화 뒤에는 세대 간 불신과 갈등이 놓여 있으며, 그 갈등은 인터넷이라는 공간에서 더욱 증폭된다.

‘영포티’라는 단어의 여정은 결국 하나의 사회적 메시지를 던진다. 언어는 단순한 꼬리표가 아니라, 세대의 힘과 감정을 드러내는 거울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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