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8월 20일, 중국의 비자 면제 정책이 한국인 여행객을 사상 최대 규모로 끌어모으고 있다. 중국 국가이민관리국(NIA) 발표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한국인 방문객이 470만 명을 넘어섰다. 이는 2023년 전체 방문객(129만 명)을 훌쩍 뛰어넘는 기록이다. 2024년 11월부터 시행된 비자 면제 정책이 주요 원인으로, 한국인들은 최대 30일간 비자 없이 중국을 여행할 수 있다. 상하이의 번화한 난징루 거리와 베이징의 자금성을 찾는 한국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 붐은 단순한 여행 증가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한중 관계가 코로나19 이후 냉각기를 지나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으며, 이는 경제와 외교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여행객 급증 속 안전 문제와 현지 소비 환경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 현상을 통해 한국인들의 중국 여행 열풍과 그 이면을 들여다본다.
한국인 여행객들이 가장 선호하는 목적지는 상하이와 베이징이다. 상하이의 와이탄(The Bund)과 우캉루는 한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 '인스타 감성' 명소로 자리 잡았다. 특히 상하이의 경우, 한국에서 2시간 이내 비행으로 도착 가능해 주말 여행지로 급부상했다. 베이징은 자금성, 천안문 광장 등 역사적 장소와 함께 최근 K-팝 팬덤을 겨냥한 팝업 스토어로 젊은 층을 끌어들이고 있다. 중국 최대 여행사 트립닷컴(Trip.com)에 따르면, 한국인 예약률은 상하이가 45%, 베이징이 30%로 전체의 75%를 차지한다.
2024년 상반기 한중 간 항공편이 코로나19 이전의 90% 수준으로 회복되며 접근성이 크게 개선됐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상하이 노선을 주 20회에서 30회로 증편했고, 저비용 항공사(LCC)도 경쟁적으로 노선을 늘렸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비자 면제 후 예약이 2배 이상 폭주했다. 특히 20~30대 여성 고객이 급증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K-드라마와 K-팝의 영향을 받아 중국의 현대적이고 세련된 도시 이미지를 즐기고 있다.
여행객 급증은 경제적 파급효과로 이어진다. 한국관광공사 추산에 따르면, 한국인 여행객의 중국 내 소비는 연간 5조 원을 상회할 전망이다. 이는 호텔, 쇼핑, 음식 등 관광 산업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중국 현지에서도 한국인을 겨냥한 마케팅이 활발하다. 상하이의 주요 백화점은 한국어 안내 서비스를 도입했고, 알리페이와 위챗페이는 한국 카드 결제를 지원한다. 한국의 여행 관련 주식, 예컨대 하나투어와 모두투어는 비자 면제 발표 이후 주가가 각각 7%, 5% 상승했다.
그러나 그림자도 존재한다. 일부 여행객들이 중국 내에서 교통사고나 소매치기 피해를 보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외교부는 “여행 안전 주의보”를 발령하며, 특히 단체 여행 시 현지 가이드의 안내를 따를 것을 권고했다. 또한, 중국의 소비 환경이 한국과 달라 환불이나 품질 문제로 불만을 제기하는 사례도 늘었다. 한 여행객은 “상하이의 고급 레스토랑에서 예상보다 비싼 청구서를 받았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는 중국 당국의 소비자 보호 정책 미비와 관련이 있다.
이 여행 붐은 한중 관계 개선의 신호로 해석된다. 2023년 초, 중국은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한국인 단기 비자 발급을 중단한 바 있다. 이는 양국 간 외교 갈등의 상징이었으나, 비자 면제 정책은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외교부 관계자는 “비자 면제는 중국의 대외 개방 의지와 한국에 대한 신뢰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시진핑 주석은 최근 한중 정상회담에서 “양국 국민 교류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2024년 말 비자 면제 국가 확대와 맞물려 긍정적 신호로 작용했다.
전문가들은 이 현상이 한중 관계의 전환점일 수 있다고 본다. 서울대 아시아연구소는 “여행객 증가는 경제적 교류뿐 아니라 문화적 이해를 증진한다. 이는 장기적으로 외교 갈등 완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북한의 최근 도발과 한미동맹 강화로 인해 중국 내 반한 감정이 재점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한국인 여행객이 중국 내에서 정치적 논란(예: 홍콩 시위 관련 발언)에 휘말릴 경우 외교적 문제가 될 수 있다.
여행객들의 반응은 뜨겁다. 소셜 미디어 플랫폼에서 “중국 주말 여행” 해시태그가 50만 건 이상 공유됐다. 한 20대 여성 여행객은 “비자 신청 없이 금요일 퇴근 후 상하이로 날아가 주말을 즐겼다. 너무 편리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장년층은 “중국의 치안과 위생이 걱정된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여행 커뮤니티에서는 상하이의 디즈니랜드와 베이징의 만리장성 투어 후기가 화제다.
여행 업계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한다. 하나투어는 “상하이 2박 3일 패키지”를 월 1만 명 예약 목표로 출시했고, 제주항공은 중국 중소도시 노선을 신설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여행객 증가가 단기 호황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중국의 서비스 품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한국인 관광객이 선호하는 럭셔리 여행 상품의 수요가 늘면서, 중국 측의 고급 호텔과 관광 인프라 확충이 과제로 떠올랐다.
중국 비자 면제 정책은 2025년 말까지 유지되며, 연장 가능성도 제기된다. 중국 외교부는 “추가 국가 포함을 검토 중”이라며 개방 정책을 지속할 의지를 밝혔다(). 한국 정부는 이에 발맞춰 중국인 단체 관광객의 비자 면제를 검토 중이다. 이는 한중 간 상호 호혜적 교류를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도전 과제도 만만치 않다. 중국 내 지역별 치안 격차와 언어 장벽은 여전히 한국인 여행객의 불편 요인이다. 또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중국 견제 정책이 한중 교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불확실하다. 한국 외교부는 “여행객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되, 경제적 기회를 극대화할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여행객 증가가 단순한 숫자를 넘어 양국 간 신뢰를 쌓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