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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보고 만들었다”… 인천 자가제작 총기 살인 사건, 한국 치안의 경고등
  • 이동원 기자
  • 등록 2025-07-27 13:04:42
  • 수정 2025-07-27 13: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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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총 만들기에 필요한 부품 = 유튜브 캡쳐


“유튜브 보고 만들었다”… 인천 자가제작 총기 살인 사건, 한국 치안의 경고등


2025년 7월 25일, 인천 송도에서 벌어진 총기 살인사건은 ‘총기 없는 나라’로 불리는 한국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가해자는 유튜브 영상 등을 통해 제작한 비공식 무기로 아들을 살해했고, 이후 자택에서 대규모 폭발물을 발견하며 ‘국산 자가제작 총기’와 ‘홈메이드 폭탄’이 한국 사회에도 현실적 위협으로 떠올랐음을 보여주었다.


■ 사건 개요: 생일 모임 중 자식 살해… “계획된 살인”

가해자인 63세 A씨는 자신의 생일을 맞아 가족들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 인천 송도의 한 아파트에 모였다. 피해자는 그의 둘째 아들 B씨(33)로, 가족과의 갈등이 지속되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식사가 끝난 후 방으로 피해자를 부른 A씨는 미리 준비해온 총기로 수 차례 발사해 아들을 살해했다.

범행 직후 그는 미리 대기시켜둔 차량을 타고 서울 서초구 방배동까지 도주했으며, 방배경찰서 주변에 차량을 세운 채 직접 경찰서로 자수하듯 나타났다. 경찰은 차량 수색에서 자가제작 총기 2정을 추가로 발견했으며, 흉기, 실탄 수십 발, 그리고 설계 도면이 함께 보관돼 있었다.

가장 충격적인 점은 가해자가 경찰 조사에서 “유튜브 영상과 해외 포럼을 참고해 총기를 만들었다”고 진술한 부분이었다. 경찰에 따르면, 해당 총기는 금속 파이프, 스프링, 발사캡 등 시중에서 구매 가능한 재료로 조립되어 있었으며, 겉모습은 장난감 수준이지만 실제 사망에 이르게 할 정도의 위력을 가진 것으로 분석됐다.


■ 자택 수색 중 폭발물 발견… 주민 105명 긴급 대피

사건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경찰이 A씨의 자택(서울 도봉구)에서 추가 수색을 벌이던 중 타이머와 가속제가 결합된 폭발물 1개와 총기 부품, 탄피, 그리고 조립 도구 등을 다수 발견했다. 당시 현장에는 폭발물 처리반(EOD)이 즉시 투입됐으며, 인근 주민 105명이 긴급 대피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경찰은 이 폭발물이 “살상 목적보다는 실험 및 시연용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지만, 다량의 철조각이 내장돼 있어 공공장소에 설치됐을 경우 치명적 피해가 우려되는 수준이었다. 실제로 현장에는 “폭발 반경 테스트 결과” 등이 적힌 손글씨 문서도 함께 발견돼, 사전 실험이 있었던 정황도 제기됐다.


■ 유튜브·레딧 기반 ‘DIY 무기’ 커뮤니티 확산… 규제 사각지대

이번 사건의 핵심은 ‘유튜브 총기 제작 콘텐츠’가 실제 살인에 악용됐다는 점이다. 경찰은 가해자가 접속한 것으로 추정되는 유튜브 채널과 해외 커뮤니티를 분석한 결과, ‘한국 내 재료로 총 만들기’, ‘한국형 사제 총기’ 등의 콘텐츠가 일부 한국어 자막 버전으로 유포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특히 미국, 러시아, 동유럽에서 시작된 ‘홈메이드 건메이킹’ 문화는 2020년대 후반 들어 3D프린팅 기술의 발전과 함께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퍼졌고, 한국에서도 이와 유사한 움직임이 온라인상에서 은밀히 존재해온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해당 콘텐츠가 유튜브 ‘과학 실험’ 혹은 ‘DIY 메이커’ 콘텐츠로 분류되어 있어 플랫폼 차원에서 규제하거나 삭제하는 것이 어렵다는 점이다. 한 경찰 사이버수사팀 관계자는 “플랫폼 측에서 사전에 기술적으로 걸러내기 어려운 제작 정보가 많아, 단속보다는 국제 공조를 통한 삭제 요청이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 경찰, ‘국내형 고위험 물질 추적 TF’ 구성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경찰청은 ‘자가제작 고위험 무기류’ 추적 전담팀(TF)을 신설하고, 1차로 국내 포털과 커뮤니티 사이트를 중심으로 유사한 게시물을 수집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분석에 나섰다.

또한 온라인상에서 폭발물이나 총기 관련 재료를 반복적으로 구매한 사용자 기록을 추적할 수 있는 ‘위험물 거래 탐지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 시스템은 실탄, 탄피, 폭죽 원료 등을 일정 기간 이상 구매한 경우 이상 거래로 인식해 사후 추적이 가능하도록 설계된다.

경찰은 A씨를 살인, 총포화약법 위반, 폭발물 제조 및 소지 혐의로 구속했고, 가택 수색 결과를 토대로 추가 범행이나 공범 여부도 수사 중이다.


■ 전문가 “공적 지원 부족한 고립 중년 남성의 위험 신호”

범인의 신상정보가 공개되지는 않았으나, 복수 언론 보도에 따르면 그는 장기간 직업 없이 혼자 생활해온 것으로 보이며, 가족과의 단절과 불안정한 정서 상태가 지속돼 왔다고 한다. 정신과 전문의 정이현 박사는 “사회적 고립과 인터넷 중독이 결합되면 극단적 사고에 쉽게 빠질 수 있으며, DIY 무기 콘텐츠는 이들에게 ‘제어할 수 있는 힘’을 주는 착각을 준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은 총기 문제만이 아니라, 중년 남성의 고립과 가족 갈등, 정신건강 관리 사각지대라는 문제를 함께 드러냈다. 전문가들은 이를 단순한 범죄 사건으로 보지 말고, 제도적·문화적 대책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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