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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가 학생 시험지를 대리 작성하다 걸렸다고?…지방대 붕괴의 징후
  • 노승오 교육 기자
  • 등록 2025-12-23 11:5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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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적되면 학과 폐지”라는 말이 현실이 된 순간
  • 시험 답안 대리작성, 학사 신뢰를 정면으로 흔들다
  • 학령인구 감소와 지방대 통폐합, 압박은 더 커진다


“학생 제적되면 학과 폐지”…교수들이 ‘대리 답안’까지 쓴 이유

광주의 한 사립대에서 교수들이 학생 시험 답안지를 대신 작성하고, 직접 채점까지 하는 방식으로 성적평가를 왜곡한 사실이 드러나 법원이 벌금형을 선고했다. 법원은 “학과 존립 압박”을 범행의 배경으로 언급했다. 해당 사건은 2022년부터 2023년 사이 여러 차례 반복된 것으로 알려졌고, 교수 3명과 조교 1명에게 벌금 150만~600만 원이 선고됐다.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제시된 동기는 노골적이었다. 교수들은 자신들이 영입한 학생이 성적 미달로 제적될 경우, 학생 수 감소가 곧바로 학과 존폐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 속에서 ‘제적만큼은 막아야 한다’는 심리에 몰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의 뿌리: 학과 성적이 아니라 ‘학과 생존’이 평가 기준이 된 현실

이 사건을 단순한 일탈로만 보기 어려운 이유는, 대학 현장의 구조적 압박이 이미 ‘일상’이 됐기 때문이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대학 진학 연령대인 18세 인구는 2022년 48만 명에서 2040년 26만 명 수준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대학 구조조정도 이미 진행형이다. 정부는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해 2025년까지 96개 대학이 입학정원을 총 1만6197명 감축하고, 이에 대한 재정지원도 병행한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학과 입장에선 “성적 기준을 엄격히 적용하면 제적이 늘고, 제적이 늘면 학과가 위험해진다”는 역설이 작동한다. 이번 사건에서 등장한 “학생 제적되면 학과 폐지”라는 문장은, 이 역설이 극단으로 치달았음을 보여준다. 



통폐합은 더 빨라진다…‘한계대학’ 논의와 ‘연착륙’ 제도까지

대학 통폐합은 앞으로 더 거세질 가능성이 크다. 대학 진학 인구가 2045년까지 절반 가까이 줄어든다는 전망과 함께, 정원 감축 부담이 비수도권에 더 집중됐다는 지적도 반복된다. 

정부 정책 역시 “지역 중심 지원체계”로 무게추가 이동하고 있다. 2025년부터 전국 시행되는 RISE(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는 지자체 주도로 지역 대학을 지원·재편하는 구조를 목표로 한다. 

현장에서는 이미 통합이 현실이 됐다. 예컨대 강원권 국립대 통합 논의처럼, ‘1도 1국립대학’ 모델을 내세운 통합 출범이 2026년 3월로 예정돼 있다는 대학 측 발표도 나왔다. 

한편 충원율 악화로 운영이 어려운 대학을 대상으로 한 구조개선·연착륙 논의도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일부 보도에선 ‘한계대학’을 전제로 한 제도 정비 움직임이 언급되기도 했다. 


왜 비리는 반복될 수밖에 없나: “성과 압박”이 “윤리의 경계”를 밀어낸다

이번 사건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비위가 “학과 살리기”라는 명분과 결합했다는 점이다. 학과가 생존을 위해 학생을 ‘붙잡아야’ 하는 구조에 들어가면, 성적평가·출결·학사운영 전반에서 편법 유혹이 커진다. 이번 사건에서도 교수들의 비위를 ‘고발하지 않는 대가’로 금품을 요구한 학생이 별도로 처벌 대상이 된 정황까지 전해졌다. 즉, 학사 비위가 한 번 열리면 그 틈을 파고드는 2차 범죄까지 연쇄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경고다.

학령인구 감소와 통폐합이 가속화될수록, 학과와 대학은 더 자주 “성과(충원) 압박”을 받게 된다. 이 압박이 내부 통제 장치를 앞지르는 순간, 비슷한 유형의 사건이 재발할 가능성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해법은 ‘처벌 강화’만이 아니다: 통폐합 시대의 학사 신뢰 회복

재발을 막기 위해선 두 축이 필요하다. 첫째는 평가·시험·성적 산정의 상시 점검과 책임성 강화다. 학사 행정이 “교수 개인의 재량”으로만 굴러가면 작은 편의가 큰 조작으로 번질 수 있다. 둘째는 대학이 무너질 때의 ‘연착륙’ 장치다. 퇴로가 없는 구조조정은 내부 구성원에게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버텨야 한다”는 압박으로 돌아온다. 정원 감축과 통폐합이 불가피한 시대일수록, 투명한 절차와 출구 설계가 학사 신뢰를 지키는 최소 조건이 된다. 

결국 이번 사건은 한 대학의 일탈을 넘어, 인구 감소가 만들어낸 ‘생존 경쟁’이 교육의 기본 원칙을 어디까지 흔들 수 있는지 보여준 사례다. 그리고 이 경쟁은 이제 막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점에서, 경고등은 한 번 더 크게 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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