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부동산 시장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가운데, 정부가 6월 27일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최대 한도를 6억 원으로 제한하는 초강력 규제를 발표했다. 서울 아파트 가격이 6년 9개월 만에 최대 상승률(0.43%)을 기록하며 ‘패닉 바잉’ 조짐이 나타나자, 고가 주택 수요와 투기적 갭투자를 억제하기 위한 조치다. 그러나 이 규제가 실수요 중심의 40~60대(4060세대)에게 내 집 마련의 문턱을 높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수도권 및 규제지역(서울, 경기 일부 등)에서 주담대 한도를 6억 원으로 설정, 고소득자들이 10억~20억 원대 고가 아파트를 구매하기 위해 거액 대출을 받는 것을 차단했다.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12~13억 원으로, 6억 원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다. 신진창 금융정책국장은 “주택 가격, 대출 이용 패턴, 소득 대비 부채 부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6억 원을 적정선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025년 6월 둘째 주 서울 아파트 가격은 전주 대비 0.43% 상승, 성동구(0.99%)와 마포구(0.98%)는 2013년 이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가계대출 증가 규모도 4월 5조 3000억 원, 5월 6조 원에 이어 6월에도 증가세를 유지하며 시장 과열을 부추겼다.
이번 대책은 7월 시행되는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과 연계돼 효과를 극대화할 전망이다. 예를 들어, 연소득 6000만 원인 차주는 수도권에서 대출 한도가 기존 3억 6400만 원에서 3억 5200만 원으로 축소된다. 한국금융연구원 신용상 선임연구위원은 “고가 주택을 겨냥한 6억 원 제한은 수요 억제에 상당한 효과를 낼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부는 투기 수요를 뿌리 뽑기 위해 다주택자의 주담대를 전면 금지(LTV 0%)하고, 주택 구매 시 6개월 내 전입 의무를 부과했다. 1주택자가 새 집을 구매할 경우 기존 주택을 6개월 내 처분해야 하며, 갭투자에 활용되던 조건부 전세대출도 금지된다. 이는 서울 전세가율이 45.2%(강남 3구 30%대)로 2017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며 갭투자가 활발했던 시장 환경을 정면으로 겨냥한 조치다.
그러나 실수요자, 특히 4060세대에게는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중앙일보 조사(2025.1~7월)에 따르면, 서울 주택 매수자의 63.2%는 기존 부동산을 처분하고 상급지(마포·성동구 등)로 이동하는 4060세대였다. 이들은 평균 14억 1639만 원짜리 주택을 구매하며, 부동산 처분(7억 966만 원)과 주담대(4억 8959만 원)로 자금을 마련했다. 하지만 주담대 한도가 6억 원으로 묶이면서, 14억 원대 아파트를 사려면 8억 원 이상의 현금을 준비해야 한다.
4060세대는 자녀 교육이나 은퇴 후 안정적인 주거를 위해 강남 3구나 마용성으로 이동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나 대출 제한으로 현금 유동성이 부족한 중산층 4060세대는 상급지 이동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예를 들어, 연소득 8000만 원인 50대 직장인 박모 씨는 노원구 6억 원대 아파트를 팔아 마포구 13억 원대 아파트로 갈아타려 했지만, 대출 한도 6억 원으로는 1억 원 이상의 현금을 추가로 마련해야 한다. 부동산 전문가 A씨는 “4060세대의 자산은 부동산에 묶여 있어 현금 동원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건국대 유선종 교수는 “6억 원 제한은 현금 부자만 고가 주택을 살 수 있는 구조”라며 “중산층 4060세대의 주거 사다리가 흔들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고소득 전문직(의사, 변호사 등)은 여전히 자산 처분과 대출로 고가 주택을 구매할 수 있지만, 평균 소득의 40대는 강남 학군지(평균 20억 원 이상)로의 이동이 더욱 어려워졌다. 60대는 은퇴 자금으로 상급지나 전원주택을 고려했으나, 대출 제한으로 자금 계획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
서강대 권대중 교수는 “대출 규제로 4060세대의 매수 심리가 위축되며 관망세로 전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2025년 7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6161건으로, 6월(8906건) 대비 30.8% 감소했다. 이는 4060세대가 기존 주택을 처분하지 않고 버티거나, 서울 외곽 또는 지방으로 눈을 돌릴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번 6억 원 제한은 2019년 문재인 정부의 ‘15억 원 초과 아파트 대출 금지’ 정책과 비교된다. 당시 정책은 고가 주택 대출을 전면 차단해 재산권 침해 논란으로 헌법 소원까지 이어졌다. 금융위는 “6억 원까지 대출을 허용해 유연성을 확보했다”고 주장하지만, DSR 원칙(소득 기반 대출)을 벗어났다는 비판이 나온다. 신진창 국장은 “월 300만 원 상환은 소득으로 감당 가능한 수준”이라고 반박했으나, 중산층 4060세대에게는 여전히 높은 문턱이다.
금융당국은 이번 규제가 집값 안정에 실패할 경우 LTV 추가 강화, 전세대출·정책대출에 DSR 적용, 은행의 자본규제 강화 등을 검토한다. 동시에 주택 공급 부족 해소를 위해 “우수 입지의 안정적 주택 공급”을 약속했지만, 2026년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2만 4000가구로 2025년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우리은행 함영진 부동산리서치랩장은 “단기적 규제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장기적으로 임대차 시장 안정과 공급 확대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정부의 주담대 6억 원 제한은 서울 집값 급등과 투기 수요를 잡기 위한 강력한 대책이다. 그러나 4060세대의 상급지 이동과 내 집 마련 계획에 상당한 제약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현금 부자 중심의 시장이 형성될 경우, 중산층의 주거 사다리가 무너질 우려가 있다. 정부는 시장 안정과 실수요자 보호를 위한 균형 잡힌 후속 조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