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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70만 원 5년이면, 5천만 원, 달콤한 9.5%,” 꿈은 멀고, 현실은 해지 행렬
  • 에릭 한 경제 전문기자
  • 등록 2025-08-21 09:15:31
  • 수정 2025-08-21 09:3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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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도 해지율 급증, 청년의 불안정이 드러나다
  • 월 10만 원 납입자 39% 해지…소득 낮을수록 더 취약
  • 225만 명 중 36만 명 해지…청년도약계좌의 반전



고금리의 그림자, ‘청년도약계좌’ 반전의 시작

“월 70만 원을 5년 동안 저축하면 최대 5천만 원.” 연 9.5%라는 파격적인 수익률로 청년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던 ‘청년도약계좌’가 예상과 달리 높은 해지율을 기록하며 정책 당국의 고민을 키우고 있다. 소득이 불안정한 청년층의 현실이 상품 설계의 장점을 무색하게 만들고 있으며, 장밋빛 기대와 다른 결과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고금리의 약속, 그러나 현실은 냉정했다

청년도약계좌는 만 19세에서 34세 청년을 대상으로, 매달 1천 원에서 최대 70만 원까지 자유롭게 납입할 수 있도록 설계된 5년 만기 금융상품이다. 정부 기여금과 비과세 혜택을 더하면 연 최대 9.54% 수준의 금리 효과를 누릴 수 있어 출시 당시 큰 주목을 받았다. 홍보 문구는 간단했다. “매달 70만 원을 5년간 부으면 5천만 원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막상 시간이 흐르자, 화려한 수익률 뒤에는 중도 해지라는 새로운 문제가 떠올랐다.


중도해지 15.9%…숫자가 말하는 현실

금융당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7월 말 기준 전체 가입자 225만 명 가운데 약 35만 8천 명이 계약을 해지했다. 해지율은 15.9%에 달한다. 이는 2023년 말 8.2%였던 수치가 2025년 7월 15.9%로 1년 7개월 사이 7.7%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같은 기간 2024년 말 해지율은 14.7%였으므로 불과 7개월 만에 다시 1.2%포인트가 늘었다. 숫자는 고금리 혜택에도 불구하고 유지하기 어려운 현실을 보여준다.


소득 낮을수록 더 빨리 포기한다

납입액 구간별 해지율은 극명한 차이를 드러낸다. 월 10만 원 미만 납입자는 무려 39.4%가 해지했다. 월 10~20만 원 구간은 20.4%, 20~30만 원은 13.9%였다. 반대로 최대 한도인 월 70만 원을 납입하는 경우 해지율은 불과 0.9%에 그쳤다. 소득이 낮고 여유 자금이 적을수록 상품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사실이 수치로 확인된 것이다.


그들이 통장을 닫는 이유

청년들의 해지 사유를 살펴보면, 구조적 문제가 드러난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해지 이유 중 약 39%는 실업이나 소득 감소였고, 33.3%는 긴급 자금 수요 때문이었다. 또 별도의 항목에서 생활비 상승을 가장 큰 재무 애로로 꼽은 응답이 49.9%에 달했다. 취업·결혼·주거 등 인생의 큰 변곡점이 많은 청년들에게 5년간 꾸준히 자금을 묶어둔다는 것은 이상적이지만, 현실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장치였다.


‘청년미래적금’으로 갈아타기?

정부는 이러한 상황을 반영해 새로운 대안을 내놓고 있다. 내년 도입이 예고된 ‘청년미래적금’은 납입 기간을 1년, 2년, 3년 중에서 선택할 수 있게 하고, 정부가 일정 비율을 매칭 지원하는 방안이 논의 중이다. 공약 단계에서는 최대 25% 매칭 지원이 언급되었으나, 실제 적용 비율과 예산 규모는 현재 협의가 진행 중이다. 금융당국은 기존 청년도약계좌 가입자가 이 상품으로 ‘갈아탈 수 있는’ 연계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정책 연속성 확보와 혼란 최소화가 관건으로 남아 있다.


고금리만으로는 막을 수 없는 현실

시중 은행의 1년 만기 예·적금 금리가 최근 2.5~2.85% 수준으로 떨어진 가운데, 청년도약계좌의 9%대 금리는 여전히 매력적인 숫자다. 하지만 눈길을 끄는 수익률만으로는 불안정한 소득 구조와 급격히 오르는 생활비를 버티기 어렵다는 점이 확인되고 있다. 실제로 제도에는 3년 이상 유지 시 중도 해지여도 비과세 혜택이 적용되는 보완 장치가 존재하지만, 청년들이 당면한 경제적 압박을 완전히 흡수하기에는 한계가 크다.


통계에 드러난 청년의 불안

이 상품을 유지하는 이들은 대체로 소득이 안정적이고 납입 여력이 큰 집단이다. 반면 소득이 낮거나 미래 계획이 불투명한 청년들은 해지율이 가파르게 높아진다. 이는 단순히 금융상품의 문제가 아니라, 노동시장 불안정과 높은 주거 비용, 생활비 상승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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