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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가 막은, 1500원 과자 1봉에 ‘범죄 딱지’…검찰권, 왜 약자에게만 날카롭나
  • 이시한 기자
  • 등록 2026-01-05 21: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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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500원 과자 1봉, 헌재가 ‘기소유예’에 브레이크
  • 초코파이 사건이 남긴 경고…경미 사건의 ‘낙인’
  • 권력형 비위 앞에서 흐려지는 잣대, 커지는 불신

한국 과자들 = X 캡쳐 (기사와 관계 없음)

1500원 과자 1봉에 ‘범죄 딱지’…헌재가 브레이크를 걸었다

무인매장에서 1500원짜리 과자 1봉이 계산에서 빠졌다. 검찰은 이를 절도 혐의로 ‘기소유예’ 처리했다. “죄는 인정되지만, 사정상 재판에는 넘기지 않는다”는 처분이다. 문제는 이 ‘유예’가 당사자에게는 사실상 “범죄가 있었다”는 국가의 공식 판단으로 남는다는 점이다.

그런데 최근 헌법재판소가 이 처분을 전원일치로 취소했다. 헌재는 검찰이 증거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잘못이 있었고, 수사 또한 충분치 않았다는 취지로 평등권·행복추구권 침해를 인정했다. 

요지는 간단하다. “실수로 보일 여지가 큰 사건에서, 검찰이 너무 쉽게 ‘범죄’라고 단정했다”는 것이다. 법의 엄정함이 아니라, 권한의 성급함이 문제였다는 얘기다.


‘제2의 초코파이’가 반복되는 이유: 작은 사건에만 유난히 날카로운 칼

이 장면은 낯설지 않다. ‘초코파이 사건’으로 불렸던 1050원 상당의 간식을 먹은 경비 노동자가 절도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벌금형을 받았다가,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사건이 대표적이다. 검찰은 항소심에서도 ‘선고유예’ 의견을 냈지만, 법원은 “아예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로 결론냈다. 

여기서 시민들이 느끼는 불쾌감은 단순한 동정심이 아니다. 검찰권의 쓰임새가 ‘작은 사건’에 과도하게 집중되는 것처럼 보이는 순간, 사법 신뢰는 무너진다.
“이 정도는 조정과 반성, 피해회복으로 충분한데 굳이 전과 비슷한 꼬리표까지 남겨야 하나”라는 감정이 쌓인다.


그런데 ‘큰 사건’ 앞에서는 왜 이렇게 관대해 보이나

검찰이 불신을 쌓는 지점은 따로 있다. 경미 사건에는 기계적으로 엄정한데, 권력형·특권형 비위가 등장하면 판단과 속도가 흐려진다는 인식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상징적인 장면이 ‘라임 술접대’ 사건이다. 김봉현 전 회장이 검사들에게 고액 술접대를 했다는 폭로 이후, 접대액 산정 방식(“1인당 100만원이 넘느냐”)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졌고, “봐주기 수사” 비판도 공개적으로 제기됐다.
징계는 수년이 지나서야 이뤄졌고, 적용 법리 역시 “대가성·직무관련성은 없다”는 판단 아래 뇌물죄가 아닌 청탁금지법 중심으로 가면서 특권 논란을 키웠다.

물론 이 사건에서 법원 판단은 여러 과정을 거쳐 달라졌고, 일부는 유죄 판단도 나왔다. 하지만 시민이 기억하는 건 디테일이 아니라 메시지다.
“서민 사건에는 빠르고 단호한데, 검사 비위에는 계산기부터 두드린다”는 인상 말이다.


픽사베이

‘제 식구 감싸기’가 숫자로도 보일 때: 징계는 늘고, 신뢰는 줄고

최근 몇 년 사이 검사 징계가 늘었다는 보도도 나온다. “최근 10년 중 가장 많았다”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검찰·법무부 공무원 징계부가금(비위로 얻은 이익 환수 성격)이 커졌다는 기사도 있었다.

이런 통계가 말하는 건 단순히 “내부가 타락했다”가 아니다. 시민의 눈에는 이렇게 번역된다.
“저렇게 내부 비위가 나오는데도, 일상에서 체감되는 검찰권은 왜 약자·일반인 사건에 더 자주 떨어지지?”


검찰이 지금 자초하는 것: ‘정의’가 아니라 ‘선택’으로 보이는 순간

검찰은 늘 “법과 원칙”을 말한다. 그러나 법 집행은 결과만이 아니라 우선순위와 결로 평가받는다.
1500원 과자 1봉 사건에서 헌재가 “수사와 판단이 부족했다”며 처분을 취소한 건, 결국 검찰에게 이렇게 묻는 셈이다. “당신들의 확신은 얼마나 검증된 것인가.”

검찰권은 강하다. 그래서 더 느려야 하고, 더 신중해야 한다. 특히 ‘범죄’라고 낙인찍는 순간에는 더욱 그렇다.
정치권과 권력기관 주변의 의혹들 앞에서 시민이 체감하는 건 ‘법의 엄정함’이 아니라 ‘법의 선택성’이다. 그 선택이 반복되면, 검찰은 범죄를 줄이는 기관이 아니라 불신을 생산하는 기관으로 보이게 된다.


해법은 거창하지 않다: “작은 사건엔 회복, 큰 사건엔 무관용”

검찰이 신뢰를 회복하려면 구호보다 기준이 보여야 한다.

첫째, 경미 사건에는 피해회복·조정·교육조건부 처분을 적극화하고, ‘기소유예’처럼 낙인 효과가 남는 처분은 최소화해야 한다. (헌재가 이번에 지적한 것도 결국 그 지점이다.)
둘째, 검사·권력층 비위에는 “법리의 미세조정”보다 투명한 설명과 동일한 잣대가 우선돼야 한다. 라임 술접대 논란이 남긴 교훈이 바로 그거다.
셋째, 수사·기소 판단의 사후 통제(시민위, 외부위원회 등)를 ‘형식’이 아니라 실질적 견제 장치로 작동시키는 방식도 손봐야 한다. 초코파이 사건에서 시민위가 열렸지만, 결국 사회가 기억한 건 “왜 애초에 여기까지 왔나”였다. 

검찰이 왜 이러냐는 질문은, 사실 한국 사회가 검찰에게 묻는 가장 오래된 질문이다.
답이 달라지지 않으면 질문도 반복된다. 그리고 반복되는 질문은, 어느 순간 국가의 신뢰를 갉아먹는 상습범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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