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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을들의 시대, 갑질 프레임은 어떻게 만들어지나... 박나래·정희원 논란이 보여준 것
  • 한우정 라이프 스타일 전문기자
  • 등록 2026-01-11 19:52:23
  • 수정 2026-01-11 20: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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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갑질’로 굳는 여론, 사실은 뒤에서 출발한다
  • 박나래 논란: 감정의 사건이 계약의 사건으로 바뀔 때
  • 정희원 논란: 맞고소·대화록·반박이 만든 프레임 충돌

박나래 인스타그램

‘슈퍼 을들의 시대’…갑질 프레임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떻게 흔들리나

‘갑질’은 이제 사건을 단숨에 정리하는 키워드가 됐다. 의혹이 제기되는 순간, 사람들은 구조적 권력 불균형을 떠올리고 ‘가해-피해’ 구도로 빠르게 결론을 내린다. 문제는 그 속도다. 사실관계가 확정되기도 전에 프레임이 먼저 굳어지고, 이후 공개되는 자료들은 진실 규명이라기보다 ‘프레임 전쟁’의 무기로 소비되기 쉽다.

최근 논란으로 번진 두 사례—방송인 박나래를 둘러싼 ‘매니저 갑질 의혹’과 ‘저속노화’로 알려진 정희원 저속노화연구소 대표를 둘러싼 전 연구원과의 공방—은 이 현상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공통점은 분명하다. 초기에는 전형적 갑질로 프레이밍됐지만, 시간이 지나며 ‘계약·정산·자료 공개 방식’이 부각되면서 단일 프레임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다만 두 사안 모두 수사·재판을 통해 사실관계가 확정될 영역이며, 현재 단계에서 단정은 위험하다.


“갑질”로 시작하면, 여론은 자동으로 달린다

갑질 프레임이 강력한 이유는 단순하다. 이해가 빠르고 감정 이입이 쉽다. ‘을’의 서사가 설득력을 얻는 순간, 대중은 복잡한 계약 관계나 업무 구조보다 ‘도덕 판단’을 먼저 내리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의 갈등은 다층적이다. 메시지, 녹취, 정산 자료, 계약 구조, 언론 접촉 자체가 ‘힘’이 된다. 결국 사건은 “누가 약자인가”보다 “누가 어떤 자료를 언제 어떤 맥락으로 공개했는가”로 이동한다.


박나래 인스타그램

박나래 논란…연매협 성명 이후 ‘업계 질서’ 논쟁으로 확대

박나래 건은 언론 보도에서 ‘매니저 갑질 의혹’ 프레임으로 크게 확산됐고, 2025년 12월 17일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연매협) 산하 상벌조정윤리위원회가 성명을 내면서 파장이 커졌다. 연매협 측은 박나래 관련 사안에 유감을 표하고 “업계 발전을 저해하는 심각한 행위”라며 철저한 조사 필요를 강조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여기서 중요한 건, 이 단계까지는 사건이 ‘갑질’이라는 단어로 충분히 설명되는 듯 보였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후 보도 흐름은 달라졌다.


“4대 보험·근로소득 vs 사업소득”…디테일이 프레임을 흔든다

논란이 이어지며 쟁점은 ‘감정적 갑질’에서 노동·정산 구조로 이동했다. 일부 보도는 전 매니저 측의 주장과 다른 정황을 소개했다. 예컨대 “4대 보험 미가입을 지속 요구했지만 묵살됐다”는 취지의 주장과 달리, 회계 담당자가 근로소득 형태(4대 보험 전제)를 제안했고, 상대가 사업소득 형태를 선호했다는 정황이 공개됐다는 내용이 나왔다.

또 다른 보도에서는 전 매니저 측과 관련된 자금 흐름·법인 문제 등이 거론되며 “진실 공방” 양상으로 번졌다고 전했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보도된 ‘정황’과 ‘주장·반박’의 존재다. 위법 여부나 사실관계는 당사자 진술과 수사·재판을 통해 가려질 문제다. 그럼에도 이 사례가 보여준 건 하나다. ‘갑질’로 프레이밍된 사건도, 숫자와 계약의 언어가 등장하는 순간 여론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다.


MBC 라디오 캡쳐

정희원 논란…맞고소로 얽힌 ‘성착취·갑질 의혹’과 ‘을질’ 반격 프레임

정희원 사건은 프레임 충돌이 더 노골적이다. 전 연구원 측은 ‘성착취·갑질’ 취지의 문제 제기를 해왔고, 정희원 측은 전 연구원을 스토킹처벌법 위반·공갈미수 혐의 등으로 고소하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이후 전 연구원 측이 위력에 의한 강제추행, 저작권법 위반, 무고 등 혐의로 맞고소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 구조 자체가 단일 프레임을 어렵게 만든다. ‘피해 주장’과 ‘반격 고소’가 동시에 존재하면, 사건은 “갑이 을을 괴롭혔다”로 정리되지 않고, 서로 다른 증거와 해석이 충돌하는 복합 분쟁이 된다.


대화록 공개는 ‘증거’이자 ‘전략’…“짜깁기” 공방까지

논란의 전환점은 2026년 1월 6~8일 전후 불거진 ‘대화 내역 공개 보도’였다. 일부 매체는 정희원 측이 제공한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인용하며 “위계에 의한 착취가 없었다”는 취지, 나아가 전 연구원의 ‘을질’ 가능성을 제기하는 보도를 내보냈다.

그러자 전 연구원 측은 즉각 반발했다. 보도에 따르면 전 연구원 측 법무법인은 최초 보도한 매체를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고 손해배상 소송도 예고하면서, 공개된 자료가 ‘편집됐을 가능성’과 ‘왜곡된 청부 보도’를 주장했다.

즉, 같은 ‘대화록’이 한쪽에선 무죄·반격의 증거로, 다른 쪽에선 왜곡·짜깁기의 결과물로 제시된다. 이 지점에서 사건은 진실 규명만큼이나 자료 공개 방식과 맥락을 둘러싼 프레임 전쟁이 된다.


박나래 인스타그램

‘슈퍼 을’이란 무엇인가…권력은 직급이 아니라 ‘자료·유통·해석’에서 생긴다

‘슈퍼 을들의 시대’라는 표현은 “을이 갑이 됐다”는 단정이 아니다. 다만 권력의 무게추가 바뀌었다는 진단이다.

  • 기록(메신저·녹취·정산 자료)을 가진 쪽이 유리해지고, 유통(언론·SNS·커뮤니티)을 선점한 쪽이 여론을 선점하며,  해석(갑질·성착취·스토킹·공갈·을질 같은 단어 선택)이 인상을 결정한다.

    박나래 사례는 ‘갑질 프레임’이 계약·정산 디테일로 흔들리는 과정을 보여줬고 , 정희원 사례는 대화록 공개-반박-고소가 맞물리며 프레임 충돌이 어떻게 커지는지 드러냈다.


가장 위험한 결론…“폭로는 못 믿는다”도, “이미 유죄”도 아니다

프레임 전쟁이 보인다고 해서 “피해 주장은 다 의심해야 한다”로 가는 건 위험하다. 반대로 수사·재판 이전에 “이미 유죄”를 확정하는 것도 위험하다. 둘 다 같은 함정이다. 진짜 피해자도, 억울한 당사자도 동시에 생긴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건 단순한 ‘중립’이 아니라 검증의 순서다.
첫째, 단어보다 구조(계약·정산·권한·업무 지시)를 확인하고,
둘째, 공개된 자료가 ‘전체 맥락’인지 따져보고,
셋째, 여론의 시간과 법의 시간을 분리해야 한다.

갑질 프레임은 여전히 필요한 사회적 언어다. 다만 그 언어가 너무 빨리 확정되는 순간, 사건은 진실을 향하기보다 프레임을 향해 달린다. ‘슈퍼 을들의 시대’가 던지는 경고는 바로 그 지점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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