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이어트를 시작한 사람들 사이에서 가장 흔한 하소연은 비슷하다. “많이 먹지도 않는데 살이 안 빠진다.” 체중계 숫자는 멈춰 서고, 식단은 더 줄어든다. 하지만 체중은 의지에만 반응하지 않는다. 몸은 ‘부족해졌다’고 판단하는 순간, 살아남기 위해 에너지 지출부터 줄인다. 문제는 이 과정이 꽤 빠르고,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섭취 칼로리를 줄이면 대사량도 함께 내려갈 수 있다. 이른바 ‘적응성 열발생’이다. 같은 활동을 해도 예전만큼 에너지가 소모되지 않고, 무의식적인 움직임도 줄어든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덜 걷고, 덜 서 있는 식의 작은 변화들이 모여 하루 소비량을 깎는다. 그러니 “전보다 덜 먹는데도” 빠지지 않는 구간이 생긴다.

다이어트가 실패하는 가장 현실적인 이유는 ‘착시’다. 라떼 한 잔, 소스 한 숟갈, 견과류 한 줌, “이 정도는 괜찮겠지” 하며 들어간 간식이 하루 총량을 바꾼다. 게다가 사람은 섭취량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즉, 실제로 많이 먹지 않는다고 믿지만 숫자는 다를 수 있다. 식단을 점검할 때 가장 먼저 음료·간식·소스부터 확인하는 이유다.
잠이 부족하면 식욕을 자극하는 방향으로 몸이 흔들린다. 배고픔·포만감 신호가 흐트러지고, ‘고칼로리’를 더 찾게 된다. 다이어트가 힘들어지는 건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라 수면이 부족해서일 때가 많다. 수면이 무너지면 간식 빈도가 올라가고, 활동량은 내려가고, 체중은 정체한다.
스트레스가 크면 다이어트는 구조적으로 불리해진다. 피곤해지고, 움직임이 줄고, 야식이나 단맛으로 버티게 된다. 여기에 수면 질까지 떨어지면 체중 정체는 더 단단해진다. “먹는 양은 비슷한데 왜 안 빠지지?”라는 질문 뒤에는 대개 스트레스-수면-활동량의 연결고리가 숨어 있다.

‘적게 먹고 많이 걷기’만 반복하면 체중은 줄어도 근육이 함께 빠질 수 있다. 근육이 줄면 기초대사량이 낮아지고, 같은 식단을 먹어도 예전만큼 체중이 줄지 않는다. 체중이 빠지는 속도가 느려졌다면, 유산소만 늘릴 게 아니라 근력운동을 추가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오는 이유다. 체중 감량은 지방을 줄이고 근육을 지키는 싸움이기도 하다.
정체가 길어지는 사람들 중 일부는 생활습관 문제가 아니라 의학적 요인이 개입돼 있을 수 있다. 갑상선 기능 저하, 호르몬 변화, 특정 약물(일부 항우울제·스테로이드 등) 등이 체중 변화에 영향을 준다. 특히 피로, 부종, 추위 민감, 생리불순 같은 증상이 함께 나타나면 단순 다이어트 문제로만 볼 수 없다.

‘정체기 탈출’ 체크리스트
체중이 안 빠질 때 “더 굶자”로 가면 대개 역효과가 난다. 대신 아래 순서로 점검하면 원인이 빨리 보인다.
첫째, 일주일만 기록한다: 음료·간식·소스까지 포함한 ‘진짜 섭취’
둘째, 잠을 고정한다: 최소 7시간대 수면 확보
셋째, 근력을 넣는다: 주 2~3회 전신 근력운동으로 근육 방어
넷째, 활동량을 올린다: 운동 외 걷기·계단·서 있기 같은 NEAT 늘리기
다섯째, 체중 말고 허리둘레를 본다: 몸은 숫자보다 먼저 형태가 바뀔 때가 있다.
여섯째, 3개월 이상 정체면 검사도 고려한다: 원인이 생활이 아닐 수 있다.
“많이 먹지도 않는데 살이 안 빠진다”는 말은 핑계가 아니라 신호일 가능성이 크다. 몸이 절약 모드로 바뀌었거나, 숨은 칼로리가 끼어들었거나, 잠·스트레스·근육·호르몬이 동시에 흔들리는 상황일 수 있다. 정체기는 의지가 부족한 구간이 아니라, 전략을 바꿔야 하는 구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