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태국에서 열린 2025 세팍타크로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한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선수들이 대회 종료 후 회식 자리에서 주먹다짐을 벌인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이 사건은 고교 선후배 관계인 선수들 사이에서 발생했으며, 알코올 과음과 누적된 스트레스가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대한세팍타크로협회는 해당 선수들을 대표팀 소집 훈련에서 제외하고 징계 절차를 밟고 있다. 스포츠계 안팎에서 "국가대표로서의 품위 실추"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체육계의 음주 문화와 관리 체계에 대한 재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세팍타크로는 '발로 하는 배구'로 불리는 동남아 기원의 스포츠로, 한국에서는 비인기 종목이지만 국가대표팀은 아시안게임 등에서 꾸준히 메달을 따내며 실력을 인정받아왔다. 이번 세계선수권대회(킹스컵)에서 한국팀은 남자 팀레구, 여자 팀레구, 여자 쿼드 종목에서 동메달 3개를 획득하며 성과를 거뒀다. 대회는 7월 22일부터 27일까지 태국에서 열렸고, 선수들은 대회 마지막 날인 26일 저녁 만찬장에서 1차 회식을 가졌다. 이후 숙소로 돌아온 선수들은 2차 술자리를 이어갔고, 근처 상점에서 추가로 술을 사오던 중 말다툼이 시작됐다.
선수들 사이의 다툼은 단순한 말싸움에서 그치지 않고 몸싸움으로 번졌다. 보도에 따르면, 고교 선후배 관계인 2명 또는 4명이 연루됐으며, 구체적으로 부산환경공단, 고양시청, 청주시청, 대구광역시청 소속 선수들이 언급됐다. 현장에는 국가대표 총감독과 지도자, 협회 사무처 인력 등 모든 지도·운영진이 있었지만, 상황을 제대로 제지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국제 대회 현장에서 대한민국 얼굴에 먹칠을 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전문가들은 대회 기간 쌓인 스트레스와 알코올 과음이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세팍타크로 선수들은 고강도 훈련과 경기 압박 속에서 생활하며, 대회 종료 후 회식은 긴장을 푸는 자리로 여겨진다. 하지만 이번 경우처럼 선후배 관계가 얽히면 사소한 말다툼이 격화될 수 있다. 체육계 관계자는 "비인기 종목일수록 선수들의 심리적 부담이 크고, 지도자들의 관리 감독이 느슨해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유사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다른 스포츠 국가대표팀에서 음주 관련 사고가 발생해 징계를 받은 적이 많다. 이번 사건은 국제 대회 현장에서 일어났다는 점에서 더 심각하다. 선수들은 귀국 직후 협회에 경위서를 제출했으며, 부상 여부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단순 충돌로 보인다. 그러나 위계적 폭력 가능성도 제기되며, 조사 과정에서 더 세부적인 사실이 드러날 전망이다.
세팍타크로 협회 홈페이지 캡쳐
대한세팍타크로협회는 사건을 인지한 즉시 대응에 나섰다. 관련 선수들을 8월 중순 소집 훈련에서 제외했으며, 29일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어 징계 수위를 논의할 예정이다. 협회 관계자는 "조사와 확인 절차를 진행 중이며, 사실관계가 명확해지는 대로 투명하게 공유하겠다"고 밝혔다. 가능한 징계로는 출전 정지, 훈련 제외, 또는 더 무거운 처벌이 거론된다.
사회적 반향도 크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댓글에서는 "국가대표로서의 책임 의식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주를 이룬다. 일부 네티즌은 "비인기 종목이라 주목받지 못했지만, 스포츠 전체의 이미지를 실추시켰다"고 지적했다. 이 사건은 체육계의 음주 문화와 선수 관리 체계를 재고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고 있다. 특히, 국제 대회에서의 선수 행동 지침 강화와 심리 상담 프로그램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세팍타크로는 1988년 한국에 도입된 이후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으로 자리 잡았지만, 대중적 인지도는 낮다. '세팍(치다)'과 '타크로(공)'의 합성어로, 발·머리·무릎을 이용해 네트 너머로 공을 넘기는 화려한 기술이 특징이다. 한국 선수들은 동남아 강호들과 경쟁하며 메달을 노리지만, 지원 부족과 훈련 환경의 열악함이 문제로 꼽힌다. 이번 사건으로 종목 자체의 이미지가 타격을 입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협회는 앞으로 선수 교육을 강화할 방침이다. 지도자들의 역할도 강조되며, "대회 기간 음주 규제를 엄격히 적용해야 한다"는 내부 의견이 제기됐다. 사건 관련 선수들은 반성의 시간을 보내고 있으며, 스포츠공정위원회의 결정이 주목된다. 이처럼 국가대표의 일탈은 개인 문제를 넘어 체육계 전체의 시스템을 돌아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